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최대 500만 이탈…3년간 7조 감소 우려
5000억 규모 할인 등 혜택 발표, 이탈 최소화 안간힘
SK텔레콤이 오는 14일까지 다른 통신사로 옮겨가는 고객들의 위약금을 면제하기로 했다. 해킹 사고 조사 결과에 기반한 정부의 법적 판단에 따른 조치다.
SK텔레콤이 3년간 7조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했던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사상 초유의 해킹 사고에도 지금까지 실적 감소 폭은 크지 않았으나 이제는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SK텔레콤은 4일 파격적인 할인 혜택 등으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내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SK텔레콤 침해 사고 민관 합동조사단의 최종 조사 결과와 함께 이용약관 상 위약금 면제 규정에 대한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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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SK텔레콤 침해사고 최종 조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2일까지 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5개 기관의 법률 자문을 받았다. 4개 기관이 SK텔레콤 과실로 판단했고 유심 정보 유출은 '안전한 통신서비스 제공'이라는 계약의 주요 의무 위반이므로 위약금 면제 규정 적용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자문 기관 한 곳은 현재 자료로 판단이 어렵다며 결론을 유보했다.
과기부는 조사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계정정보 관리 부실, 과거 침해사고 대응 미흡, 중요 정보 암호화 조치 미흡 등 문제가 있었으며 SK텔레콤이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유심 정보 보호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사업자의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고 법령 기준을 미준수했으므로 SK텔레콤의 과실이 있는 것으로 과기부는 판단했다.
SK텔레콤은 유심 정보 보호를 위해 부정사용방지시스템(FDS) 1.0과 유심보호서비스를 운영 중이었다. 하지만 FDS는 유심 정보 유출로 인한 복제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유심보호서비스에는 5만 명가량만 가입한 상태였다. 안전한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과기부는 파악했다.
과기부는 SK텔레콤이 위약금 면제 판단을 따르지 않는다면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시정명령을 요구하고 이행되지 않으면 등록취소 등의 조치까지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해킹 사고 이후 번호이동을 한 가입자들에게 위약금 환불 조치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기통신사업법에는 과기부장관이 통신사업자의 이용약관 신고를 받아 확인증을 발급하게 돼 있다. 또 '금지 행위' 중 하나로 '약관과 다르게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를 명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대통령실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SK텔레콤 해킹 사고 대응 현황 보고받고 위약금과 관련해 "계약 해지 과정에서 회사의 귀책사유로 피해자들이 손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SK텔레콤은 위약금 면제를 수용했다. 해킹 사고 발생 시점인 지난 4월 18일 이전 약정 고객 중 사고 이후 해지한 고객과 오는 14일까지 해지 예정인 고객을 대상으로 위약금을 면제한다. 해킹 사고로 인해 해지를 원하는 고객은 열흘의 기간동안 위약금 없이 할 수 있게 됐다. 이미 해지한 고객은 신청하면 환급해주는 방식이다.
SK텔레콤은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책임과 약속' 프로그램도 발표했다. 최신 사이버 위협까지 대응 가능한 최고 수준의 모바일 단말 보안 솔루션(짐페리움)을 올해 하반기 중 가입자들에게 1년간 무상으로 제공한다.
5000억 원 규모의 할인 등 혜택도 마련했다. 오는 15일 0시 기준으로 모든 고객에게 다음달 통신요금을 50% 할인하며 연말까지 매월 데이터 50GB를 추가 제공한다. T 멤버십을 통해 뚜레쥬르, 도미노피자, 파리바게뜨 등 제휴사에서 최대 50~60% 할인 혜택도 제공할 예정이다.
해킹 사태 이후 SK텔레콤 가입자 수는 60만 명 이상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위약금을 감수하고도 다른 통신사로 옮겨간 이들이다. 위약금이 면제되면 이탈 규모가 훨씬 커질 수 있다. SK텔레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지난 5월 국회에 나와 최대 이탈자 수를 500만 명가량으로 추산한다며 "위약금만 있는 게 아니라, 3년치 매출까지 고려한다면 7조 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가입자 1인당 평균 위약금은 10만 원가량으로 보고 있어 산술적으로 따지면 최대 5000억 원이 되는 셈이다. 막대한 금액이지만 그보다 고객 기반 약화가 지속적인 실적 저하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주요 증권사들은 SK텔레콤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유사하거나 소폭 떨어진 5000억 원대 초반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킹 사고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비용 감소 등으로 선방했으나 위약금 면제를 하면 실적 악화를 피하기 어렵다.
위약금 면제뿐 아니라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도 별도로 해야할 수도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과기부와 법률 자문기관들의 판단에 따라 피해자들에 대한 합당한 보상, 위약금 면제, 이동통신 계약 해지로 인한 결합상품 위약금을 보상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SK텔레콤 주가는 약보합세를 보이다 과기부 발표 시점인 오후 2시쯤부터 미끄러져 전날보다 5.56% 떨어진 가격에 마감됐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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