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책으로 중국 철강 시장 바닥 확인 중"
중동 분쟁에도 중국 수요 부진으로 유가 하락
"EU 탄소세 도입, 철강업 9년간 2조600억 부담"
대표적 기간 산업인 철강과 정유업이 중국만 바라보는 처지에 놓였다. 중국의 수요 부진으로 글로벌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의 악재가 덮친 탓이다. 두 산업은 최근 내놓은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코앞으로 다가온 탄소 규제에 맞춰야 하는 난제도 안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중국산 탄소강과 합금강 열간압연 후판 제품에 대한 덤핑 사실 및 국내 산업 피해 유무 조사를 이달 초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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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 포항 화진철강 공장에서 작업자가 크레인으로 철근을 옮기고 있다. [포스코그룹 제공] |
중국이 자국 내 과잉 생산 제품을 저가 수출로 밀어내 현대제철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제소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의 철강 순수출은 공급과잉 문제가 대두됐던 2014년 343억 달러로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341억 달러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특히 한국으로 향한 수출은 2022년 28억 달러에서 지난해 37억 달러로 32%가량 급증했다.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산 후판 유통 가격이 한국산보다 10만 원 이상 저렴해 수익을 내지 못할 정도라고 토로하고 있다. 후판은 선박 제조나 건설용으로 쓰이는데 현대제철에선 매출 비중이 1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조강 생산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소세가 지속돼 지난 1~7월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국내 철강 수요 둔화, 중국산 철강재 수입 부담 확대 추이 등을 고려할 때 조강 생산량 감소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중국산 유입에 따른 영향이 큰 열연강판, 후판의 가격 하락세가 장기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각각 28%, 49%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8일에는 글로벌철강포럼 장관급 회의에서 중국의 철강 과잉 설비에 대응해야 한다는 공동 선언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한국과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27개국이 가입한 단체다.
결국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희망이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추가 부양책 발표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철강 시장이 바닥을 확인 중이라 판단된다"며 "이는 시차를 두고 한국과 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 철강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포스코홀딩스의 수익성이 점차 개선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중국 내 철근, 열연 중후판 가격은 전월 대비 10%가량 올랐고 다음달에도 주요 업체들이 600위안(약 11만5000원) 대폭 인상할 계획이다.
정유업도 부진하다.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3분기 영업손실이 각각 3400억 원, 27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정유업은 국제 원유 가격이 떨어지면 그만큼 정제마진도 낮아져 실적에 악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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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텍사스주 디어파크의 셸 디어 파크 정유시설에서 불꽃이 타오르고 있는 모습. [AP 뉴시스] |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4월 배럴당 90달러까지 치솟았으나 현재는 70달러대 중반까지 떨어져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올해 석유 수요가 하루 193만 배럴, 내년엔 164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월에는 올해 203만 배럴, 내년 174만 배럴 증가를 예상했는데 하향 조정한 것이다.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수요 증가 예측은 기존 하루 65만 배럴에서 58만 배럴로 낮췄다.
이마저도 산유국 입장에서의 낙관이라는 분석도 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망치를 조정했지만 OPEC의 월간 보고서는 여전히 산유국이 원하는 시나리오를 보여주는 희망회로에 불과하다"며 지정학 이슈 완화 시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정유업도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얼마나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이뤄지는지에 명운이 달려 있는 셈이다.
또 하나의 피할 수 없는 리스크도 기다리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철강 등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CBAM)를 2026년 1월부터 본격 시행하기 때문이다. 수출하려면 탄소 배출량에 해당하는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철강은 가장 탄소 배출이 많은 업종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철강업계가 부담해야 하는 인증서 비용은 첫 해인 2026년에 851억 원에서 2034년에는 5589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9년간 2조6440억 원의 부담이다.
정유는 CBAM 업종에 아직 포함돼 있지 않다. 확대 논의가 진행 중이라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도 청정경쟁법(CCA)상 탄소조정세 부과 대상으로 정유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일 석유화학과 정유 업계의 탄소 중립 정책협의회를 열었다. 안국헌 대한석유협회 실장은 "정유 산업은 원료와 제품이 모두 탄소 기반이라 감축 기술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정부가 국가적 과제로 감축 기술 개발과 대체 원료 공급 체계 마련 등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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