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기업 매출 마이너스 전환
"도산 전 구조조정 도와야"
최상목 "위기는 지나갔다"
계속되는 내수 부진에 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파산에 이르기 전 구조조정을 위한 새로운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처방도 나온다. 정부는 위기가 아니라는 시각이다.
13일 법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등 전국 법원에 접수된 회생 사건은 올해 9월 누적 1245건으로 지난해 1160건에 비해 7.3%가량 증가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70%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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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의 한 음식점 거리 모습. [뉴시스] |
기업 회생은 파산 위기에 처해 법원이 지정한 제3자가 기업활동 전반을 대신 관리하는 제도다. 아예 파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2022년 1~9월 법인 파산 사건 접수는 738건이었는데 올해는 1444건에 달해 두 배가량 뛰었다.
내수 부진이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 이날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법인 814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해 상반기 전체적으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했으나 내수 기업들은 -1.9%로 뒷걸음질쳤다.
내수 기업 매출이 코로나19 팬데믹 때였던 2020년 -4.2%를 기록한 뒤 4년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업종별로 보면 도매 및 소매업이 -6.5%, 전기·가스·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이 -5.5%로 두드러졌다. 내수와 직결되는 업종들이다.
매출과 달리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됐다. 한경협은 "부진한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비용을 절감하는 '불황형 흑자'의 모습"이라고 풀이했다.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 비용도 감당치 못하는 한계기업의 비중은 2021년 33.8%에서 △2022년 36.6% △지난해 42.8% △올해 44.7%로 급증하고 있다. 특히 내수기업만 놓고 보면 46.4%에 이른다. 고금리로 이자비용 증가율이 2022년 47.5%에서 지난해 52.9%로 높아진 영향이다. 한계기업은 '좀비기업'으로도 불린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유연한 통화 정책, 투자 지원 확대, 규제 완화 등 전방위적인 경제살리기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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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한경협 제공] |
고용 시장에도 한파가 몰아닥쳤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884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만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4개월만에 증가 폭이 10만 명을 밑돈 것이다.
무엇보다 도소매업 취업자 수가 14만8000명이나 줄었다. 2021년 7월 이후 3년3개월만에 최대 폭이다. 연령대별로는 고령층이 늘고 청년층은 감소하는 추세가 이어졌다. 아예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244만5000명으로 역대 10월 중 가장 많았다.
전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낮추며 "하향 조정은 전적으로 내수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더욱 우려스럽다. KDI는 최근 '중장기 민간소비 증가세 둔화의 요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여타 구조적 요인에 큰 변화가 없다면 잠재성장률 하락과 함께 실질민간소비 증가율도 추세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민간소비의 원천이 소득이라는 점에서 생산성 개선을 통해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벼랑 끝 기업들을 위한 제도적 구제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이영경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연구에서 "기업이 도산에 이르기 전 미리 구조조정을 하면 법인 파산을 줄일 수 있을 것이므로 사전적 구조조정 제도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도산 전 단계에서 기업이 주도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되 독립적인 제3자가 구조조정 절차에 관여하도록 하고 당사자의 동의없이 권리가 조정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법원 인가를 받도록 하는 새로운 제도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위기가 아니라는 진단을 하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전날 국회에 나와 "위기나 불안한 상황은 지나갔다"면서 "민생이나 내수 부분 속도감이 따라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위기감은 사라졌지만 고금리나 고물가 누적 때문에 내 생활이 힘드니까 괴리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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