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상장' 시 일반 주주 신주 우선 배정 등도
한화투자증권 "지배구조 이슈 완화에 더욱 노력"
HD현대, 두산, 콜마, 영원무역, 사조산업 등 지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6·3 대선에서 승리하면 기존 상법 개정안보다 수위가 더 센 입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발의된 여러 법안 중 일부가 주요 내용이 빠진 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이조차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에 가로막혀 폐기됐다.
이 후보는 집중투표제 등 제외됐던 내용들까지 포함해 공약했고 당선되면 거부권의 벽도 사라진다. 이를 감안하면 지배구조 논란이 크거나 경영권 분쟁이 있는 기업들은 대선 이후 가치가 더 올라갈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 |
| ▲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시대위원회 정책협약식에서 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은 오기형(오른쪽 두 번째)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19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후보는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을 재추진하면서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이사도 선임될 수 있도록 집중투표제를 활성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또 합병 시 기업가치 공정 평가와 일반주주 보호 장치 강화, '쪼개기 상장' 시 모회사와 일반 주주들에게 신주 우선 배정, 상장회사 자사주 원칙적 소각 제도화 등을 약속했다.
지난 2월부터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했던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상장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 의무화가 골자다. 경영계의 강한 우려와 반발을 고려해 빠졌던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까지 포함해 새로운 개정안이 발의될 공산이 큰 셈이다.
상법 개정안은 지난 3월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지난달 초 당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거부권 행사로 재표결 끝에 폐기됐다. 조기 대선이라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임기를 시작하는 다음 대통령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상법 개정은 시간문제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단순투표제와 달리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3명을 뽑는다면 100주를 가진 주주가 300표를 행사할 수 있다. 대주주를 견제하는 소액주주의 입김이 커질 수 있어 경영계는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못지않게 강력 반발하는 제도다.
기업 의사결정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이유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역시 기업들의 반대가 크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를 상장사에만 국한해 적용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전날 첫 TV토론회에서 "민주당의 상법 개정 추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대주주의 강압적 물적분할로 일반 주주가 손해보는 상황에서는 주가가 안 오른다"고 주장했다.
강도와 범위는 다를 수 있지만 대선 이후 관련 제도 개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적잖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민주당이 대권을 잡게 되면 상법 개정이 이전보다 더 신속하고 강력하게 재추진될 것이며, 다른 정당이 대권을 잡게 되더라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을 어떤 방식으로든 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상법 개정이 현실화되면 지배구조 논란이 많거나, 경영권 분쟁 기업들의 투자자는 수혜를 볼 것이라고 짚었다. 기업은 지배구조 이슈의 완화에 더욱 노력해야 할 수밖에 없고, 분쟁 종결로 경영이 정상화되면 매출 확대, 수익성 개선, 주주 환원 등에 더 신경쓸 것이란 분석이다.
대표적 사례 중 하나로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를 꼽았다. 이 회사는 중복상장으로 지속적인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주주 환원 강화, 독립적 사외이사 선임 등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란 시각에서다.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일렉트릭이 상장돼 있던 상태에서 지난해 HD현대마린솔루션까지 상장한 바 있다.
두산에 대해서도 지난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 시도로 논란을 빚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법 개정 후 자기주식 소각을 포함한 주주가치 제고 요구가 강하게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 회사는 자기주식 비율이 18.2%에 이를 정도로 매우 높은 편이다.
콜마홀딩스는 창업주 2세인 남매 간 분쟁이 점화됐으나 추후 분쟁이 봉합되면 기업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분석했다. 영원무역홀딩스에 대해서는 "비상장 회사 와이엠에스에이(YMSA)가 영원무역홀딩스의 지분을 보유한 옥상옥 구조, 일상 영업 및 증여 과정에서의 성기학 회장 자녀 부당지원 의혹, YMSA의 높은 내부거래 비중 등 영원그룹의 지배구조 관련 각종 논란이 저평가의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상법 개정 시 옥상옥 구조 해소, 내부거래 비중 축소, 부당지원행위 중단 등을 이행해야 할 압력이 생기므로 저평가 완화가 기대된다"고 했다.
사조산업도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지배력 확대와 편법 승계 의혹, 순환줄자고리 등 지배구조 논란을 짚으며 상법 개정 시 자산재평가와 배당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엄수진 연구원은 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의 경우 "공개매수, 법원 가처분 신청, 법무법인 선임 등에 이미 투입된 비용이 상당해 경영권 분쟁을 장기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추후 경영권 분쟁 종결 후 경영 정상화 시 상승할 모멘텀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