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 속 ESS 성장 두드러져
환경 규제 맞물려 수요 회복 전망
배터리 업체들의 실적은 이번에도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서광이 보인다는 점에서 다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라는 난관의 끝을 예상하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31일 iM증권은 삼성SDI에 대해 "올해 4분기를 바닥으로 성장세가 가파를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단기적으로는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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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 배터리코리아(BATTERY KOREA 2024)' 컨퍼런스가 서울 코엑스 1층 그랜드볼룸에서 지난 11일 개최됐다. [배터리코리아2024 조직위 제공] |
삼성SDI는 지난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72% 급감한 1299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전날 발표했다. 주요 증권사들의 예상 평균치에는 거의 부합했다.
고전 속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성장이다. 전력이 남을 때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거대 배터리인데,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 발전과 함께 성장해 캐즘 시기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삼성SDI ESS 사업부 매출이 전 분기 대비 25% 증가했고 영업이익률 역시 7%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했다. 더욱이 4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55% 증가한 9030억 원의 매출과 1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 이 사업부 최대 분기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SDI는 실적 부진에도 미국 추가 거점 진출과 완성차 업체들과의 합작 법인, 단독 공장 등 다양한 투자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 스텔란티스와의 합작사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 생산 공장은 오는 12월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3분기 영업이익이 448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감소했지만 전 분기에 2500억 원 규모 손실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훨씬 사정이 나아졌다. 무려 11개 분기 연속 손실을 내고 있는 SK온도 3분기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거나 적자 폭을 줄일 것이란 분석이 많다.
향후 관건은 역시 전기차 캐즘의 끝이 언제인지에 달려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kWh(킬로와트시)당 149달러였던 전기차 배터리 평균 가격이 올해 말 111달러 수준까지 낮아지고 2026년에는 82달러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시장에서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 가격이 내연차와 비슷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배터리 기술 혁신과 리튬, 코발트 등 핵심 광물 가격 하락이 그 근거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저가 전기차를 내놓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달 열렸던 파리 모터쇼에는 스텔란티스 산하 시트로엥이 가격이 2만3300유로(약 3400만원대)인 소형 전기차를 선보였으며 내년에는 2만 유로 아래 버전을 출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전기차 수요는 세계 각국의 환경 규제가 강화될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배출을 엄격히 제한하는 유로 6e 규제를 이미 지난달부터 모든 신차에 의무 적용했다. iM증권은 "EU의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기준 강화는 유럽 완성차 OEM(완성차 업체) 고객사 비중이 높은 삼성SDI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다시 집권할 경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수정해 배터리 업체 보조금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하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당선되고 상하원을 장악해도 전기차 업황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 IRA를 무산시키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라며 "공화당 하원 의원 18명과 의장은 IRA 폐지에 대해 이미 반대 의사를 공식화했다. 현재 민주당과 박빙인 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이긴다고 하더라도 의석 수 차이가 몇 석에 불과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IRA를 전면 부정하는 반대입법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증권도 "현실적으로 IRA의 단기 폐지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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