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한 달' 혼선…버팀목대출 애매한 규정에 세입자들 고통

김신애 / 2024-03-12 17:45:38
은행 지점마다 '온전한 한 달' 기준 달라 혼란 유발
"'온전한 한 달' 기준 판단 위한 비법노트 돌아"
"애매한 '온전한 한 달' 규정, 명확히 해야 "

지난 1월 취업한 30대 직장인 김 모씨는 당월 A 은행에서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상담을 받았다. 대출 담당 직원은 2월 대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를 전제로 2월에 이사할 집을 구하고 가계약을 했다.

 

그런데 은행 직원이 뒤늦게 2월 대출이 어렵다며 말을 바꿨다. 버팀목 전세 대출 근로소득 산정기준에 따르면 재직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는 '온전한 한 달' 치 이상의 소득이 있어야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은행 측은 온전한 한 달의 의미를 1일부터 말일까지 전부 근무해야 하는 걸로 해석했다. 

 

1월 1일이 휴일이라 김 씨는 2일 취업했다. 은행은 1월 1일이 빠져 온전한 한 달 소득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2월에 온전한 한 달을 근무하면 3월부터 대출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씨는 2월에 이사하지 않으면 가계약금 포함 총 700만 원을 날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2월 한 달 간 월세로 살기로 임대인과 협의해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버팀목 대출 이자보다 비싼 월세를 내야했다.

 

10년 넘게 서울 영등포구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40대 공인중개사 호 씨는 김 씨와 같은 처지에서 고시원까지 가게 된 청년이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 청년의 버팀목 대출이 늦어진 경위는 김 씨와 같았다. 하지만 임대인이 보증금 전액을 내야 입주가 가능하다고 해서 청년은 한 달 간 고시원에서 지내야한다는 것이다.

 

▲ 고시원 건물 사진. [뉴시스]

  

버팀목 대출에서 공휴일도 예외로 인정하지 않는 '온전한 한 달' 규정 때문에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는 세입자들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2일 "1일이 빠지면 온전한 한 달로 인정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1월 2일 입사자는 3월부터 버팀목 대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버팀목 대출 수탁은행들의 내부 가이드라인은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1월과 3월처럼 1일이 공휴일인 경우는 당연히 1일 근무는 없고 취업자들은 2일부터 출근한다. 

 

▲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로고. [주택도시기금 기금e든든 누리집 캡처]

 

그래서 당연히 1월 2일부터 말일까지 일하면 온전한 한 달이라고 생각하는 세입자들이 대부분인데, 은행의 입장은 다르니 피해를 입는 사례가 종종 나온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2, 3년 전에 가산동에서 대출 업무를 했는데, 그 때도 버팀목 대출을 신청한 사회 초년생들은 1일이 빠져 대출이 미뤄지는 사례가 많았다"고 전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은행 본사에서는 "1월 2일 입사자는 3월부터 대출 가능하다"고 하는데, 다른 이야기를 하는 지점도 있어 세입자들이 더 혼란스러워한다. 

 

기자가 직접 대출 창구에서 문의해보니 여의도에 있는 우리은행 대출담당 직원 C씨는 "매달 1일이 근로 시작일이 아니어도 실질적으로 1달 근로에 대한 소득이면 온전한 한 달 치 소득으로 인정한다"고 했다. 

 

그러나 영등포 구청에 있는 신한은행 대출담당 직원 D씨는 "근로시작일이 1일이어야 하고 1일부터 말일까지 소득이어야 온전한 한 달 치 소득"이라고 했다.

 

규정이 애매해서 해석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히 1년 미만 근로소득 산정 기준에 관한 내용이 두루뭉술해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판단하는 게 어렵다보니 은행에서 직원들에게 여러 사례집을 나눠준다"며 "버팀목 대출 관련 비법 노트를 만들어 돌려보는 직원들도 있다"고 했다. 

 

▲ 버팀목 수탁은행인 A은행 부서 홈페이지에 나온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시 1년 미만 근로소득 관련 사례집. [A은행 사례집 프린트 캡처]

 

버팀목대출 보증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제공한다. HUG가 버팀목 대출 보증 제공 재원 등으로 활용하는 주택도시기금의 사이트에도 기준이 명확히 설명되어있지 않다. '재직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소득의 경우 1개월 이상 재직하여 온전한 한 달치 이상의 소득이 존재해야 한다'라고 나온다. 예시로 '3월 4일 입사자의 경우 4월 30일까지 만근 후 대출 신청 가능'이라고 되어있을 뿐이다.

 

▲ 주택도시기금 기금 e든든 사이트에 나온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근로소득 산정 기준. [기금 e든든 사이트 캡처]

 

HUG 관계자는 "온전한 한 달은 꼭 1일부터 말일까지의 소득일 필요는 없고 말 그대로 한 달 근로하고 받은 소득이 있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입장과 다른 점을 지적하자 "관계기관과 협의해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국 애매한 규정이 문제라면서 "온전한 한 달이란 용어는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해 그 의미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제점을 알면서도 1월 2일 입사자가 2월부터 대출 가능할 경우 가계대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1달 일하고 전세 대출을 받게 하면 대출이 늘어나 집값을 끌어올릴 위험이 있다"고 염려했다.

 

KPI뉴스 / 김신애 기자 lov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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