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둘러싼 '세계 최초' 공방, 허와 실

오다인 / 2019-03-25 16:02:00
이통3사, 자율주행 놓고 저마다 '세계 최초'
삼성 vs 버라이즌, 세계 최초 5G폰 속도戰

문재인 정부가 2017년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5G'(5세대 이동통신)는 모두 11번 언급된다. 2019년 5G 조기 상용화, 2019년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골자로 한 이행목표가 2019년~2020년의 국정운영 계획으로 설정됐다.

정부 발표 당시 글로벌 시장에서는 5G 상용화 시점을 2020년께로 내다보고 있었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보다 1년 앞선 2019년으로 5G 상용화를 앞당기겠다고 발표한 건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신산업을 육성해 일자리 26만 개를 만들겠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부담이 컸던 탓일까. 이통3사는 지난해 말부터 '세계 최초'를 단 5G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5G를 놓고 세계 최초라는 수식이 범람, 이제 어느 이통사가 어떤 5G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시작했는지 혼란스러운 상황이 됐다. 

 

이로 인해 지난 3월 11일 LG유플러스가 "세계 최초 5G 기반 자율주행차가 서울 도심을 달렸다"고 밝혔을 때 "무엇이 세계 최초냐"는 취재진의 질문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앞서 KT와 SK텔레콤에서도 세계 최초 5G 자율주행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나온 바 있어서다.
 

▲ LG유플러스의 5G 자율주행차 '에이원'(A1)'이 서울 강변북로를 달리는 모습 [LG유플러스 제공]

 

5G는 자율주행·사물인터넷·스마트팩토리 등의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할 전망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5G가 제공하는 사회·경제적 가치는 2015년 30조 3235억 원, 2030년 47조 7527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해당 연도 예상 국내총생산(GDP)의 약 2% 수준이다.

5G의 공식 기술 명칭은 'IMT-2020'(International Mobile Telecommunication-2020)이다. 4G보다 20배 빠른 속도(초고속), 10배 빠른 반응(초저지연), 10배 많은 기기와 동시 접속(초연결)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통3사 주력 기술 달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둔 지난해 1월 31일, 5G 시범 서비스 주관사였던 KT는 강원 강릉과 평창 일대에서 5G 커넥티드 카 운행에 성공했다.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승용차, 25인승 버스, 45인승 버스가 5G망을 이용해 강릉의 일반 도로를 달렸다. KT 관계자는 "차량 3대가 위치와 운행정보를 주고받으며 주행했다"면서 "버스는 승용차보다 사각지대가 많아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는 게 더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6일 뒤인 지난해 2월 5일, SK텔레콤이 경기 화성의 자율주행차 실험도시인 '케이-시티'에서 시연회를 열고 "세계 최초로 5G 자율주행차가 운행 경로를 공유하면서 협력 운행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박종관 SK텔레콤 네트워크기술원장은 "이번 성공이 세계 최초가 맞냐"는 기자의 질문에 "5G 자율주행차 협력 운행을 최초로 공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답했다.

KT는 즉각 반박했다. KT는 설명자료를 배포해 "SK텔레콤이 세계 최초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과 KT의 5G 자율주행 기술은 차량 간 통신 기술인 V2X(Vehicle to Everything) 기반이라는 점은 같지만, 주력 개발한 기술이 달라 양사가 각각 세계 최초라고 주장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3월 11일 LG유플러스가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에서 자율주행차를 공개했을 때도 비슷한 공방이 벌어졌다. LG유플러스는 한양대학교 에이스 랩(ACE Lab)과 손잡고 자율주행차를 공동 개발했다. 이날 시연회에서 LG유플러스는 "세계 최초로 5G 자율주행차가 일반 차량들과 섞여 서울 도심의 도로를 달렸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무엇이 세계 최초라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LG유플러스는 "그동안 자율주행차가 도심을 주행한 경우는 많이 있었지만 5G라는 통신 기술을 상용화하고 이를 자율주행에 활용한 건 이번이 세계 최초"라고 답변했다. 또 "KT가 지난해 평창에서 선보인 건 굉장히 제한된 구간에서 미리 만들어놓은 주행로를 달린 것인 데다 5G 비표준 방식이었다"고 일축했다. SK텔레콤의 세계 최초 5G 자율주행 주장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5G가 아니었다"면서 "진정한 5G 자율주행은 LG유플러스가 처음"이라고 부연했다. 

 

▲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KT스퀘어에서 열린 '갤럭시S10' 사전 개통 행사장에 '갤럭시S10'이 전시돼 있다. [정병혁 기자]

 

한국 vs 미국 주도권 경쟁 격화

세계 최초 타이틀을 놓고 벌어지는 경쟁은 5G 자율주행뿐만 아니다. 미국의 버라이즌이 오는 4월 11일(현지시간) 시카고와 미니애폴리스 등지에서 5G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하면서 세계 최초 5G폰에 관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버라이즌은 지난 3월 13일(현지시간) 모뎀 번들(본 제품과 함께 제공하는 부속 제품)인 '모토 모드'를 끼우면 LTE폰에서 5G폰으로 변신하는 모토로라 모토Z3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모토 모드에는 5G를 지원하는 퀄컴 스냅드래곤 X50 모뎀 칩이 탑재돼 버라이즌은 모토Z3을 "세계 최초 5G폰"(The first phone on 5G)이라고 소개했다.

업계에서는 버라이즌이 삼성전자의 '갤럭시S10 5G'의 출시 일자가 미뤄진 틈을 타 모토Z3의 출시를 기습 발표한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는 품질 안정화를 위해 5G폰 출시를 애초 3월 말에서 4월 중으로 연기했던 것.

번들을 끼워야만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토Z3을 5G폰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세계 최초 5G폰 타이틀이 버라이즌에 넘어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커진 데다 지난해 12월 1일 세계 최초 5G 전파를 송출한 한국이 5G 주도권을 미국에 뺏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인해 국가 간 경쟁으로 심화하는 양상을 띠기도 했다.

이 같은 공방은 며칠 지나지 않아 삼성전자에서 버라이즌보다 일주일가량 빠른 오는 4월 5일 5G폰인 '갤럭시S10 5G'(모델 SM-G977N)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소 열기가 식었다. 이통3사도 같은 날 해당 모델과 요금제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추진하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 행사' 역시 삼성전자의 5G폰 출시 이후로 진행될 전망이다.

'세계 최초' 타이틀, 마케팅·동기 부여 효과

각사에서 조금씩 다른 5G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세계 최초'라고 주장하는 상황에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빨리빨리' 문화의 폐해이자 실익도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기혁 중앙대학교 융합보안학과 교수는 '세계 최초' 타이틀에는 기업 외적으로 마케팅 효과가, 기업 내적으로 동기 부여 효과가 있어 긍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세계 최초' 타이틀 선점에는 부정적인 효과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면서 "어떤 기업의 기술이 '세계 최초'라고 알려지면 기업 내부적으로 후속 작업이 따라야 한다"고 했다. 기술과 로드맵 개발에 동기가 부여되고 책임감도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또 "한국의 뉴스가 세계에 번역돼 알려지는 시대에 '세계 최초'라는 수식은 수출 증진 같은 국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K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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