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하려 샀는데"…수익률 우수한 ETF 상폐 위기에 투자자들 '당혹'

이수민 기자 / 2026-10-07 17:25:17
설정 후 수익률 134.93%…기초지수 3배 넘어 상장유지 기준 미달
의도치 않게 청산당하는 투자자들…"상관계수 유지 의무 폐지해야"

약 1년5개월여 동안 10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수익률이 높아도 상폐 대상이 될 수 있는 한국거래소 규제 때문이라 투자자들 사이에서 원성이 나온다. 

 

7일 NH아문디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해 4월 22일 상장한 'HANARO 글로벌피지컬AI액티브' ETF의 지난 5일 기준 누적수익률은 134.93%다. 

 

수익률이 호조임에도 상폐 위험에 처한 건 한국거래소의 ETF 상관계수 규제 때문이다. 

 

모든 ETF에는 기초지수가 있다. 이 ETF의 기초지수는 미국 증시의 피지컬AI 관련 기업 주가로 산출한 '솔랙티브 피지컬AI 지수'다. 

 

패시브 ETF는 기초지수와 비슷한 수익률을 내는 것이 목표다. 액티브 ETF는 운용사가 종목과 비중을 바꿔 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노린다.

 

한국거래소는 액티브 ETF도 상장 1년이 지난 후부터는 상관계수를 0.7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0.7을 밑도는 상태가 3개월간 이어지면 상폐 대상이 된다.

 

상관계수는 해당 ETF의 수익률이 기초지수와 얼마나 비슷하게 움직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ETF가 기초지수를 잘 따라가고 있다는 뜻이다.

 

해당 ETF는 7월 31일부터 10월 2일까지 기준에 미달했다. 오는 30일까지도 기준 미달이 지속되면 상폐 대상이 된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상폐를 피하려고 8월부터 지수를 거의 그대로 따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상관계수에는 최근 1년치 수익률이 반영된다. 회사 측은 "단기간에 기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 [자료=NH아문디자산운용·한국거래소]

 

문제는 수익률이 부진할 때뿐만 아니라 우수해도 상관계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광통신·메모리반도체·저장장치 등 AI 설비투자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을 늘리고 소프트웨어 비중은 줄였다. 

 

더 높은 수익을 내려는 시도였는데 성공적이었다. 지난 5일 기준 누적수익률은 134.93%로 기초지수(39.90%)보다 3배 이상 더 높았다. 

 

하지만 수익률이 크게 높아지니 상관계수가 하락해 상폐 대상에 거론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개인투자자 구자영(47·여·가명) 씨는 "수익을 너무 잘 냈다는 이유로 상폐시키면 투자자들에게 손해 아니냐"고 지적했다. 

 

당초 한국거래소는 액티브 ETF라도 기초지수와 동떨어진 움직임을 보이면 투자자에게 불측의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여겨 상관계수 규제를 만들었다. 그러나 수익률이 너무 높다는 이유로 규제하면 투자자들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 다른 개인투자자 정수지(35·여·가명) 씨는 "최소한 수익률이 높아서 상관계수가 0.7 미만으로 간 경우는 상폐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액티브 ETF의 특성을 감안하면 상관계수 유지 의무를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TF가 상폐되면 투자자들에겐 원금과 수익금을 합산한 청산금이 지급된다. ETF 수익률이 우수하니 청산이 손해는 아니나 투자자들은 청산 자체에 부정적이다. 

 

구 씨는 "처음부터 장기투자하려고 산 상품"이라며 "내 의지와 상관없이 청산당하는 건 기분 나쁘다"고 말했다.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산금 지급만으로 투자자 보호가 충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장기투자를 꾀한 투자자로서는 갑작스런 상폐로 계획이 꼬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KPI뉴스 / 이수민 기자 smlee68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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