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60% 관세·中 보복시 성장률 2.3%p↓ 분석
한국 수출에 최대 악재, 中 중간재 수출에도 타격
트럼프 협상 전술?...반전 가능성에 주목
탈냉전 이후 이어져 온 자유주의 국제 경제 질서는 퇴조하고 있다. 그 결정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며 들고온 극단적 보호무역주의다. '트럼프 스톰'으로 한층 격화하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글로벌 경제의 지축을 뒤흔든다. 이런 소용돌이의 한 가운데에 통상 국가인 한국이 놓여 있다. 거대한 지렛대로 여겨진 중국은 이제 우리를 짓누르는 최대 위협이 되고 있다. 다시 찾아온 경제 냉전의 시대이자 한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한중 관계를 두 축으로 한 새로운(新) 세계의 진단과 대안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트럼프 1기의 혼란은 일탈 혹은 돌풍 정도로 치부될 수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2기의 정책은 태풍이 되어 전세계를 강타할 것이다."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이 지난해 말 한 포럼에서 내놓은 우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캐나다와 멕시코 제품에 25%, 중국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신(新)세계 개막을 알렸다. 글로벌 통상전쟁이 현실화한 '태풍'의 서막을 연 것이다.
해당 국가들은 보복 관세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맞대응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 등 다른 국가들에게도 관세 폭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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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뉴시스] |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통한 미국의 황금시대를 내세우지만 미국 수입 물가가 급등하는 등 제 발등을 찍는 조치라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도 쏟아져 나온다. 민주당 의원들은 백악관에 관세 부과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하며 "물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일자리를 없애며 미국과 가장 가까운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를 해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두가 피해자인 '치킨 게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월스트리트저널은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 전쟁"이라고 혹평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지난달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 부과 시 4년간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2000억 달러(약 290조 원)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에 대한 10% 관세와 중국의 보복 조치가 나올 경우 미국과 중국 GDP는 각각 550억 달러, 1280억 달러 줄 것으로 봤다.
막대한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두고 있는 한국이 예외일 수 없다. 직접적인 관세 피해뿐 아니라 극단적 보호무역 기조가 전세계를 뒤덮을 경우 통상 비중이 높은 한국에게는 재앙이다. 관세 부과가 실행되는 시점인 4일 자정(현지시간) 이전에 미국과 캐나다·멕시코의 협상에서 극적 반전이 이뤄질 지에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올해 세계 경제의 향배는 트럼프 대통령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신(新)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확대, 이민 제한 정책이 무역 갈등 심화, 노동력 공급 차질을 야기함으로써 미국과 세계 경제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국제금융센터가 시나리오별로 내놓은 분석 전망은 구체적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미국이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같은 수준의 보복 관세가 시행될 경우 글로벌 성장률은 0.8%포인트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란 우려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대로 중국에 60%의 고관세를 매기고 마찬가지 보복이 이뤄지면 2.3%포인트까지 곤두박질칠 것으로 내다봤다.
IMF를 비롯한 국제기구들과 글로벌투자은행(IB)들의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7~3.3% 수준이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최악으로 치달으면 성장률 대부분을 반납할 수도 있는 셈이다.
중국의 내수 부진 장기화와 유럽 국채 시장 불안, 신흥국 외화 부채 위기 우려, 주요 국가들의 기업 파산 증가 등 악재가 쌓이고 있는 마당에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타를 휘두르려는 형국이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기준 미국 기업의 부도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6.2%, 독일은 22.9%, 프랑스는 9.5% 급증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주요 변수들의 하방 리스크가 동시적으로 복합화될 경우 올해 중반 경에 글로벌 경기 둔화가 발생할 소지가 상존한다"면서 "미국이 글로벌 경기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나, 관세 부과 등이 현실화할 경우 여타 국가의 대미(對美) 수출이 감소하면서 미국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타깃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대미 무역 흑자가 557억 달러(약 81조 원)로 역대 최대 규모였고 미국 입장에서는 8번째로 큰 무역 적자국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일했던 켈리 앤 쇼 전 국가경제위원회(NEC) 부위원장은 최근 한국경제인협회 주최 세미나에서 "한국도 안전지대는 아니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3일 코스피가 2.5% 급락한 것은 이 같은 불안을 방증한다.
산업연구원은 미국이 보편관세 10%, 중국에 60%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은 9.3%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만에하나 보편관세가 20%까지 높아진다면 13% 이상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미 수출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 등에 적신호가 켜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해외에 생산 기지를 대거 구축해왔다는 점에서 이미 발등의 불이다. 삼성전자와 기아, LG전자 등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현지 생산 강화나 다른 지역으로의 수출처 전환 등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관세뿐 아니라 전기차나 반도체 관련 보조금 축소 가능성도 적잖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이날 구성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지금은 '강자의 시간'"이라며 "북미의 여러 정책 변화가 예고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강도 높은 관세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이 일종의 협상 전술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외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행정명령 직후 "일시적일 수 있다"며 "(4일 행정명령 발효 직전) 마지막 순간에 타협될 여지도 있다"도 짚었다.
워싱턴포스트는 내년 7월 예정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재검토를 앞두고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기 위한 협상 전술일 수 있다는 견해를 전했다. USMCA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개정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가장 현대적이고 균형 잡힌 무역협정"이라고 호평한 바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관세 부과 정책이 장기화할지는 조금 더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며 "(캐나다산) 원유에 대한 수입 관세가 10%로 하향 조정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관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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