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깜깜이 배당'…정관변경 제약사, 20곳 중 4곳 불과

김경애 / 2023-12-20 16:10:33
금융위 권고에도 정관 유지多
휴온스 등 4개사 선제적 변경
당국 "낮은 배당성향 개선 기대"

지난 1월 금융당국은 배당금을 우선 확정하고 배당받을 주주 명단을 확정하는 '선(先) 배당, 후(後) 주주 확정'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스탠더드(범세계적 규범)에 맞춰 낮은 배당성향 개선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기조에 맞춰 은행, 증권사 등 금융업체와 대기업들은 올해 3월 정기 주총을 통해 정관을 발빠르게 고쳤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약사는 여전히 배당 절차를 개선하지 않아 과거 방식인 '깜깜이 배당'을 고집하는 모습이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연매출 기준 유가증권·코스닥 상장 제약·바이오사 20곳 중 4곳(20%)만이 '선 배당, 후 주주 확정'을 위해 정관을 개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약품과 HK이노엔, 동아에스티, 휴온스다. 12월 결산법인인 이들 4개사는 변경된 정관에 따라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결정한 이후 배당을 받을 주주 명단을 확정한다.

 

▲ 매출 상위 20대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 '선 배당·후 주주 확정' 관련 정관 변경 현황. [김경애 기자]

 

이 중 휴온스는 지난 14일 결산배당 기준일 변경 안내사항을 가장 먼저 공시했다.

 

올해 3월 휴온스는 배당기준일을 주총 의결권 행사 기준일과 다른 날로 정할 수 있도록 이사회에서 배당을 할 때마다 결정하고 이를 공고하게끔 정관을 고쳤다.

 

한미약품과 HK이노엔, 동아에스티도 마찬가지로 올해 3월 이익배당 규정을 '배당을 받을 주주를 확정하기 위한 기준일을 정할 수 있고 기준일을 정한 경우 그 기준일의 2주 전에 공고해야 한다'로 변경했다.

 

그 외 제약사들은 매년 그랬듯 12월 말에 배당받을 주주 명단을 우선 확정하고 이듬해 봄에 정기 주총을 열어 배당금을 확정할 예정이다. 투자자는 배당금을 얼마나 받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투자하고 주총에서 결정되는 배당 규모를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와 관행은 배당투자 활성화를 저해하며, 우리 증시를 저평가하는 요인이 된다고 비판받는다.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의 선진국은 배당금을 확정하고 배당받을 주주를 정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배당금을 확정하기 전에 배당예상액을 공시한다.

 

금융위도 더 많은 기업이 정관 개정을 통해 '선 배당, 후 주주 확정'에 동참할 것을 당부한다. 내년부터는 배당 절차 개선 여부를 기업지배구조보고서(자산 1조 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 대상)에 공시하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배당절차 개선이 배당에 대한 관심 확대로 이어져 기업의 배당성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낮은 배당성향이 점차 개선되면 장기 배당투자가 활성화되고 증시 변동성도 완화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우리나라 기업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 기업 주가에 비해 낮게 형성된 현상을 뜻한다.


KPI뉴스 / 김경애 기자 seok@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경애

김경애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