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지금 단군 이래 가장 싸다"

이수민 기자 / 2026-10-21 16:59:03
김한진 이코노미스트 21일 KPI뉴스 유튜브 '뉴스는 돈이다' 출연
"반도체 급락, 실적 아닌 수급 문제…AI 투자 불확실성에 포트폴리오 조정 겹쳐"
"빅테크 투자 여력·유료 서비스 수요 주목…실적으로 투자 성과 확인돼야 불신 완화"
"현금 30% 확보하고 투자처 분산해야"…반도체·AI 비중 모두 비우는 전략 경계"

코스피가 반등했지만 시장의 체감 온도는 여전히 차갑다. 지수는 6000선 밑에 머물고,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삼전닉스)는 전 고점까진 까마득하다. "AI 버블이 꺼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 속에 시장은 가늠하고 있다. 거품이 꺼지는 과정인가, 바닥을 다지고 다시 오르는 출발점인가.


김한진 이코노미스트(박사)는 이번 급락이 버블 붕괴의 예고편은 아니라고 본다. 펀더멘털(기업의 기초체력)보다는 수급의 문제에 무게를 두며, 중장기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김 박사는 21일 KPI뉴스·kbc광주방송·강관우의 의식주주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뉴스는 돈이다-뉴돈'에 출연해 AI 사이클과 한국 증시의 향방을 짚었다.


"세기의 강세장엔 우여곡절이 따른다"


김 박사는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 당시 주도주였던 시스코를 예로 들었다. 시스코 주가는 100배가량 올랐는데, 그 과정에서 10~20%씩 급락한 것만 15번 정도였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초 대비 십수 배 오른 뒤 고점에서 45% 빠졌다고 짚었다. 세기에 한 번 오는 강세장이라면 이 정도 조정은 각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관건은 이번 조정이 단순한 기술적 조정인지, 버블 붕괴의 예고편인지다. 그는 PER(주가수익비율) 4~5배 수준인 삼전닉스 주가가 '버블'로 규정되려면 6개월~1년 뒤 두 회사가 적자로 돌아서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급락 배경으로는 수급을 꼽았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반도체·모멘텀주에 몰린 글로벌 레버리지 ETF 규모는 하이닉스 주가가 300만 원을 넘던 6월 말~7월 초 600억 달러까지 불어났다. 이 물량 일부가 AI 투자 불확실성과 맞물려 쏟아졌고, 변동성 큰 메모리주를 팔아 애플·알파벳이나 금융 업종으로 갈아타는 포트폴리오 재조정 과정에서 한국 반도체가 집중포화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금리가 아니라 AI 사이클의 진실게임"


AI 버블론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빅테크의 AI 관련 데이터센터 투자가 연간 1조 달러, 2030~2032년까지 누적 6조~7조 달러에 이르더라도 같은 기간 미국 누적 GDP(국내총생산)의 2% 안팎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기꺼이 비용을 내며 AI를 쓰고 있고, 경쟁사가 투자하면 나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투자가 쉽게 꺾이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를 운영하는 기업)들의 차입 여력도 투자 능력으로 봐야 한다며 자금 고갈 우려에 선을 그었다.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의 15%대 자금 조달 금리를 둘러싼 신용위험 확산 우려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금리 수준만이 아니라 국채 대비 스프레드(회사채 금리와 국채 금리의 차이)를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생기더라도 데이터센터 같은 자산을 헐값에 사들일 대기 매수세가 있어, 금리가 올라도 갈 사이클은 간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중동 리스크는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변곡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협상이 틀어진 채 '누가 오래 버티나' 치킨게임이 이어지고 있지만,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군사작전 재개 동력이 약해지고 경제난에 몰린 이란도 출구를 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 경제 역시 결국 AI 사이클에 달렸다고 했다. 그는 실업률 4.2% 수준의 고용시장도 구조적인 은퇴 증가와 이민자 추방 등의 영향이 맞물린 아슬아슬한 균형이라고 평가했다. AI가 무너지면 고용과 소비도 함께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연착륙을 가정하면 내년 시장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단군 이래 가장 싼 레벨…AI 디스카운트"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은 극단적 저평가 상태로 진단했다. 그가 제시한 한국 증시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1.1배 수준, 올해 예상 ROE(자기자본이익률)는 28%다. 지난 15년 평균 ROE 8%만 적용해도 코스피 5500이 정당화된다는 계산이다. 그는 "AI 사이클이 경착륙만 아니라면 단군 이래 가장 싼 레벨"이라며, 반도체의 시가총액 비중이 큰 구조에서 생긴 'AI 디스카운트'라고 규정했다.


주주환원도 반등 재료로 꼽았다. 그는 10월 말 SK하이닉스, 내년 1월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발표를 예상하며 이 기간 주주환원이 다시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현금 30%는 무조건…반도체 다 비우는 건 위험"


비관 시나리오도 열어뒀다. 코어위브발 충격이 오라클을 거쳐 오픈AI·앤트로픽의 상장 추진까지 위축시키고 AI 사이클 자체를 흔드는 '도미노'가 현실화하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판단 기준은 실제 수요다. AI 서비스의 유료 이용 확대와 데이터센터 임대료·마진율 등 투자 성과가 두 분기 연속 실적에서 확인되면 시장의 불신도 줄어들 것으로 봤다.


그는 2020년 이후 단기적인 악재에 반도체지수가 10% 넘게 빠진 일이 다섯 번이나 있었다며, 주가에 매몰되지 말고 낙관론과 비관론의 허점을 담백하게 따져보라고 조언했다.


투자 전략으로는 "현금 30%는 무조건 확보"를 강조했다. AI 사이클을 검증하는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반도체와 AI를 다 비우고 다른 데로 도망가는 것도 위험한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KPI뉴스 / 이수민 기자 smlee68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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