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건설의 이상한 지분 변화

김기성 / 2023-12-11 17:54:14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려는 꼼수?
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확대 움직임 주목
건설업계, 무조건 계열 건설사 공사 수주 벗어나는 추세

재벌의 폐해 중에 대표적인 것이 '일감 몰아주기'다. 여러 계열사를 선단식으로 운영하면서 총수 1인의 의사 결정으로 운영되는 우리나라 재벌의 특성상 다른 나라 대기업에서는 볼 수 없는 불공정 행위로 꼽힌다.

이미 여러 차례 문제가 됐듯이 '일감 몰아주기'는 승계자금을 마련하는 편법적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또 경쟁력 없는 계열사를 생존할 수 있게 만들어 시장 질서를 교란한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각종 규제가 마련됐지만 일부 거대 재벌에만 적용돼 왔고 중견그룹은 상대적으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공정위는 규제 대상을 중견그룹에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일부 기업이 이러한 공정위 규제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랜드 그룹 계열의 이랜드건설 이야기다.
 

▲ 윤성대 이랜드건설 대표. 윤 대표는 이랜드리테일, 이랜드파크 대표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UPI뉴스 자료사진]

 

이랜드건설 내부거래 비중 70% 이상


이랜드건설의 지난해 매출은 1956억 원이다. 이 가운데 그룹 내 다른 계열사(이랜드월드, 이랜드리테일, 이랜드파크 등)로부터 수주한 금액, 내부거래 금액은 1403억 원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73.1%에 달한다. 이랜드건설의 내부거래 비중은 2020년 56.9%, 2021년 62.6%에서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역시 지금까지 내부거래 금액이 1655억 원에 달해 내부거래 비중은 작년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랜드건설의 시공능력 평가액은 1958억 원으로 순위로는 134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내부거래금액을 제외한 매출규모는 530억 원에 불과해 시공능력 평가 순위로 따진다면 430위권 밖에 머문다. 한마디로 내부거래를 통해 생존하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벗어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랜드건설, 중견그룹에 대한 규제 움직임에 지분 조정

이처럼 내부거래를 통해 이랜드건설에 일감을 몰아준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랜드그룹은 이랜드건설의 지분 구조를 바꿨다. 기존 이랜드건설의 지분구조는 박성수 회장을 비롯한 특수 관계인이 99.72%의 지분을 보유한 이랜드월드가 82.6%를 가지고 있고 또 이랜드월드가 100%의 지분을 보유한 이랜드리테일이 17.4%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이랜드건설의 지분구조를 보면 이랜드월드의 지분은 49.8%로 줄어들고 대신 이랜드리테일 지분은 50.2%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랜드월드가 보유하고 있던 이랜드 주식 지분 1066만여 주를 616억 원에 이랜드리테일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오른쪽 주머니에서 왼쪽 주머니로 옮긴' 이랜드건설 지분

이랜드리테일은 이랜드월드가 100%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른쪽 주머니에서 왼쪽 주머니로 옮긴' 것이다. 더구나 이랜드리테일은 2020년에 519억 원, 2021년에는 391억 원의 적자를 낸 기업이다. 이렇게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지분을 인수한 것일까? 이에 대해 이랜드그룹 측은 이랜드리테일의 수익성을 확보하고 그룹 전체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경영상 판단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47조1항에 따르면 총수일가의 보유지분이 20%이상인 회사(이랜드월드)가 자회사(이랜드건설)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따라서 이랜드월드의 이랜드건설에 대한 지분을 50% 이하로 낮춰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50% 지분에 대한 해석+부당 지원행위 적용대상

물론 이러한 논란은 공정위가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공정위의 입장을 보면 47조 1항의 규제 대상을 넓게 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즉 50% 지분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50% 이상의 직간접 지분"이라고 밝혔다. 즉 이랜드월드가 보유한 이랜드건설 49.8%는 물론이고 이랜드월드의 100%자회사 이랜드리테일이 보유한 지분 50.2%도 간접적인 보유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또 이랜드건설의 내부거래는 '일감 몰아주기' 대상에서 벗어난다고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 45조9항의 부당한 지원행위의 적용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공정위의 대응이 주목된다.

일감 몰아주기는 공정한 경쟁 박탈

물론 모든 내부거래를 '일감 몰아주기'로 단정할 수는 없다. 어떤 과정과 절차를 통해 계열 건설사가 공사를 맡았고 또 어떤 방식으로 건설단가가 결정됐는지도 판단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이랜드그룹 측에서는 공정하게 산정한 정상가격으로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랜드건설의 일감을 보면 그룹의 특성상 제주와 설악 등 지방에도 많이 분포돼 있다. 과연 지방의 중견건설업체와 공정한 경쟁을 벌였다면 수주가 가능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만약 공정하지 못했다면 외부기업의 경쟁 기회를 박탈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삼성, CJ, LG 등 타 그룹 계열사에 공사 맡겨

최근 대기업들은 계열 건설사에 무조건 공사를 맡기는 것을 지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기흥어린이 집 공사를 CJ건설에 맡겼고, CJ그룹은 고양시 K팝 공연장 시공사로 한화건설을 선정했다. 또 LG 화학은 충남당진 공장 공사를 현대엔지니어링에 맡겼다. 신세계그룹도 청라 스타필드의 시공사를 경쟁 입찰을 통해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이 배제되면 효율이 저해되기 마련이고 이는 그룹 자체의 성장 동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시장경제 질서에도 해악을 끼친다. 일감 몰아주기는 ESG 경영에서 'S'(사회적 책임)와 'G'(지배구조) 모두에 위배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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