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만명 신용사면에 성실차주 박탈감…금융 신뢰 훼손 우려도

황현욱 / 2024-01-16 17:30:14
서민·소상공인 250만 명 평균 신용점수 39점 상승
"대규모 '신용사면' 금융시스템 망가뜨려…은행 건전성 악화 염려"

정부가 최대 290만 명의 서민·소상공인의 대출 연체 기록을 삭제하는 이른바 '신용 사면'을 추진해 성실차주 '역차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시스템 '신뢰'를 훼손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전일 진행한 '서민·소상공인 신용회복지원을 위한 전 금융권 협약식'에서 지난 2021년 9월부터 지난 1월까지 연체가 발생한 2000만 원 이하 소액연체자가 오는 5월 말까지 연체금액을 전액 상환하면 신용회복을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당국과 업권별 금융협회, 중앙회, 신용정보원, 신용정보사 관계자들이 지난 15일 '서민 소상공인 신용회복지원을 위한 금융권 공동협약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혜택 대상자는 약 290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신용사면이 전격 실시되면 약 250만 명의 신용점수(NICE 기준)가 평균 39점 상승한다. 

 

대출 접근성이 향상되고 일부 신용카드 발급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협약식에서 "코로나19 여파와 함께 이례적인 고금리·고물가의 지속 등 예외적인 경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연체돼 금융거래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이 현재 290만 명이 넘는다"며 "개인적인 사정 외에 비정상적인 외부 환경 때문에 연체에 빠진 분들에게 우리 사회가 재기의 기회를 드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신용사면 홍보 이미지. [금융위원회 제공]

 

정부의 신용사면을 두고 금융권과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대규모 신용사면은 금융시스템을 망가뜨리는 큰 오판"이라며 "그간 연체를 하지 않기 위해 성실하게 대출을 갚아오던 성실차주는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신용사면으로 신용점수 인플레가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대출 문턱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고 대규모 연체 사태 발생, 은행 건전성 악화도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신용사면은 신용대출인지 담보대출인지 구분도 없이 진행되는 이례적인 경우"라며 "형평성 문제는 물론 일시적으론 은행 연체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장기저성장 측면에 들어섰다는 이유로 진행되는 건데, 그럼 매해 신용사면 해줄 거냐"며 "결국은 정부의 표심잡기에 금융권이 희생되는 상황"이라고 혹평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도 "지금은 신용사면이 필요한 시기가 전혀 아니다"며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이런 정책을 펼치면 앞으로 누가 제때 대출을 갚을 건가.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KPI뉴스 / 황현욱 기자 wook9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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