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60조' 용인 산단 기후소송…트럼프 압박 LNG, 환경성 논란

박철응 기자 / 2025-03-05 16:37:33
용인시민 등 16명, 국토부 상대 취소 행정소송
"LNG, 석탄 발전의 80% 온실가스 배출"
트럼프 "알래스카 LNG 개발, 한국이 파트너 원해"

삼성이 360조 원을 투입하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소송이 제기됐다.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신설 계획이 환경에 역행한다는 이유에서다. 

 

공교롭게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요구하는 핵심 중 하나도 LNG 개발 사업 참여다. 환경성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안팎으로 커질 전망이다. 

 

▲ 경기환경운동연합과 기후솔루션 관계자들이 5일 경기도의회에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기후솔루션]

 

경기환경운동연합과 기후솔루션은 5일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용인 국가산단 계획의 승인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과 국민의 생명·건강·환경권 침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취지다. 원고로는 김춘식씨 등 용인시 거주 5명을 포함한 전국 시민 16명이 참여했다. 

 

용인 산단 사업은 삼성전자가 2052년까지 360조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인 728만㎡ 부지에 반도체 팹(생산공장) 6기를 짓는 것이다. 60개 이상의 소재·부품·장비 기업들도 입주할 예정이다. 정부는 400조 원의 생산과 160만 명 규모의 고용 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0기가와트(GW)의 전력이 필요한데 이 중 장거리 송전망을 통한 공급 외에 3기가와트(GW) 규모의 발전소를 신설하려는 계획이 문제가 된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LNG 발전은 석탄 발전의 80%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만큼 탄소중립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연소 과정에서 막대한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해 주민들의 생명·건강·환경권을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후변화 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수행됐다고 본다. 임장혁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기후변화영향평가서는 3GW의 LNG 발전을 '수소 혼소발전'(수소와 LNG를 함께 태우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수소 조달 방안 없이 '해외 공급 및 인프라 개발 여부' 등 외부 요인에 따라 계획이 변동될 수 있다고만 명시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수소 조달이 어려워지면 그냥 LNG 발전소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라는 게 임 연구원 판단이다. 

 

또 수소를 절반 섞더라도 온실가스 감축률이 낮고 비용 면에서도 평균 전력 가격의 두 배가 넘어 경제적 부담만 크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에게 요구되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목표에도 어긋나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내놨다. 2022년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RE100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2023년 기준 반도체 부문(DS)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24.3%에 불과했다. 

 

김춘식씨는 이날 "RE100에 대한 정책 반영은커녕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특히 LNG 발전소 건설은 졸속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지난달 27일에는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등이 기자회견을 갖고 막대한 오폐수 발생으로 수질 악화 등이 우려된다며 함안LNG복합발전소 건설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국내에서 LNG의 환경성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첫 의회 연설에서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의 파트너 중 하나로 한국을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의 행정부는 알래스카에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인 거대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있다"며 "일본과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각각 수조 달러씩 투자하면서 우리의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아직 검토 단계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결정하고 참여를 원하는 것처럼 발언했다. 강력한 관세 압박의 칼자루를 쥔 트럼프 대통령이 에너지 사업을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에너지 도입선 다변화와 통상 압력 완화의 지렛대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다. 

알래스카주 정부가 주도하는 이 사업은 알래스카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약 1300㎞ 길이 가스관을 건설하고 액화 터미널 등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이다. 초기 사업비만 64조 원으로 추산된다. 

 

2007년부터 추진됐으나 지지부진한 상태다. 환경 오염 등 논란이 일었고 엑스모빌 등이 참여하려다 경제성을 들어 철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가스의 대대적 증산을 통해 에너지 산업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터다. 알래스카 사업을 다시 띄우려는 의지가 강하다.

 

지난달 26~28일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사업에 대해 "(미국의) 에너지위원장뿐 아니라 상무장관도 적극 챙기고 있을 정도로 우선순위가 높은 사업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국 기업들이 참여할 경우 경제성이 불확실한데다 자연 파괴 기업이라는 이미지 실추, 환경단체와의 소송전 등 후폭풍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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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응 /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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