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자 이스라엘' 비판 막는 '홀로코스트 특권화'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 2026-04-14 16:43:05
이스라엘군 전쟁 범죄 관련 이 대통령 SNS 논란
고문 등 극단적 인권 침해로 얼룩진 이스라엘 역사
이스라엘, 홀로코스트 성역화해 스스로 면죄부 부여
'홀로코스트 특권화, 부적절하고 근거 부족' 비판도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SNS에 올린 글이 논란이다. 이날 이 대통령은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어린이를 고문한 후 옥상에서 밀어 떨어뜨렸다는 내용의 영상을 SNS에 공유하고 "우리가 문제 삼는 위안부 강제, 유대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와 다를 바가 없다"고 썼다.

이스라엘 외무부가 반발하면서 외교 문제로 번졌다. 이스라엘 측은 이 대통령 발언이 "유대인 학살을 경시하는 것으로 용납할 수 없고 강력한 규탄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끊임없는 반인권적 반국제법적 행동으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전 세계인들의 지적을 한번쯤은 되돌아볼 만도 한데 실망"이라고 반박했다. 

 

▲ 이재명 대통령이 이스라엘 측 비판에 반박하며 SNS에 올린 메시지. [이재명 대통령 SNS 이미지 갈무리]

 

외교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SNS를 통해 의견을 밝히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문제와 별개로, 이번 논란에는 홀로코스트와 관련해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중요한 논점이 담겨 있다. 홀로코스트 특권화 문제다.

이 대통령이 공유한 영상은 2024년 9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에 관한 것이다. 이스라엘 두둔에 앞장서온 미국 백악관조차 당시 "매우 충격적"이라고 밝힌 사안이다.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 논란 사례는 이것만이 아니다. 유엔 조사위원회는 이스라엘 정부와 군대가 2023년 10월 가자 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한 후 팔레스타인인을 대상으로 제노사이드 즉 집단 학살을 자행했다고 지난해 발표했다. 이에 앞서 국제형사재판소는 2024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에게 반인도적 범죄와 전쟁 범죄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이스라엘의 이런 모습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48년 건국한 이스라엘의 역사를 돌아보면 팔레스타인인 등에 대한 고문, 강제 추방 같은 극단적 인권 침해 사례로 얼룩져 있다. '학살자 이스라엘'이라는 비판이 여러 국가의 시민 사회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

이스라엘은 비판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미국의 노골적 비호, 유대계 국제 자본의 지원, 사실상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의 강력한 군사력 등이 주요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와 함께 고려해야 할 것으로 홀로코스트의 정치적 활용이 거론된다. 2차대전 시기에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로 약 600만 명의 유대인이 희생됐다. 문제는 이스라엘 측이 홀로코스트를 근거로 유대인을 영원한 희생자인 것처럼 내세우며 자국이 자행하는 학살 등에 대해 스스로 면죄부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동원되는 대표적인 기제가 홀로코스트 특권화다.

홀로코스트 특권화는 성역화, 신성화, 신화화로도 표현된다. 그 기본은 홀로코스트를 세계사에서 유일무이한, 그 이전에도 없었고 그 이후에도 존재하지 않는 비극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런 논리대로면, 비유대인 학살 피해를 홀로코스트와 견주는 것 자체가 신성모독이 되는 셈이다. 이 대통령 글에 대해 이스라엘이 '유대인 학살 경시'라며 발끈한 것과 통하는 맥락이다. 홀로코스트 특권화 논리는 이스라엘 비판을 반유대주의, 유대인에 대한 부당한 공격으로 몰아가는 행태와 직결된다.

홀로코스트 특권화는 부적절할 뿐 아니라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나치가 유대인을 근대적·체계적 방식으로 학살한 점 등 홀로코스트만의 특징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인류사의 다른 주요 학살을 부차적 사건으로 치부하고 홀로코스트만이 그것들과는 차원이 다른 '비교 불가' 학살이라고 내세우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세계사를 살펴보면 피해 규모, 내용에서 홀로코스트 못지않은 비극을 겪은 이들이 존재한다. 유럽인에게 대학살을 당한 아메리카 대륙 선주민(세칭 인디언), 노예로 아메리카에 끌려가 강제 노동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은 아프리카인 등이 그러하다. 또한 나치가 유대인만이 아니라 공산주의자로 간주된 러시아인, 집시, 장애인 등도 다수 학살한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인종주의, 반공주의 등과 결합한 홀로코스트 특권화 논리가 득세한 결과 서구 미디어에서는 비유대인 학살 피해 등이 홀로코스트에 비해 훨씬 덜 다뤄진다. 사과, 배상, 보상 문제 진척도도 홀로코스트에 비할 수준이 아니다. 학교 교육은 물론 할리우드 영화 등을 통해 홀로코스트를 다양한 방식으로 상기시키는 담론이 계속 생산되는 것과 대비되는 풍경이다.

특권화가 홀로코스트 이외에 서구인이 자행한 다른 학살 사례의 심각성을 일정하게 가리는 효과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비교 불가' 홀로코스트를 자행한 나치의 악독함을 부각하면서 다른 서구 열강의 학살 책임은 눈에 덜 띄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담론 지형이 왜곡돼 홀로코스트 연구가 보편적 인권 옹호와는 거리가 먼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의 진보적 언론인 크리스 헤지스는 홀로코스트 연구자 대다수가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학살에는 침묵하면서 이스라엘과 맞서는 하마스만 규탄한다고 지난해에 비판했다.

 

▲ 2024년 7월 24일(현지 시간)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연설하는 동안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가 네타냐후 형상의 허수아비를 들고 내셔널몰 인근에서 행진하고 있다. 시위대는 네타냐후 총리를 "전범", "학살 총리"라고 비판했다. [AP/뉴시스]

 

특권화 위험에 빠지지 않고 홀로코스트를 어떻게 교훈으로 삼을 것인지에 대해 시사점을 주는 사례도 있다. 그중 홀로코스트 피해자와 관련된 두 가지만 살펴보자.

한 사람은 홀로코스트 성역화를 파헤친 책 '홀로코스트 산업'(2000년)을 쓴 유대계 미국인 정치학자 노르만 핀켈슈타인의 모친이다. 나치 강제 수용소 생존자인 핀켈슈타인의 모친은 아프리카계 흑인, 베트남인, 팔레스타인인이 겪는 고통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는 모두 홀로코스트 희생자란다."

다른 한 사람은 2차대전 때 나치 강제 수용소에 갇혔던 유대계 이탈리아인 프리모 레비다. 이스라엘의 비호 아래 레바논 우익 민병대가 팔레스타인인 등을 대거 죽인 사브라-샤틸라 학살이 발생한 1982년 레비는 이스라엘을 강하게 비판했다. 홀로코스트를 절대화하지 않고, 홀로코스트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이들의 고통에 공감하려 한 결과로 풀이된다.

 

KPI뉴스 /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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