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세계②]중국, 캐시카우에서 한국 흔드는 경쟁국으로

박철응 기자 / 2025-02-04 17:38:37
'딥시크' 충격파, 춤추는 로봇...中 기술력 과시
양국 의존도 상반된 방향, 구조적 적자 우려
트럼프 관세 전쟁까지 덮쳐 경쟁력 약화 위기
"중국을 이전처럼 보면 안돼, 전략적 경쟁·협력"

최근 세계에서 가장 '핫한' 도시를 꼽으라면 중국 항저우를 꼽을 수 있다. 전세계에 충격파를 던진 딥시크(DeepSeek)를 비롯해 AI와 로봇 등 첨단 기술 분야의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포진하고 있다. 앞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1999년 설립된 곳이기도 하다. 

 

알리바바는 2016년부터 항저우를 스마트시티로 개조하는 '도시대뇌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교통과 에너지, 배수 등 기초시설을 모두 데이터화해 AI 기술로 자체 조절하는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교통 흐름에 따라 작동하는 스마트 신호등을 설치해 교차로 차량 통행 시간을 15%가량 줄이고 수만개의 CCTV가 교통경찰의 역할을 대신하는 식이다. 

 

▲ 지난달 29일 중국 국영 중앙(CC)TV 설특집 종합 쇼 프로그램인 '춘완(春會)'에서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군무를 선보이고 있다. 방송 화면 캡처 [뉴시스]

 

딥시크의 탄생 토양에 이 같은 첨단 혁신 환경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하면 지난달 말 중국 관영방송을 통해 방송된 춘제(春節·중국의 설) 갈라쇼에서는 화려한 군무를 선보인 휴머노이드 로봇 16대가 화제였다. 무용수들과 호흡을 맞춰 손수건을 손에서 돌리다가 공중에 띄운 뒤 다시 받아내는 고난도 동작을 능숙하게 소화했다. 이 로봇들은 3개월간 AI 기반 훈련을 거쳤다. 공연 연출은 중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영화감독 장이머우가 맡았다. 

 

더 이상 '값싼 중국산'만이 아니라 기술력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자신감의 표출로 비친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재설정되는 변곡점에 놓였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수출액 6838억 달러 중 대중 수출이 1330억 달러로 19.4%를 차지한다. 대(對)미국 수출은 1278억 달러, 대아세안 수출은 1140억 달러로 뒤를 이었다. 

 

여전히 중국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축이자 변수인데, 무역수지는 악화되고 있다. 2010년대에 400억~500억 달러의 흑자를 거뒀으나 미중 무역 분쟁이 촉발되면서 2019~2021년 200억~300억 달러로 축소됐고 결국 2023년에 180억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경기 회복 등으로 다소 나아졌지만 여전히 68억 달러 규모 적자를 보였다. 

 

한국 경제 발전의 기반이 돼 주었던 거대한 시장이자 생산기지가 이제는 오히려 우리를 위협하는 경쟁국으로 변모해가는 양상이다. 교역 구조 추이를 보면 질적 변화가 감지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평판디스플레이와 센서는 2009~2013년 대중국 수출 품목 1위, 2014~2019년 2위였으나 2023년에는 6위로 떨어졌다. LCD 분야에서 중국이 경쟁력을 높이면서 자국산으로 대체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9월 중국 광저우 LCD 공장을 현지 기업에 매각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2022년에 LCD 사업을 접었다. 중국 기업의 공세적 시장 장악이 빚은 결과였다. 

 

석유제품은 중국과의 교역 초기였던 2000년 1위였으나 지속적으로 비중이 줄어 2023년에는 8위로 낮아졌다. 컴퓨터는 2005년 2위였으나 2020년 6위로 떨어졌고 2023년에는 아예 10대 수출 품목 밖으로 밀려났다. 자동차부품도 2015년 4위였지만 2023년엔 10위권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오히려 대중국 수입 품목 10위에 자동차부품이 올랐다. 베이징과 충칭 등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 업체들이 생산량을 대폭 축소했고, 중국 기업으로부터 공급받는 부품은 늘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의류는 2000년 1위였는데 2023년 7위로 떨어졌다. 

 

2023년 수입 10대 품목에는 2015년에 없던 정밀화학원료(2위), 산업용 전기기기(4위), 건전지 및 축전지(7위), 의약품(9위)이 나타났다. 이차전지 중간재와 완성품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한국의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부터 21~23%대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2010년에 16.8%였던 것과 비교하면 의존도가 커졌다. 반면 중국의 수입에서 한국의 비중은 2015년 10.9%로 정점을 찍은 이후 줄곧 낮아져 2023년 6.3%에 그친다. 

 

산업연구원은 "중국에 수출할 상품이 줄고, 중국으로서는 한국에서 수입할 상품이 감소하는 양상"이라며 "중국이 한국에서 주로 수입하던 중간재 등의 품목에서 자립도가 상승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상대적으로 의존도가 높은 국가가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적 상황에 처한 셈이다. 

 

더욱이 내수 부진에 허덕이는 중국이 과잉 생산된 물량을 글로벌 시장에 쏟아부으면서 한국의 철강과 석유화학 등 업종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8% 줄었고, LG화학은 63% 급감했다.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가 심화되면서 정부까지 나서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이른바 빅딜 등 대규모 구조조정 없이는 견디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인상 카드까지 들고 나와 그야말로 복합 위기에 놓였다. 한 때 '기회의 땅'이었던 중국에서 빠져나오는 한국 기업들의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로 타격을 입은 한중 관계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또 한 번의 결정타를 날리는 셈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2019년에 광둥성 후이저우 스마트폰 공장을 닫았고 현대자동차는 5곳의 중국 생산 거점을 2곳으로 줄였고 남은 공장도 매각 추진 중이다. 롯데는 중국에서의 마트와 백화점 사업을 접었고,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업체들도 철수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시행을 한달간 유예했지만 중국에 대한 10% 추가 관세는 발효했다. 일단 동맹을 제외하고 중국에 초점을 맞춰 관세 전쟁을 시작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통화를 통해 조율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으나 아직은 소식이 없다. 다만 중국이 보복 관세를 예고한 오는 10일 이전에 극적 타협이 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과 중국이 물밑 협상 등을 통해 무분별한 추가 관세 부과를 제한할 전망"이라며 "다만 첨단 기술을 포함해 양국의 강대강 대립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관세 부과가 중국의 과잉 생산을 심화시키고 중국 기업의 수출이 여타 국가로 선회할 경우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 우리나라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교부 중국연구센터가 의뢰한 연구 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이 서로 보복조치의 수위를 올리다가 우리나라가 직접적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시장에 대한 면밀한 이해, 산업에 대한 정확한 파악, 신산업 육성 추이와 커다란 흐름을 살피고 우리가 어떤 형태로 중국과 전략적 경쟁 및 협력을 할 지를 모색해야 하는 시기"라고 조언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박철응 기자

박철응 / 산업부 기자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