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 칼럼] 슈퍼 선거의 해 2024년, 민주주의 실현의 조건은

UPI뉴스 / 2024-01-09 15:59:10
올해는 인류 역사상 최대 선거의 해···美대선 등 42억명 인구 76개국 선거
민주주의지수 높은 국가도 예측 어려워···美정치문화·양극화는 반면교사
韓총선, 이념 편향 없는 정치문화 혁신과 민주주의 실현 이정표 만들어야

2024년에는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42억 명 인구의 76개국이 전국 단위의 선거를 치르게 된다. 인류 선거 역사상 최대로 기록되는 그야말로 슈퍼 선거의 해다. 지구촌의 모든 선거가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본연의 목표를 달성하면서 자유롭고 공정하며 합리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이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그것을 확실성 있게 구현하기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 이를 가늠해 보기 위해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부설 연구기관(Economist Intelligence Unit, EIU)을 통해 올해 선거를 치르는 76개국 중에서 분석이 가능한 71개국에 대해 민주주의 지수(democracy index, 10점 만점)를 산출하여 평가해 보았다. 선거 과정, 정부 기능, 정치 참여, 정치 문화, 시민 자유 등 민주주의를 형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만든 지수다.

 

인구 5천만 이상 15개국을 평가한 점수를 살펴보니 독일 8.8, 영국 8.3, 프랑스 8.1, 한국 8.0, 미국 7.9, 이탈리아 7.7, 남아프리카공화국 7.1, 인도 7.0, 브라질 6.8, 인도네시아 6.7, 방글라데시 6.0, 멕시코 5.3, 터키 4.4, 파키스탄 4.1, 러시아 2.3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 점수를 바탕으로 독재주의 체제에 가깝다고 분류한 러시아의 경우 오는 3월 선거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권력 장악을 변경시킬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보았다. 푸틴이 3연임, 집권 5기 대통령으로 이변 없이 선출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실제 선거에는 이와 같은 수량적인 점수뿐만이 아니라 각국에 특유한 복합적 요인과 상황 등이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래서 민주주의 지수가 비교적 높다고 평가하는 국가라 하더라도 선거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인류 역사상 숫자 면에서 최대 이정표가 되는 2024년 선거가 민주주의 실현까지도 최대 수준으로 이루어 내는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쉽사리 갖지 못하는 이유다.

 

미국 유권자들은 오는 11월에 차기 대통령과 하원의원 전체, 그리고 상원의원 3분의 1을 선출하게 된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미국의 경우 민주주의를 형성하는 요소 중 가장 취약한 부분이 정치 문화라고 보았다. 미국 정치의 극명한 양극화는 취약한 정치 문화의 단면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은 4년 전인 2020년 선거 때처럼 공화당의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와 맞붙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았다.

 

2024년에 이루어지는 세계 각국의 많은 선거 중에서도 글로벌 관점에서 단연코 가장 중요한 승부이자 관전 포인트는 미국 대통령 선거라고 할 수 있다.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우크라이나와 중동 지역 전쟁 양상을 포함하여 국제정치외교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고 예측 불허의 긴장과 리스크라는 형국의 시험대에 세계 시민이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지 못할 수도 있고 후보가 된다고 하더라도 민주당 후보에 패배할 수도 있겠으나 공화, 민주 양당의 당파성이 갈수록 극명해질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 트럼프가 주요 플레이어로 뛰는 것 자체가 미국 민주주의의 근본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현실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미국의 초당파 싱크 탱크인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실시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5%가 미국 정치에 대해 항상 또는 자주 지쳐있고(exhausted) 55%가 정치에 일반적으로 분노(anger)를 느낀다고 응답했다. 10%는 정치에 일말의 희망을 표시했고 4%만이 정치에 열광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정치를 한 단어로 정의해 달라는 질문에 대해 다수 미국인의 응답은 분열적이고(divisive) 부패하고(corrupt) 지저분하고(messy) 나쁘다는(bad) 것이었다. 이쯤 되면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혐오를 드러내는 반() 정치 정서를 보여주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이든과 트럼프 중 '누가 더 인기 없나를 겨루는 대회'(unpopularity contest)의 양상으로 11월까지 미 대통령 선거가 전개되는 경우라면 미국인의 정치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더욱 확산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여러 사법적 리스크에 둘러싸인 트럼프와 능력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비판을 받는 바이든 양 진영이 정통적인 정책 토론과 미래비전 제시 대신에 상대 후보를 개인 차원에서 공격하고 나라의 종말을 초래할 선도자로까지 극한적으로 묘사할수록 국민의 정치 혐오는 심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한국의 현실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우선 민주주의 지수가 8.0으로 미국(7.9)을 소폭 상회할 정도로 한국 민주주의를 형성하고 있는 요소들이 발전해온 것은 고무적이다. 글로벌 비교 관점에서 상위권 순위를 차지하여 객관적으로 양호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 문화 또한 근본적인 취약성이 있다는 점은 누구보다도 우리 스스로 실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미국인의 과반수가 정치에 지쳐있고 분노를 느끼고 있다는 현실은 당파성 높은 한국의 정치 문화에도 반면교사의 교훈을 준다. 특정 이념에 편향되지 않은 초당파적 정치 문화의 혁신이 긴요하다.

 

그러면 정치 문화는 누가 주도적으로 만드는가. 바로 정치인이다. 사람의 문제이며 근본적으로 인식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번 총선에서 올바른 정치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사람, 그러한 인식을 지닌 인물들이 초당파적으로 등장해야 할 시대적 당위가 있다. 슈퍼선거의 해 2024년이 한국에서도 그러한 선거와 정치의 역사가 펼쳐지는 민주주의 실현의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 조홍균 논설위원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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