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여의도·목동 등 핵심 사업지도 단독 입찰
서울 주요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시장에서 건설사 간 치열한 경쟁입찰이 사실상 실종되고 수의계약이 대세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고금리, 공사비 급등, 부동산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건설사들이 무리한 수주전 대신 확실한 사업장을 노리는 '선별 수주' 및 '대어 찾기' 전략을 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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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강남구 압구정 아파트 전경. [이상훈 선임기자] |
25곳 중 22곳 수의계약…강남·목동 핵심지도 경쟁 피했다
18일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 등에 따르면, 올해 상위 10대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한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 25곳 중 22곳(88.0%)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됐거나 진행 중이다.
건설사 간 경합이 벌어졌던 곳은 단 3곳뿐이었다. △강남구 압구정 5구역(현대건설 vs DL이앤씨) △서초구 신반포19·25차 통합재건축(삼성물산 vs 포스코이앤씨)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 재개발(롯데건설 vs 대우건설)이다.
강남권 핵심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는 단독 응찰에 따른 유찰이 반복되며 수의계약 수순을 밟았다. 원칙적으로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입찰은 최소 2개사 이상의 경합 구도가 성립돼야 성사되나 유찰이 반복되면 수의계약으로 넘어간다.
대표적으로 압구정 3구역은 현대건설이, 압구정 4구역은 삼성물산이 단독 수주에 성공했다. 서울 정비사업의 최대 핵심지역으로 대형사 대부분이 눈독을 들였으나, 양강 건설사와의 정면 대결을 피한 결과다.
삼성물산은 대치쌍용1차, 개포우성4차, 방배신삼호 재건축 사업에서도 출혈 없이 시공권을 확보했다. GS건설도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와 개포우성6차, 서초진흥, 송파한양2차 조합들과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총사업비 30조 원 규모의 목동 신시가지 재건축 단지에서도 무혈입성이 이어졌다. DL이앤씨는 목동6단지 시공권을 따내며 목동 재건축 사업의 포문을 열었다.
이외에도 포스코이앤씨(가락한신·문래현대5차·신길역세권), 롯데건설(가락극동·금호21구역) 등이 수의계약으로 사업권을 확보했다. 대우건설 역시 공사비 약 1조 4367억 원 규모의 동작구 상도15구역에서 두 차례 유찰 끝에 단독 계약을 맺었다.
하반기 '대어' 현장도 단독 응찰…"리스크·마케팅비 줄이자"
하반기 시공사 선정이 예정된 핵심 사업지에서도 이 같은 독주 체제가 이어질 전망이다.
여의도광장38-1 재건축과 성수3지구 재개발 사업의 2차 현장설명회에는 각각 현대건설과 삼성물산만 단독으로 참석했다. 일찌감치 특정 건설사가 수주 의지를 밝히자 타사가 무리한 경합을 포기하면서 수의계약 전환이 유력해졌다.
경합이 예상됐던 성수2지구도 DL이앤씨가 대규모 홍보단을 투입하며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반면, IPARK현대산업개발 등은 속도 조절에 나선 모양새다. 목동12단지 역시 현장설명회에는 GS건설,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IPARK현대산업개발 등이 참석했으나,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GS건설 외 타 건설사들의 소극적 태도로 실제 경쟁입찰 성사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가 낮다 보니 건설사들이 선뜻 뛰어들지 않는 것"이라며 "조합이 선호하는 건설사가 사전에 정해져 있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이 경쟁을 피하는 것은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수주전에 수십억 원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다. 동시다발적으로 대형 사업장이 열리는 만큼 굳이 무리한 출혈 경쟁을 벌일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유찰 대기 기간 단축 추진…조합 "실익 저해" 우려도
수의계약은 유찰에 따른 일정 지연을 제외하면 조합과의 마찰을 줄이고 사업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 역시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절차 간소화를 추진 중이다. 현행 '현장설명회 후 입찰 마감까지 최소 20일' 대기 조항을 다루는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고시를 오는 12월 개정해 이 기간을 대폭 단축할 방침이다.
하지만 조합원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경쟁이 사라지면 건설사가 제시하는 파격적인 특화 설계를 기대하기 어렵고, 사실상 건설사의 시공 조건을 대부분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목동의 한 재건축 조합원은 "조합원 입장에서는 여러 시공사가 경합해 제안 조건을 비교하고 따져보고 싶다"며 "특정 건설사 수의계약 구도로 흐르면 찬반 투표만 남게 돼 조합의 실익을 챙기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KPI뉴스 /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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