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창조적 파괴 필연적···정책과 시장 역량 제고 당위성도 필연적
투자자들의 대규모 자금 회수로 미국 사모대출펀드(Private Credit Fund) 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핵심 원인은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이다. AI가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의 사업 모델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해당 기업에 대한 대출 익스포저가 위험 요인으로 부상했다. AI에 밀려날 위험에 처한 소프트웨어 기업 대출에서 비롯된 위험이다. UBS에 따르면 사모대출펀드의 4분의 1 이상이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는 산업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를 촉발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기술 변화가 기업의 대출 상환 능력에 미칠 영향을 재평가하기 시작했고 이는 금융시장 변동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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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
이와 같은 현상은 AI가 촉발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과정에서 나타나는 금융시장 반응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엘 모키어, 필리프 아기옹, 피터 하윗은 혁신이 성장의 원동력임을 강조하면서 창조적 파괴의 작동 원리로 혁신과 성장을 분석했다. 노벨경제학상의 키워드와 가장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접점은 바로 우리 시대 혁신의 원천인 AI라 할 수 있다. AI는 신생 산업의 출현만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기존 산업과 노동 방식 등의 재편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AI라는 혁신의 원천이 수반하는 창조적 파괴의 과정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승자와 패자가 갈리고 그 충격이 금융시장 변동성으로도 나타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말하는 창조적 파괴의 금융적 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변동성은 미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 금융시장 역시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다. 금년 2월 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서 AI 부문의 과잉 투자 우려가 부각되고 AI의 기존 소프트웨어 산업 대체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에 따른 글로벌 투자 심리 위축이 국내 주식시장에 하방 충격으로 작용하였다. 주요 AI 기업들의 시장 예상을 상회하는 자본적 지출 전망은 글로벌 AI 기업 간 패권 경쟁 심화와 수익성 악화를 동시에 시사했고 이는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졌다. AI와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급등했던 국내 주식시장은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조정을 겪었다.
특히 AI 자동화 도구가 기존 소프트웨어 산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창조적 파괴의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었다. AI 스타트업인 앤트로픽이 법률 및 금융 리서치 자동화 AI 모델을 연이어 발표하자 기존 소프트웨어 산업이 구조적으로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고 이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S&P 500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주가지수가 급락했다. 그 여파는 국내 주식시장에도 파급되어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도로 돌아서며 외환시장 수급과 기대심리를 악화시켜 원·달러 환율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였다. 환율 상승은 다시 중앙은행 정책금리 인하 기대를 더욱 약화시키며 시장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주가, 환율, 금리 등 금융 변수 전반에 AI로 인한 영향이 광범위하게 파급된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를 풀어나가는 관건은 무엇인가. 창조적 파괴의 관리다. AI가 촉발하는 창조적 파괴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창조적 파괴는 자유방임에만 맡기는 것이 아니고 정책과 시장에 의해 관리되어야 한다. AI의 창조적 파괴가 관리될 때 비로소 혁신은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사모대출펀드 시장의 불안은 위기이자 동시에 재편의 신호로 볼 수 있다. 한때 틈새 투자로 여겼던 사모대출펀드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성장했다. 규제 공백과 높은 수익 속에서 빠르게 팽창해 왔다. 기업들은 비은행권 대출을 찾고 있었고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했다. 그러나 AI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시장은 비로소 위험을 재평가하게 되었다. 이는 지금은 충격일 수 있지만 시장의 강건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AI의 창조적 파괴 과정에서 나타난 최근의 변동성은 불투명했던 시장에서 건전한 재조정이 시작됨을 알리는 신호일 수도 있다. 최근의 혼란은 시장이 높은 수익률이라는 약속만으로는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을 새삼 말해준다.
사모대출펀드 시장은 더 많은 기업이 금융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투자자에게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해 왔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더욱 엄격한 규율을 도입하고 투명성을 제고한다면 어려움을 극복하고 금융 인프라의 더욱 강력한 구성 요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시장의 인식은 지나치게 안이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AI로 인한 기존 산업 대체 가능성은 상당 기간 제기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대출과 투자를 확대해 왔다. AI는 많은 기존 산업의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이는 시장이 의존해 온 가치 평가 기준 자체를 바꿔야 하는 변화의 필요성을 말해준다. 이제 시장의 역량이 제고되어야 한다.
앞으로도 AI 혁신과 창조적 파괴의 과정은 금융시장 변동성을 반복적으로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금융안정은 더욱 중요한 정책 목표로 부상한다. 금융안정은 특히 중앙은행의 본질적 책무이며 이를 수행해 오는 과정에서 축적한 조직으로서의 지적 자산과 경험(institutional memory)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는 리스크를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정책 대응을 함에 있어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아울러 금융안정은 중앙은행을 포함한 유관 정책당국(stakeholders)의 동시적 권한(concurrent authority)이 작용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AI가 만드는 혁신과 창조적 파괴의 과정은 통화금융정책뿐 아니라 산업정책, 경쟁정책, 노동정책 등과도 긴밀히 연결된다. 따라서 효과적인 정책 대응을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전문성과 경험을 기반으로 한 협력적 정책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새로이 나타나는 금융시장 변동성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필요시 적시에 금융안정 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 정책 역량이 요구된다.
우리 시대 AI는 필연적인 변화이며 창조적 파괴 역시 필연적이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과 시장의 역량 제고 당위성 또한 필연적이다. 한미 금융시장과 정책당국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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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
●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 저서: 우리 시대의 금융경제 읽기(박영사, 2025년) △ 2025년~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법무대학원 교수,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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