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투자'라며 입금 유도…출금하려니 세금, 수수료 등 요구
현 모(45·남) 씨는 약 6개월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주식 리딩방 광고를 접했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가 운영한다는 리딩방이었다. 이 대표가 직접 등장해 말하는 동영상이 나와 진짜라고 믿었다.
현 씨는 광고에 나온 링크를 따라 한 네이버밴드 단체방에 들어갔다. 단체방에는 운영자와 일반 회원들로 보이는 계정들이 있었다. 운영자는 이 단체방은 이 대표가 운영하는 여러 주식 리딩방 중 하나라고 이야기했다. 자신은 투자 매니저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운영자는 한동안 구독료나 강의료 요구 없이 주요 경제 뉴스를 전달해주고, 유망 종목을 추천해줬다. 현 경제 상황에 대해 그럴 듯한 해설까지 덧붙였다.
얼마 후 운영자는 개인이 기관 전용 물량을 배정받는 방법이 있다며 한 사이트에 접속하라고 권했다. 그 사이트에서 계좌를 개설하면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기관 전용 물량이 배정된다는 얘기였다.
기관 전용 물량은 일반 주식보다 가격이 싸고 수수료는 없다는 말에 현 씨는 혹했다. 일단 소액을 넣어봤는데 사이트 화면에는 상당한 수익이 났다고 표시됐다.
운영자는 또 공동 투자에도 참여하라고 권유했다. 다른 회원들 역시 공동 투자로 큰 돈을 벌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현 씨는 조금 의심스럽긴 했으나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유명인이 사기를 치진 않을 것"이란 믿음에 따라갔다.
그 사이트의 계좌에 투자금 1000만 원을 송금한 뒤 운영자가 가르쳐준 대로 공동 투자에 참여한다는 버튼을 눌렀다. 사이트 화면에 뜬 수익률은 화려했다. 한 달 만에 200%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나왔다.
가슴이 뛴 현 씨는 신규 투자금 4000만 원을 추가 입금했다. 그 후에도 수익률은 계속 좋았다. 몇 달 지나자 원금과 수익금을 합한 평가금액이 1억5000만 원을 넘었다.
하지만 현 씨가 출금을 시도하자 출금은 되지 않았다. 현 씨가 항의하자 친절하던 운영자 태도가 돌변했다. 운영자는 기관 전용 물량을 배정받는 특별한 계좌이므로 출금이나 해지 시 일정액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수익금에 해당하는 세금도 일부를 미리 내라고 요구했다.
현 씨는 시키는 대로 수수료로 150만 원, 세금으로 200만 원 등 약 350만 원을 입금했다. 그러자 이번엔 투자금 확인을 위한 보증금 1000만 원을 송금하라고 했다.
그제야 수상함을 느낀 현 씨는 경찰에 신고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어느 날 단체방은 폭파됐고, 사이트는 사라졌다. 5000만 원이 넘는 돈을 날린 현 씨는 망연자실해 눈물만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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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를 사칭한 주식 리딩방에 나오는 이 대표 사진. [네이버밴드] |
유명인을 사칭한 주식 리딩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 때 그 때 사칭하는 이름만 바뀔 뿐이었다.
이 대표는 "요새 내 이름을 사칭한 주식 리딩방이 너무 많아서 골치가 아플 정도"라며 "계속 신고해도 자꾸 생긴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나는 주식 리딩방을 운영하지 않으니 절대로 속지 마시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말하는 것처럼 나오는 광고 동영상도 인공지능(AI)으로 만든 듯하다"고 했다.
법무법인 윤빛 관계자는 "최근 이 대표를 사칭한 리딩방에서 사기 피해를 입었다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공식 증권사 홈페이지에서 확인되지 않는 투자 프로그램이나 운영자가 전해준 링크를 통해서만 접근 가능한 사이트는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한 증권사 직원은 "개인이 기관 전용 물량을 배정받을 방법은 없다"며 그런 말을 들으면 사기부터 의심하라고 권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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