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동해유전 자문 교수들이 석유공사 팀장 석·박사논문 심사

송창섭 / 2024-06-19 18:04:59
코넬 올라리우, 2015년 석유공사 담당팀장 석사논문 심사
데이비드 모릭은 2018년 박사논문 지도교수로 활동해
자문단 3명 모두 텍사스대 교수…'학맥 카르텔' 작용 지적
민주당 이언주 "현 상태론 예산 승인 어렵다…국정조사 해야"

미국 지질 탐사 컨설팅 기업 액트지오(ACT-GEO)의 동해 유전‧가스(대왕고래 프로젝트) 유망성 평가를 정밀 분석한 해외 자문위원 3명 중 2명이 사업을 책임진 한국석유공사(이하 석유공사) 동해사업팀 팀장의 석‧박사학위 논문 심사‧지도교수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자문위원 3명 모두는 동해사업팀장 A씨의 모교인 미국 텍사스대 교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언론보도에 따르면 A팀장은 자문위원 2명과 논문을 함께 썼다는 내용만 알려졌다. 

 

하지만 사업팀장이 자신의 논문 지도‧심사 교수들에게 용역을 맡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학맥 카르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국가적 프로젝트가 특정 대학 인맥에 좌우되면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 홈페이지. [홈페이지 화면 캡처]

 

19일 KPI뉴스 취재 결과, 해외 자문위원인 코넬 올라리우(Dr. Cornel Olariu)는 A팀장의 2015년 석사 학위 논문 심사위원이었다. 

 

또 다른 자문위원인 데이비드 모릭(Dr. David Mohrig)는 A팀장의 2018년 박사 학위 논문 지도교수였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2월 울릉분지 유망성 분석 계약을 액트지오와 맺은 뒤 액트지오 결과 분석을 해외 자문위원들에게 맡겼다.

 

정보공개포털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지난해 7월 11일, 10월 10일 각각 1명, 2명 총 3명과 자문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곤 지난해 10월 11일 3명으로부터 자문 결과를 보고받고 대금을 지급했다. 2명과 계약 하루 만에 분석 결과를 보고받은 점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계약 당사자는 세르게이 포멜(Dr. Sergey Formel), 코넬 올라리우, 데이비드 모릭으로 모두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 지질학과 교수들이다.

 

▲ 한국석유공사가 지난해 정보공개포털에 등록한 동해 울릉분지(대왕고래 프로젝트 후보지) 해외전문가 자문계약 정보.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 지질학과 교수들인 세르게이 포멜, 코넬 올라리우, 데이비드 모릭이 계약 당사자다. [정보공개포털 캡처]

 

코넬 올라리우는 A팀장의 석사논문(Architecture and Evolution of Submarine-Fans, and Coupling with Shelf-Edge Processes in Supply-Dominated Margins) 심사에서 부심(Co-Supervisor)을 맡았다. A씨는 논문 내 '감사의 말(Acknowledgements)'을 통해 "심사위원으로서 끝없는 질문을 인내심 있게 들어준 그의 아낌없는 도움에 감사하다"며 올라리우 교수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A팀장의 박사 논문(Construction of deep-water deposits by subaqueous-transitional flows) 심사에선 지도 교수인 데이비드 모릭이 주심(Supervisor)을 맡았다. A팀장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의 중요한 지질학적 문제들을 공식화하고 다룰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끌어준 데이비드 모릭 교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사의를 표했다.


A팀장은 모릭, 올라리우 두 사람과 논문도 함께 썼다. 2018년 미국석유지질학자협회(AAPG) 학회지, 2019년엔 퇴적학(sedimentology) 학회지에 모릭과 논문을 공동 집필했다. 올라리우와는 2016년 퇴적 연구 저널(Journal of sedimentary Research)에 공동 논문 집필자로 이름을 올렸다.

 

▲ 한국석유공사 A팀장의 2015년 미국 텍사스대 석사 논문 부심을 맡은 코넬 올라리우 교수. [논문 캡처]

 

이들 '텍사스 사단'은 액트지오 설립자인 비토르 아브레우(Vitor Abreu)와도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아브레우는 미국 라이스대 지질학과 교수로 활동했다. 라이스대(휴스턴)와 텍사스대(오스틴)는 같은 텍사스주에 있다. 실제로 모릭은 아브레우와 2003년 공동으로 논문을 썼다. 두 사람이 이번 용역 이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대목이다.


논란이 일자 석유공사는 지난 10일 설명자료를 내고 "공사는 모릭 교수와 아브레우 설립자가 논문 공동저자임을 사전에 전혀 알고 있지 못했으며 모릭 교수가 공정하게 자문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해명했다. 공사는 "심해분야 전문가 풀이 매우 협소한 점을 감안할 때 연구과제나 학술활동, 근무경력을 같이 할 개연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올라리우는 지난 2월 아브레우가 회장을 지낸 미국 퇴적지질학회(SEPM)로부터 상을 받았다. 두 사람도 개인적으로 알고 지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립대 교수는 "모릭과 올라리우 두 교수가 학자로서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외부에서 봤을 때 A팀장이 자신의 논문 지도교수에게 용역 심사를 맡기는 것이 이상하게 비칠 수는 있다"고 지적했다.


석유공사 측은 관련 의혹에 대한 KPI뉴스 질의에 "전문성을 고려해 (자문위원을) 선정했고 아브레우가 선정 과정에 관여한 바는 없다"고 답했다. A팀장 문제와 관련해선 "이 사안에 대해 A팀장과 개인적 통화를 나누기는 어렵다"고 했다. 

 

에너지기업 에쓰오일(S-Oil) 상무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유망성 평가에 대한 의혹이 많은 현재 상태로는 시추예산 승인이 어렵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오히려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송창섭·서창완 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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