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스포츠단의 몰락은 '돈'만의 문제는 아니다

김기성 / 2023-12-04 15:19:42
프로 축구 수원삼성, 창단 이후 처음으로 2부 강등
꼴찌 그랜드 슬램 달성…축구·배구·농구 3개 부문 꼴찌
투자가 줄었지만 승부 근성의 상실이 큰 문제

삼성그룹의 프로 축구단 수원 삼성이 2023 K리그를 꼴찌로 마무리하면서 2부 강등이라는 굴욕을 맛보게 됐다. 수원 삼성은 지난 2일 열린 홈구장에서 강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38라운드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수원은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해 결국 다음 시즌 2부 강등이 확정됐다.

수원 삼성은 1995년 창단한 이후 1부 리그에서 4번 우승했고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 5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도 2번이나 오른 명문 구단 중의 하나였다. 그러던 수원 삼성이 창단 28년 만에 2부 리그 강등이라는 수모를 당한 것이다.

 

▲ 염기훈 수원삼성 감독대행이 2부리그 강등이 확정된 2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38라운드 수원삼성 블루윙즈와 강원FC의 경기 종료 후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뉴시스] 

 

농구·배구는 꼴찌, 야구는 8위

삼성그룹 스포츠 구단의 몰락은 축구에 그치지 않는다. 농구단인 서울 삼성 썬더스는 2021-22시즌과 2022-23시즌 연이어 10개 팀 가운데 꼴찌인 10위를 기록했다. 배구 구단인 삼성화재 블루팡스는 2021-22시즌에 7개 구단 가운데 6위를 기록한데 이어 2022-23시즌에 7개 구단 가운데 7위, 꼴찌에 머물렀다.

프로 야구도 마찬가지다. 삼성 라이온스는 2023 시즌을 10개 팀 가운데 8위라는 부진한 성적으로 마무리 했다. LG트윈스가 29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구광모 회장이 직접 운동장에 나와서 자축하는 모습을 삼성 그룹은 바라 봐야만 했다.

이로써 삼성 스포츠구단은 야·축·농·배(야구, 축구, 농구, 배구) 4개 구단 가운데 3개 부문에서 꼴찌를 확정함으로써 꼴찌 그랜드 슬램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다.

삼성 스포츠단, 제일기획 이관 이후 투자 감소

삼성 스포츠구단의 부진한 성적에 대해 투자 감소를 지적하는 견해가 많다. 2014년 축구와 농구단이, 2015년에는 배구단이 그리고 2016년에는 야구단이 제일기획으로 편입됐다.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스포츠 구단의 지분을 제일기획으로 이관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선수단 운영비나 선수들의 연봉 규모가 줄어든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호화 멤버의 영입이 제한돼 성적 추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투자 규모보다도 더 초라한 성적표가 문제

그러나 투자 감소가 꼴찌 성적을 설명할 정도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야구의 경우 삼성 라이온즈의 신인과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2023 시즌 소속 선수의 연봉은 83억4000만 원이다. 90억 원이 넘는 SSG에 이어서 2위 수준이다. 돈은 두 번째로 많이 들이고 성적은 10개 팀 가운데 8위에 머물렀다는 얘기다.

또 축구의 경우에도 수원 삼성의 2022년 기준 서수들의 연봉 총액은 88억7500만 원으로 8위에 해당한다. 과거 압도적으로 많은 돈을 쏟아 붓던 때와는 차이가 있지만 그렇다고 12개 팀 중 12위에 머문 것을 투자 부족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삼성그룹의 승부 근성 실종이 스포츠단 성적 부진의 원인?

물론 삼성그룹의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한다면 스포츠에서도 다시 1등을 탈환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정상적인 투자와 그에 합당한 성적에 만족한다면 그러한 변화도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삼성 스포츠단의 성적 부진과 관련해 가장 걱정되는 것은 '이기겠다' '1등 하겠다'는 삼성 특유의 승부 근성이 사라진 것 아니냐는 부분이다. 삼성은 가전 부문 등에서 가끔 변칙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경쟁사를 이기려는 시도로 비난을 받을 만큼 1등에 집착하는 그룹으로 유명했다. 부정적 측면도 있었지만 이러한 승부 근성이 삼성그룹을 키워 온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쟁 본성이 사라진 이후 삼성그룹의 위상을 걱정하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지만 삼성 그룹의 직원들이 배지를 달고 다니는 것을 꺼린다는 얘기도 있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돈으로 1등'이 아니라 '단합되고 강한 정신력으로 1등'을 하는 삼성그룹과 삼성 스포츠단을 기대해 본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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