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 "이재명 집값정책 실행할 사람 필요"...LH사장 '출사표'

유충현 기자 / 2026-03-11 17:09:33
"이 대통령 지시 이행할 관료·정치인 안 보여"
"SH에서 했던 개혁 LH에서 수도권 전체로 확대"
"매입임대 중단·원가 공개·토지 매각 중단 추진"
"LH자산 500조 넘는데, 부채 165조 걱정하나"

김헌동 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은 부동산 개혁가다. 수십 년간 집값과 전쟁을 벌여왔다. 부동산 개혁에 인생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집값 잡기' 최전선에 나선 지금 김 전 사장이 더 큰 역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 전 사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재공모 지원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의지를 실현할 관료와 정치인이 보이지 않는다"며 "힘을 보태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김 전 사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성남시장, 경기지사 시절 10년간 주택정책을 조언하고 함께 논의하던 사이다.


LH 사장직은 현재 공석이다. 지난해 11월 1차 공모가 진행됐지만, 내부 출신만 후보로 올리자 이 대통령이 직접 "외부에 사람이 없어 내부에서만 뽑느냐"고 질타했다. 정부는 임원추천위원회를 전면 재편한 뒤 재공모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건설업계 출신인 김 전 사장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20년간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을 이끌었다. 2021년부터 3년 동안은 SH공사 수장으로 일하며 분양원가 공개·후분양제·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른바 '반값 아파트') 공급을 밀어붙여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철옹성과도 같았던 '부동산 공화국'에 균열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김 전 사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2010년 성남시장 시절부터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판교신도시 원가 자료를 요청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소통하며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공약인 '기본주택'도 이 과정에서 나왔다고 한다. 

 

김 전 사장은 11일 KPI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지시를 이행할 인물이 필요하다"며 LH 지원 배경과 개혁 구상을 쏟아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김헌동 전 SH공사 사장. [이상훈 선임기자]

 

—SH공사 퇴임 후 어떻게 지냈나.

 

"휴식도 하고 여행도 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의 주택정책을 주의 깊게 봤다.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방향이 맞다고 본다. 하지만 장관이나 정치권이 잘 받쳐주지 않는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 지시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안 움직인다. 이 대통령도 답답하니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SNS에 글을 올리면서 나서고 있는 것 같다."

 

—이재명 정부 출범 초인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은 집값 잡는 법을 너무 잘 안다, 문제는 실행력"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금도 같은 평가인가.

 

"대통령은 계속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그런데 입법하거나 정책을 실행할 관료·정치인·공기업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통령이 지시하면 즉시 그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누군가 함께 손발을 맞춰줘야 한다."

 

—예를 들면 어떤 것이 미진하다고 보나.

 

"대통령이 방향을 제시하면, 관료들은 구체적인 안을 법과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지시한 것만 마지못해 뒤따라오는 수준이다. 일례로 LH만 봐도 그렇다. 개혁을 하라는데 개혁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서 거의 1년 동안 시간만 끌고 있다. 무엇을 개혁할지는 이미 다 나와 있는데, 시간만 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까지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여럿 있었다. 어떻게 보나.

 

"공급대책만 보면 전혀 대통령 의지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본다. 일례로 매입임대 늘린다는 게 무슨 공급대책인가.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LH가 호구냐, 원가 1억짜리를 1억2000~1억3000에 사들이냐'고까지 지적했다. 정부와 공기업이 나서서 업자들이 짓다 안 팔린 것을 사들일 필요가 없다. 집이 팔리지 않아서 집값이 떨어지고, 팔려고 내 놓아도 안 팔리면 그때 싸게 사면 될 일이다."

 

▲ 김헌동 전 SH공사 사장. [이상훈 선임기자]

 

—LH 사장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엇부터 하겠나.

 

"세 가지다. 매입임대 즉각 중단, 원가 공개, 토지 매각 중단이다. SH에서 했던 것을 LH에서 수도권 전체로 확대하는 거다. 3기 신도시 전부 건물만 분양으로 전환하고, 두 달에 한 번씩 3억~4억 원대 건물분양 아파트를 계속 내놓으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된다. 토지는 팔지 말아야 한다. 토지를 계속 보유하면 임대수익도 생긴다."

 

—이한준 전 LH 사장은 국정감사에서 "LH가 직접 시행하게 되면, 택지매각 수익이 사라지고 결국 분양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값이 계속 오를 비싼 땅을 왜 파나. LH는 논·밭·임야를 사서 택지로 만드는 곳이다. 갖고 있으면 계속 오른다. 임대료 받으면서 보유하면 된다. 자기 땅이라면 팔겠나. 갖고 있으면 계속 오르는데."

 

—LH 부채가 165조 원이다. 재무 안정성 걱정이 나온다.

 

"다들 부채만 이야기한다. 그런데 자산이 얼마인지 얘기하지 않는다. 자산이 500조가 넘는다. LH가 보유한 주택만 150만 채다. 한 채에 3억씩만 쳐도 450조 원이다. 땅도 전국에 수백 조 원어치다. 부채 많다고 호들갑 떠는 건 땅을 팔아먹으려는 논리다. 어디에 얼마나 자산이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면 걱정 안 해도 될 것이다."

 

—LH라는 초거대 공기업 조직의 관성이 쉽게 변할까.

 

"바로 그 점에서 시민운동 출신의 장점이 있다고 본다. 지금껏 대부분 LH 사장은 국토부와 정치권, 청와대 압력에 그냥 따라갔다. 반면에 나는 20년간 그런 사람들을 감시하고 비판했다. 이후 3년간 공기업 사장 해본 경험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성남에서 시민운동으로 시작해서 정치인이 된 것 아닌가. 서울에서 3년간 관료를 설득하고 원하는 정책을 추진해 봤다. LH에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통령과 손발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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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현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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