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악연 털고 힘 합치자…文정부 공과 승계해야"
李, 김부겸·임종석·김동연 만날 예정…신경전 조짐
任 "우클릭은 정답 아냐"…김동연 "개헌 얘기할 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박용진 전 의원과 만났다. 이 대표가 최근 본격화하고 있는 '포용 행보'의 일환이다. 지난 13일엔 친문계 적자인 김경수 전 지사를 대면한 바 있다.
비명계 잠룡들과의 '연쇄 회동'을 통해 당의 통합을 꾀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이 대표 '일극체제'에 대한 비판과 비호감 1위 기록에 대한 부담을 덜겠다는 계산도 엿보인다. 조기 대선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만남은 특히 주목됐다. 박 전 의원이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비명계 의원들이 무더기 낙천된, 이른바 '비명 횡사'의 상징적 인물이어서다. 두 사람이 만난 건 박 전 의원의 낙천 후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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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용진 전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두 사람은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함께하며 배석자 없이 약 1시간 40분가량 비공개로 대화했다. 김성회 대변인은 오찬 후 백브리핑을 통해 발언 내용을 전했다.
이 대표는 먼저 "힘든 상황인데도 함께해 줘서 고맙다"며 "공천 과정에서 고통을 받은 것에 대해 안타깝고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전 의원은 "총선 과정에서의 일들이 저한테는 모진 기억이지만 이렇게 웃는 얼굴로 맞이할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 대표는 "당 일을 하다 보니까 내 손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아 저도 더 힘들다"며 "박 의원이 가슴 아픈 걸 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은 지금의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하는 게 아닐까 싶다"며 "그 속에 박 의원 역할이 있을 거고 앞으로 더 큰 역할을 같이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박 전 의원은 "대표님 할 일이 제일 많다"며 "당이 힘을 합치고 통합해 나가야 그다음에 국민 통합으로 또 나갈 수 있다"고 공감을 표했다. "국민들의 걱정과 불안을 떨쳐내고 내란 추종 세력의 기득권을 저지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자칫 잘못하면 대한민국에 파시즘이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그걸 차단하는 게 민주당 역할이고 민주당도 손잡고 승리를 만들어 나가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만남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지난 일은 지난 일이고 과거에 붙잡히면 미래로 나갈 수 없다. 오늘 여기 온 것으로 진한 악연은 털고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힘을 합치자는 말씀을 드리려고 한다"고 전했다.
박 전 의원은 오찬 뒤 기자들과 만나 "2030 세대의 국민이 볼 때는 민주당의 말과 행동이 달라 정치적·도덕적 내로남불 사례가 너무 많이 쌓였고 이를 두고 '낡은 정치'라고 말하니 그런 면에서 세대교체와 586 정치의 청산이 필요하다는 제 소신을 말씀드렸다"고 소개했다.
또 "이 대표가 대략적으로 공감한 것 같고 저는 (이를 위해) 정책이나 사람 등용이 많이 달라져야 할 거라는 필요성을 제기했다"며 "조기 대선이 열리면 경선 룰 관련해 여러 이견을 많이 받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원래 중도·보수 정당"이라는 이 대표 발언으로 촉발된 정체성 논란에 대해선 "국민 삶을 안정시키는 노력을 해야 할 때 예송논쟁으로 날을 지새우는 정치세력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오는 24일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만찬을 함께 할 예정이다. 27일에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오찬을 하고 28일엔 김동연 경기지사와 만나기로 했다.
비명계 주자들은 만남을 앞두고 저마다 이슈를 놓고 이 대표를 압박하는 모습이어서 신경전이 벌어지는 조짐이다.
김 지사는 개헌론에 선을 긋는 이 대표를 또 겨냥했다. 김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한 언론 기사를 게재하며 "개헌은 '블랙홀'이 아니라 새로운 나라를 여는 '관문'"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재명 대표님, 지금이 바로 개헌을 이야기할 때입니다. 3년 전, 두 손 잡고 국민 앞에서 약속드렸습니다. '제7공화국 개헌', 이번에는 반드시 이뤄냅시다."라고 했다.
김 지사가 공유한 기사는 2022년 3월 1일자로 이 대표와 '정치 교체 공동 선언'에 합의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각각 대선 후보였던 두 사람은 △87년 체제 바꾸는 개헌을 위해 대통령 임기 단축 △제7공화국 개헌안 만들기 등을 약속했다.
임 전 실장은 이 대표의 '중도보수론'을 직격했다. 임 전 실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중도 보수 정당이 아니다"라며 "이를 용인하면 앞으로 숱한 의제에서 물러서야 할지 모르는데, 이는 실용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고 대표가 함부로 바꿀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 전 실장은 "인권과 평화, 민주주의, 성장과 복지의 균형을 강조해 온 민주당이 어찌 중도 보수 정당이겠나"라며 "설익은 주장은 진보 진영과의 연대를 어렵게 할 수도 있다"고 몰아세웠다.
이 대표는 그러나 '실용주의'를 거듭 강조하며 비명계 반박을 일축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중도·보수 논쟁이 한창인데, 세상이란 흑백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어떻게 흰색 아니면 검은색이라고 주장하나"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도 우리 당의 입장을 보수 또는 중도 보수라고 많이 말씀하셨다"고 못박았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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