금감원 엄포도 안 먹히네…올해도 보험 '절판마케팅' 횡행

유충현 기자 / 2025-03-05 17:46:27
무·저해지 보험료 인상 앞두고 '막바지 절판영업' 활발
소비자 불안심리 부추겨 계약…불완전판매 위험 높아져

오는 4월 무·저해지 보험상품 개정을 앞두고 일선 보험영업 현장에서 '막바지 절판마케팅'이 활발하다. 소비자 피해를 우려한 금융감독원이 보험사 임원까지 소집하며 주의를 당부했으나 별 소용이 없는 모습이다.

 

▲ 보험상품 개정이 예정된 4월을 앞두고 보험 영업채널 설계사들이 소셜미디어와 문자메시지 등을 총동원해 무·저해지 '절판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SNS 및 마케팅 문자메시지 등 갈무리]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보험사 전속 설계사들과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들은 무·저해지 상품 절판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소셜미디어와 문자메시지, 전화 권유 등을 총동원한다. '보험료가 크게 오른다', '반드시 3월에 가입해야 한다',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등 문구로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중이다.

 

주요 보험사들이 GA 설계사들에게 배포하는 교육용 소식지에도 무·저해지 상품에 대한 안내사항이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주로 보험료 인상 요인을 안내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 표면적으로는 보험상품 개정을 앞두고 필요한 내용을 알리는 형식이다. 하지만 설계사들은 절판마케팅을 '사실상 부추기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무·저해지보험은 가입 초기에 해약하면 환급금을 주지 않거나 덜 주는 상품이다. 대신 보험료가 일반 보험보다 저렴하다. 만기까지 보유하면 소비자에게 유리하지만 중도에 보험을 깬다면 보험사에 유리한 구조다. 만기 전에 해지하려는 소비자가 거의 없다고 봐야 상식적이지만, 보험사들은 상품 해지율을 비합리적으로 높게 가정해 높은 수익성을 산출했다. 

 

금융당국은 이런 행태가 추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보고 해지율이 0%에 가까운 '원칙모형'을 적용해 상품을 개정하도록 조치했다. 해지율이 낮은 원칙모형을 적용하면 보험사의 이익률이 떨어진다. 다만 떨어진 이익률을 맞추기 위해 보험료가 인상될 예정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절판마케팅은 보험료가 오르기 전 막판 가입을 유도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조바심을 부추겨 가입을 유도하려다 자칫 불완전판매가 횡행하고 예측 못한 피해를 낳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를 우려해 미리 업계에 주의를 요청했다. 지난달에는 보험사 임원들을 모아 간담회를 열었고 최근에도 11개 생명보험사의 '경영인정기보험' 절판마케팅 정황을 포착해 강도 높은 검사를 예고했다. 불법이 적발될 경우 최대수준의 제재를 부과하겠다며 '엄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하지만 일선에서는 이런 의도가 좀처럼 먹혀들지 않는 실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판매경쟁과 마케팅 과열로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판단 없이 계약서에 서명하게 만드는 분위기는 문제가 있다"며 "단기적으로 보험사의 실적을 올릴 수 있지만 불완전판매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회사에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도 염려의 목소리가 나옴에도 실제로는 절판마케팅이 횡행하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절판 마케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영업조직에서 원하기 때문에 보험사들도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절판마케팅은 영업 조직에게는 하나의 기회기도 하다. 보험사 전속 설계사는 물론 보험사와 제휴를 맺은 GA들은 기회가 올 때마다 절판마케팅을 요구한다. 이를 거부하면 다른 보험사 문을 두드린다. 결국 눈앞의 실적을 외면할 수 없는 보험사들은 절판마케팅에 손을 뻗게 된다는 얘기다.

 

그런 만큼 보험사들이나 영업채널을 탓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특정한 상품을 규제할수록 오히려 그 상품의 절판마케팅을 부추기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무조건적인 규제가 능사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유충현 기자

유충현 / 경제부 기자

'우리의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