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횡령 등 '기업가치 훼손' 이력이 사유
롯데그룹 8명으로 가장 많아...삼성도 분식회계 등 7명
"지금도 문제 해소 안 됐으면 주주들 반대해야"
최근 3년간 국민연금공단이 임원 선임을 반대한 이들 중 54명은 올해 임기가 만료돼 재선임을 추진할 것으로 파악됐다. 횡령 등 '기업가치 훼손 경력'이 주된 반대 사유였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기관투자자 등 주주들은 반대해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12일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민연금이 반대한 임원 선임 안건은 350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임기 만료되는 인원은 65명이다. 재직기간 6년을 초과해 상법 시행령상 재선임이 불가능한 사외이사는 9명. 54명이 재선임 대상인 셈이다. 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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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SUMMIT) 2024'에서 '함께하는 AI, 내일의 AI'를 주제로 기조연설 하고 있다. [SK 제공]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최 회장이 2016년 SK 등기임원으로 복귀하려할 당시 8.4% 지분을 가졌던 국민연금은 반대 표를 던졌고 이후 두 차례 재선임 안건에도 같은 의사를 표했다.
최 회장은 동생인 최재원 SK수석부회장과 함께 그룹 계열사 자금을 펀드에 출자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636억원을 빼돌린 횡령 혐의로 2014년 대법원에서 징역 4년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2년7개월간 복역한 후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아 석방됐다. 앞서 1조5000억 원대 분식회계 혐의로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판결을 받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SK그룹의 강력한 견제자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에 대해 합병비율이 부적절하다며 반대했고 앞서 2015년에도 SK C&C와 SK 합병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SK 지분 7.31%를 가진 대주주 중 하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롯데케미칼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2021년과 2023년 기업가치 훼손 경력, 겸임 과다 사유로 반대했다.
신 회장은 면세점 특허 청탁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70억 원의 뇌물을 건네고 회사에 불리한 조건으로 롯데시네마 매점을 가족 회사에 임대해준 배임 등의 혐의로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신 회장은 지주회사 롯데를 비롯해 롯데케미칼과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의 대표이사를 함께 맡고 있어 과다 겸직 논란도 진행형이다. 그나마 과거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곳이 10개 기업에 이를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줄어든 것이다.
또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팬오션 대표이사) 등이 국민연금 반대에도 재선임 가능성이 있는 지배주주들이다.
조 회장은 하청업체로부터 납품 대가로 6억여 원을 챙기고 계열사 자금 2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로 2020년 항소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후에도 130억 원 규모의 계열사 부당 지원과 75억 원대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됐다가 2023년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과 의결권 자문기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가 반대한 임원 중 올해 임기 만료 인원이 가장 많은 그룹은 롯데(8명)다. 이영구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롯데웰푸드 대표이사)는 2023년 주주총회에서 법령 위반 후보의 이사 선임을 찬성했다는 '기업가치 훼손 미조치' 사유로 반대 의견이 제시됐다.
삼성그룹에선 7명이 임기 만료된다. 김동중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과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는 각각 분식회계, 계열사 부당 지원 등으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 경력이 과거 반대 사유였다.
경제개혁연대는 "재선임을 앞둔 현 시점에서도 해당 임원들의 문제점이 해소되지 않았다면 재선임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이사회는 기관투자자와 자문기관의 과거 반대 사유와 해소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 안건 상정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관투자자 등 주주는 재선임 대상 임원 후보가 과거 지적 받았던 결격사유를 상세히 파악해 현 시점에서도 문제라고 판단된다면 반대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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