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계열사 양극화 심화…질주 반도체, 고전 에너지

박철응 기자 / 2025-04-15 16:11:44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제치고 D램 1위
'에너지 공룡' SK이노베이션은 휘청
보조금 축소되면 배터리 이익 창출도 지연

SK 그룹이 계열사별로 극명한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AI용 반도체 시장에서 최고 입지를 굳히며 질주하는 반면 배터리와 화학 등이 주력인 계열사들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15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해 25조8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이 중 91%인 23조5000억 원을 SK하이닉스가 채웠다. SK이노베이션은 3000억 원에 그쳤고 SKC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도체 사업을 제외한 SK그룹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 서울 종로구 SK 서린 사옥 전경. [SK제공]

 

SK하이닉스가 그룹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기준 반도체 기업 순위에서 6위에 올라 전년에 비해 2계단이나 뛰었다. 상위 10개 업체 중 엔비디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91.5%의 성장률을 보인 덕분이다. 

 

올해 들어서도 파죽지세다. 이날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1분기 매출액이 17조6000억 원, 영업이익은 6조9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 138% 급등할 것으로 추정했다. 주요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전망치보다 5%가량 높은 '깜짝 실적'을 보일 것이란 평가다. 

 

미국의 관세 압박에도 AI용 반도체는 영향을 덜 받을 것이란 점도 SK하이닉스를 돋보이게 하는 대목이다. 이 연구원은 "관세 리스크가 부각될수록 고성능 메모리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확보한 SK하이닉스의 실적 안정성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며 "(AI용 고성능) HBM은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공급하기 때문에 가격 변동성이 매우 낮다"고 짚었다. 

 

D램만 놓고 보면 1분기 SK하이닉스의 글로벌 점유율이 36%로 삼성전자(34%)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SK하이닉스가 1년 전만 해도 10% 포인트 이상 격차로 삼성전자에 뒤졌으나 지난해 4분기 2%포인트 차이로 추격했고 올들어 처음 역전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특히 HBM 분야에서는 70%의 압도적 점유율을 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유·화학, 배터리 등 종합 에너지 업체인 SK이노베이션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관론이 지배적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전날 이 회사에 대해 1분기 영업이익이 200억 원 규모에 그칠 것이라고 봤다. 주요 증권사들의 전망치인 2500억 원을 크게 밑돌 것이란 전망이다.

무엇보다 정제마진이 지난 1월 배럴당 12달러에서 지난달 1달러까지 급락한 영향과 함께 화학 부문도 시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LS증권은 400억 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배터리 사업은 '돈 먹는 하마'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기차 판매가 세계적으로 주춤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조금 축소 혹은 폐지를 공언한 터라 더욱 불확실성이 커졌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배터리 부문은 과중한 설비투자(Capex) 부담이 2021~2023년 계속됐고 지난해에는 투자 규모를 줄였음에도 자체 현금창출력을 상회하는 지출이 지속됐다"면서 "저조한 영업실적으로 인해 유상증자와 차입 조달 등 외부자금을 활용해 투자자금을 충당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채무 부담이 상당 폭 확대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런 영향으로 반도체 부문을 제외한 SK그룹의 순차입금 규모(SK㈜ 연결기준)는 지난해 말 60조7000억 원으로 1년만에 2조3000억 원가량 증가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온은 배터리 사업을 하면서 미국 정부로부터 2023년 6170억 원, 지난해 2924억 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보조금이 폐지되면 배터리 부문 이익 창출 시점은 상당기간 늦춰질 것으로 우려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통상 환경 불확실성에 노출된 배터리 부문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할 시 SK이노베이션의 채무부담 감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은 위험요인"이라고 지적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박철응 기자

박철응 / 산업부 기자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