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여파, 정비사업 수주 '쩐의 전쟁' 격화

설석용 기자 / 2025-07-23 17:22:30
이주비 대출 6억 제한, 조합원 전전긍긍
건설사 PF 등 금융 지원 메달려야 할 판
건설사들 신용등급, 자금력 시험대…부담은 커져

"시공사 정해졌고 이주는 2년 정도 남았는데, 벌써부터 이사 못 간다고 난리입니다."
 

서울 성수동 한 재건축 단지 조합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달 말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 때문에 재건축 공사 기간 중 거주할 집을 마련하기 어려웠다는 하소연이다.

그는 23일 KPI뉴스에 
"정 안되면 시공사가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일으키기로 했는데 금리가 높아 특별한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 "닥쳐봐야 알겠지만 이주비가 안 되면 올스톱"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 여의도 재건축 단지 조합장은 "대형 건설사들과 자주 얘기하고 있는데 이주비가 고민이다. 규제가 2, 3년까지 가겠나 싶은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 서울 성동구 아파트 전경. [이상훈 선임기자]

 

이주비도 기존 주택을 담보로 최대 6억 원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조합원들의 부담이 커졌다. 시공사들의 금융 지원에 의지해야 할 판이다.

 

이주비는 재개발이나 재건축 조합원들이 공사 기간 동안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겨 생활해야 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이사 비용과 전세보증금 등이 해당된다.


이날 서울시 정비사업정보몽땅에 따르면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등을 비롯한 정비사업 구역 중 6·27 대출 규제가 적용되는 곳은 대략 600곳 이상으로 파악된다.

 

행정절차상 '관리처분인가'를 받기 전 단계에 있는 곳들이다. 사업시행인가(91곳), 조합설립인가(349곳), 추진위원회승인(89곳), 정비구역지정(41곳) 등 단계가 해당된다.

아직 정식 절차는 밟지 않았지만 정비계획을 수립하거나 안전진단 단계에 있는 곳들까지 하면 서울 600개 구역 이상이 대출 규제를 받게 된다.

 

대표적으로 강남 개포주공5단지와 6·7단지, 대치동 우성1차, 쌍용1·2차, 은마아파트 등이 있다. 한남뉴타운도 2~5구역 중 3구역만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상태이고 나머지 2구역과 4·5구역은 모두 대출 규제 대상이다. 목동 재건축 단지들과 압구정 재건축 전 구역도 규제를 받는다.

 

사업 속도가 빠른 곳은 이르면 올해 말 또는 내년 초부터 이주를 해야 한다. 압구정동 한 공인중개사는 "압구정 아파트가 아무리 비싸다고 해도 담보대출이 6억밖에 안 나오는데, 현금 쌓아놓고 사는 사람 아니면 이사 가는 게 막막할 것"이라며 "여기는 두 채, 세 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사람들은 대출이 아예 안 나온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신용을 담보로 빌려주는 추가 이주비 대출은 가능하다.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채권 이자율은 낮고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건설사들의 신용상태가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국내 시공능력평가 10위권 건설사 중 삼성물산이 AA+로 가장 높다. 이어 현대건설·DL이앤씨·현대엔지니어링이 AA-, 포스코이앤씨 A+, 대우건설·GS건설·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 A, SK에코플랜트 A- 수준이다.
 

이미 올해 초부터 건설사들의 금융 전쟁은 치열했다. 신용등급이 가장 높은 삼성물산은 지난 1월 한남4구역 수주전에서 조합원 기본 이주비 LTV 50%에 100%를 추가한 LTV 150%(12억 원)의 파격적인 금융 조건을 제시했다.

 

최근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시공권을 따낸 HDC현대산업개발도 LTV 150%(20억 원)를 제안했다. 오는 9월 시공사 선정을 앞둔 개포우성 7차는 삼성물산이 LTV 150%, 대우건설이 LTV 100%를 제안하며 경합을 벌이고 있다.

 

경합이 치열해질수록 건설사들의 부담도 커진다. 기존보다 더 큰 자금을 확보해야 하고 리스크로 인한 책임도 만만치 않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개인의 대출 보증보험 비율이 적어지고 있다는 것도 우려"라며 "금융 사고나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시공사에 오는 여파도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와중에 올 하반기 대어급 수주전이 기다리고 있다. 최근 시공사 입찰을 시작한 여의도 대교아파트는 삼성물산과 롯데건설의 2파전 양상이다. 오는 10월 시공사 선정을 앞둔 송파 한양2차는 GS건설과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이 관심을 갖고 있다. 또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는 현대건설과 GS건설이, 2지구는 포스코이앤씨와 DL이앤씨의 경합으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14조 원 규모의 압구정 재건축은 지난달 2구역이 시공사 입찰을 시작하며 막을 올렸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2차전 구도에서 삼성이 하차하며 현대의 단독 입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조합원들은 압구정 재건축 첫 단추인만큼 현대가 얼마나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할 지 주목하고 있다.

 

한 정비사업 관계자는 "정말 돈의 문제가 됐다"며 "대출이 최대로 나온다고 해도 서울 집값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대부분 자기가 살던 입지 근처로 이사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KPI뉴스 /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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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석용 /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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