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안에도 'AI 붐' 기대감 여전…코스피, 급락·급등 오가는 '널뛰기' 장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기 종전'을 시사했지만 '희망사항'일 뿐일지 모른다. 이란은 미국 기대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권력을 승계한 '순교자' 하메네이 차남 모즈타바는 반미 결사항전 의지를 드러내고 혁명수비대는 "완전 복종"을 맹세했다.
세계 경제엔 천둥과 번개를 품은 먹구름이 가득한 형국이다. 국제유가는 '롤러코스터'를 타며 한국경제를 짓누르고 증시는 폭락과 급반등을 반복하는 전례없는 변동성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10일 오후 4시 기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일(현지시간) 종가 대비 5.44% 떨어진 배럴당 89.6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5.37% 내린 배럴당 93.65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전날 장중 배럴당 120달러 가까이 치솟았다가 이날 오전 80달러대 초반으로 떨어지는 등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종전 기대감'과 '전쟁 장기화 우려'가 뒤섞인 탓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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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선원이 직접 촬영한 호르무즈 인접 아랍에미리트 제벨알리항.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제공] |
이날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이 유가 안정화를 위해 전략 비축유 방출 등 필요한 조처를 취할 것이란 공동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종전을 시사하면서 유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대 이란 전쟁에서 결정적으로 승리하고 있다며 "전쟁은 곧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기적으로 이란의 드론, 미사일, 핵무기 등 어떤 위협도 없이 석유 공급은 훨씬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여러 나라들도 전쟁을 멈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 여러 나라가 휴전과 관련해 연락해 왔다"고 말했다.
반면 이란이 초강경 모드인 점은 유가에 상향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10일(현지시간)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전쟁의 끝을 결정하는 건 (미국이 아닌) 우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된다면 이 지역에서 단 1리터의 석유 수출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지속할 뜻을 내비쳤다.
IRGC는 전날에도 "배럴당 200달러가 넘는 유가를 감당할 수 있다면 이 게임을 계속하라"며 강경한 자세를 표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우리는 휴전을 원하지 않으며 침략자들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했다.
여러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장기전을 감당하기 힘들 거라고 관측한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고유가와 주가하락은 악재다.
그러나 이란은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성전'(지하드)으로 규정하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자세다. 이란 국가지도자운영회의는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알리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국가 최고지도자로 선출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대미 강경파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종전 선언'을 하더라도 이란이 전쟁을 지속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씽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은 "미국이 물러나도 호르무즈 해협이 최대 몇 개월 더 봉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한동안 더 고공비행할 것으로 예측한다. 독립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당분간 80~120달러 사이 높은 레벨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키움증권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일정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유가는 90달러에서 120달러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증시는 더 복잡하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5.35% 오른 5532.59로 장을 마감했다. 삼성전자(18만7900원)는 8.30%, SK하이닉스(93만8000원)는 12.20% 급등했다.
전쟁 발발 후 코스피는 연일 급락과 급등을 오가고 있다. 지난 4~5일 이틀에 걸쳐 20% 가량 떨어졌다가 6일 9.63% 뛰었다. 이번 주에도 9일 5.96% 하락했다가 바로 다음 날 반등했다.
큰 폭의 하락을 겪고 난 뒤에는 한동안 바닥을 다지는 시기를 거치던 과거 주가 흐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조기 종전 기대감과 전쟁 장기화 우려가 뒤섞인 데다 '인공지능(AI) 붐'에 대한 믿음은 여전히 탄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쟁 염려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락하면 즉시 저가 매수세가 밀려들곤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변동성이 높다보니 매도한 주식을 다시 사는 투자자가 많아 급락과 급등이 반복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한 개인투자자는 "안정적인 투자가 힘든 환경이지만 단기 매매에는 적격"이라며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하면 샀다가 상승하면 다시 파는 행위를 반복 중"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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