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대선출마 "이재명 꺾겠다"…이철우 "尹, 충성심 당부"
"경선만 이기면 된다"며 尹지지 선전…반감 큰 중도층 내몰아
尹, '자숙' 여론 높은데 반대로…'사저 정치·경선 개입' 우려↑
21대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11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통화한 내용을 공개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저를 임명하신 분이라 (지난 8일) 전화로 사표 냈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이 내게 '고생 많았다'고 격려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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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전 대통령(왼쪽부터),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이철우 경북도지사. [KPI뉴스] |
각종 여론조사 결과 김 전 장관은 보수 대선주자 적합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격려'를 굳이 알린 건 자신에 대한 '윤심'(윤 전 대통령 마음)을 부각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 대선후보 경선을 겨냥해 친윤계 당원, 핵심 지지층의 표심을 다지며 승기를 잡겠다는 계산이다.
김 전 장관은 이날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나경원 의원에게 '윤심이 향하고 있느냐'는 진행자 질문을 받았다. 김 전 장관은 "저는 윤 전 대통령 뜻으로 출마한 것은 아니다"며 "나 의원도 윤심으로 출마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이나 나 의원, 이철우 경북지사 등 친윤계 주자들 행태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경선만 이기면 된다"는 인식하에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면담을 자랑삼는 '윤심팔이'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나 의원은 지난 5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 전 대통령과 만났다. 윤 전 대통령은 나 의원에게 "이 나라를 위해 역할을 해 달라"며 대선 출마를 고려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얘기가 퍼졌다. 나 의원 출마를 윤 전 대통령이 지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나 의원은 이날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고 진정한 국민 승리의 시대를 열겠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위험한 이재명 후보를 꺾고 대한민국을 구할 유일한 필승 후보로 승리의 역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이번 대선 본질은 체제 전쟁"이라며 "자유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냐, 아니면 반자유·반헌법 세력에게 대한민국을 헌납할 것이냐는 제2의 6·25 전쟁이자 건국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불의에 맞서 싸워 이길 줄 아는 검증된 투사이자, 화합할 수 있는 리더십 등을 모두 갖춘 저 나경원이 압도적인 본선 승리로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철우 지사는 전날 페이스북에 "윤 (전) 대통령을 어제 한남동 관저로 찾아뵙고 나라가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 없어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고 말씀드렸다"고 썼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면 사람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볼 것은 충성심이라는 것을 명심할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찬성한 한동훈 전 대표를 저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의힘이 6·3 대선에서 이기려면 집토끼(보수층)가 아니라 산토끼(중도·무당·부동층)의 마음을 잡아야한다. 특히 중도층은 대선 승부를 좌우할 '캐스팅 보터'다.
윤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헌법을 위반해 탄핵·파면을 당했다. 또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는 처지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중도층 시선은 차갑다. 정권교체 여론이 과반에 달하는 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 탓이 크다.
그런 만큼 국민의힘과 대선주자들은 윤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중도층 마음을 돌려 정권연장 여론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친윤계 주자들은 눈앞의 당내 경선에서 작은 이익을 보려고 중도층을 내몰고 있다. 일부 인사에겐 "대선을 차기 당권이나 내년 지방선거를 노린 홍보 무대로 쓰려는 것인가"라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이 정권교체 위기에 몰린데는 누구보다 윤 전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떨어져 자숙하길 바라는 국민이 70%에 육박한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도 민심과 반대로 가는 모양새다. 자신이 찾거나 제발로 찾아오는 정치인, 지지자를 거리낌 없이 만나며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자신을 옹호해 온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과 관저에서 만나 사진까지 찍은 건 비근한 예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뒤에도 관저에 머무르며 환송 만찬을 가진 정황으로 의심받는다. 야당 등에선 "퇴거 준비를 넘어선 일에 예산을 소비했다면 횡령·배임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청년단체 연금개혁청년행동이 주최한 '연금개악 규탄집회'에는 김 전 장관과 나 의원, 윤 의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연금개혁안이 청년 희생을 강요한다며 일제히 비판했다. 전씨 모습도 보였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탄핵 정국에서 '청년'을 유난히 챙겼던 윤 전 대통령 의중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없지 않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관저를 떠나 서초구 사저로 이동했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일주일만이다. 당내에선 '사저 정치'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 윤 전 대통령이 경선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비윤계 반발에 따른 거센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계파갈등까지 격화한다면 대선은 물건너갈 것으로 전망된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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