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연 2만명 찾는 '우리옷방'…"옷이 부족해 고민"

김신애 / 2024-07-18 17:53:32
"거리생활로 옷 더러워져…갈아입지 못하면 피부병 걸릴 수도"
"자활의지 있는 이들 방문…자신감을 위해 옷이 필요"
"하루 평균 40명 오는데 15명 가량 옷이 없어 빈손으로 돌아가"

260번.

 

지난달 28일 거리 노숙인 김선화(50대) 씨가 우리옷방에서 옷을 살펴본 횟수다. 

 

선화 씨는 옷깃이 있는 반소매 셔츠와 여름용 긴 바지를 얻으러 우리옷방에 왔다. 필요한 옷을 찾으려 여성용 상의 68개를 모두 세 차례, 하의 28개를 모두 두 차례씩 살펴봤다. 총 260여 번이다. 그럼에도 맞는 치수의 옷을 찾지 못했다. 옷깃이 있는 줄무늬 반소매 셔츠와 노란색 면바지를 골랐지만 모두 작은 사이즈였다. 어쩔 수 없이 이거라도 가져가야겠다며 옷을 챙겼다.

 

용산역에서 거리 노숙을 하는 선화 씨는 여름옷이 꼭 필요해서였다. 이날 최고기온은 33도였다. 움직이면 땀이 나는 날씨다. 옷을 자주 갈아입지 못하니 땀 냄새를 없애려 다이소에서 산 나프탈렌 성분의 방향제를 스타킹에 넣고 몸에 지니고 있다고 했다. 선화 씨에겐 향기가 났다. 나프탈렌은 독특한 콜타르 냄새가 나는 결정형 고체다. 오랜 시간 노출되면 간과 신경계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우리옷방은 2012년 문을 열었다. 서울 중구 서울역 2번 출구 앞에 있는 노숙인 자활지원기관 서울시립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안에 있다. 개인, 기업, 단체 등에서 기부 받은 옷을 노숙인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곳이다.

 

지난해 선화 씨 같은 노숙인 2만 명(2만3191명, 2023년 기준, 중복포함) 이상이 우리옷방을 찾았다. 노숙인 복지법(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노숙인은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하는 거리 노숙인 만이 아니다. 쪽방, 고시원, 목욕탕 등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부족한 곳에서 생활하는 이들도 포함한다.

 

10평 규모 옷방엔 옷들이 종류별로 걸려있다. 옷방에 들어서면 오른쪽 벽면엔 여성용이, 왼쪽 벽면엔 남성용이 걸려있다. 옷들은 각각 반팔, 긴팔, 자켓, 바지 등 종류별로 구분되어있다. 우리옷방은 상의, 바지, 자켓, 신발, 양말, 속옷 등 의류 및 잡화뿐 아니라 샤워‧세탁서비스도 제공한다.

 

▲ 우리옷방 내부 모습. [사진=김신애 기자]

 

옷은 충분치 않다. 선화 씨처럼 필요한 옷을 찾지 못하거나, 빈손으로 돌아가는 노숙인들이 꽤 있다. 3년째 우리옷방에서 일하며 노숙인 자활 근로을 하는 50대 김성진 씨는 "보통 하루에 40명 정도 오는데 이 중에 15명 정도는 찾는 옷이 없거나 맞는 사이즈를 찾지 못해 빈손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중구에 있는 고시원에 거주하는 30대 허경호씨는 "상의 120, 하의 40~42사이즈 옷이 없어 빈손으로 간다"고 했다.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에서 노숙인 자활 근로로 주차관리를 담당하는 김정옥(70) 씨는 "상의와 하의를 가져가려고 했는데 바지는 30 사이즈가 없어서 가지고 가지 못한다"며 "여름은 땀이 나고 옷이 더욱 필요한데 옷이 부족하고 다양하지 못하다"고 아쉬워했다.

 

옷이 부족한 이유는 우선 후원받는 옷이 줄었기 때문이다. 매년 6~7월에 후원받은 상의, 하의, 점퍼 등 의류(상의, 하의, 점퍼 한정)는 2020년 4280개, 2021년 3935개, 2022년 2600개, 2023년 4670개, 2024년(5~6월) 3098개다. 2020년 대비 24년에 약 28% 감소했다. 반면 우리옷방을 방문하는 노숙인들은 늘고 있다. 2021년 1만8065명, 2022년 1만9198명, 2023년 2만3191명(중복 포함)이 우리옷방에서 의류 또는 잡화를 가져갔다.

 

▲ [자료=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후원받은 옷을 모두 제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옷방에서 전일제로 자활 근로를 하는 김성우 씨는 "들어온 의류 중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는 계절이 맞지 않은 옷, 촌스러운 옷, 심하게 긁히거나 찢어져 훼손된 옷 등이라 줄 수 없다"고 말했다.

 

▲ 우리옷방에 걸려있는 여성용 반소매 셔츠. [사진=김신애 기자]

 

김 씨는 또 "같은 옷이 여러 벌 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엔 노숙인들이 일명 '단체복'이라며 잘 가져가지 않는다"며 "노숙인들 사이에서는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쌍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했다.

 

우리옷방 전체 운영을 맡은 신형석 사회복지사는 "노숙인들을 위해 다양한 종류의 더 많은 옷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숙인들끼리 같은 옷을 입고 있으면 노숙인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어서다. 

 

옷이 부족하다 보니 노숙인들이 옷을 가져갈 수 있는 주기도 늘어났다. 지난 4월 30일부터 상의와 하의를 매주 1회에서 2주에 1회 지급하는 걸로 바뀌었다.

 

▲ 지난달 28일 우리옷방 남성용 옷걸이에 반바지는 하나도 걸려있지 않았다. [사진=김신애 기자]

 

노숙인들에게 옷은 필요하다. 6개월째 우리옷방에서 자활 근로를 하는 윤 모 씨(58)씨는 "거리생활을 하면 옷이 쉽게 더러워져 위생상 좋지 않고 자주 갈아입지 못하면 피부병에 걸리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숙인 분들은 질병을 앓고 있는 이들이 있고, 그중에서 당뇨병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꽤 있다"며 "이 경우 살이 썩어들어가 냄새가 나므로 옷을 갈아입지 못하면 건강상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우리옷방에서 자활근로를 했던 60대 방대수 씨는 "여기에 와서 옷을 고르고 세탁하는 노숙인들은 자활 의지가 있는 분들"이라며 "그분들이 마음에 드는 옷을 입는 일은 자신감을 위해 중요하다"고 했다.

 

▲ 우리옷방 포스터. [서울시립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제공]

 

KPI뉴스 / 김신애 기자 lov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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