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최대 330만 명 신용사면…'연체율' 시한폭탄 째깍째깍

황현욱 / 2024-03-12 15:58:04
15만명 신용카드 발급 가능…26만명 은행권 신규대출 평균 평점 웃돌아
신용점수, 개인 평균 37점·개인사업자 평균 102점 상승
"은행·카드사 연체율 상승" vs "재기 기회 주는게 바람직"

최대 330만 명에 대한 신속 신용회복 지원조치가 12일 시행됐다. 신용회복 지원조치 대상자는 신용평점이 자동으로 상승해 신용카드 발급은 물론, 은행권 신용대출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신용점수가 낮던 사람들이 갑자기 신용카드와 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연체율 상승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9월 1일부터 2024년 1월 31일까지 2000만 원 이하 연체가 발생했으나 오는 5월 31일까지 연체 금액을 전액 상환한 차주를 대상으로 이날부터 신속 신용회복 지원 조치가 내려졌다. 대상자 수는 개인 298만 명, 개인사업자 31만 명 등 최대 약 330만 명으로 예상된다.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서민·소상공인에 대한 신속 신용회복 지원 시행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황현욱 기자]

 

서민·소상공인 등은 개별 개인신용평가회사 및 개인사업자신용평가회사 홈페이지에서 신용회복 지원 대상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대상자에 해당하면 별도 신청 없이 신용평점이 자동으로 상승한다. 

 

지난달 말까지 연체 금액을 전액 상환한 개인 약 264만 명, 개인사업자 약 17만5000명에 대해선 별도 신청 없이 이날부터 즉시 신용회복 지원이 이뤄졌다. 나머지 개인 약 34만 명, 개인사업자 약 13만5000명도 오는 5월 31일까지 연체 금액을 전액 상환하면 별도 신청 없이 신용회복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나이스평가정보는 지난달 말 기준 전액 상환을 완료한 개인 264만 명의 신용평점이 659점에서 696점으로 평균 37점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나이대별로는 20대 이하의 경우 47점, 30대의 경우 39점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번 조치가 사회초년생이나 청년의 재기 지원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 개인에 대한 신속 신용회복지원 효과. [나이스평가정보 제공]

 

아울러 신용회복 지원에 따라 약 15만 명이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되고 약 26만 명이 은행권 신규대출 평균 평점을 웃돌게 된다고 밝혔다.

 

한국평가데이터는 지난달 말 기준 전액 상환을 완료한 개인사업자 약 17만5000명의 신용평점도 623점에서 725점으로 평균 102점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번 신용회복 지원에 따라 약 7만9000명의 개인사업자가 제1금융권에서 대출이 가능해진다.

 

▲개인사업자에 대한 신속 신용회복지원 효과. [한국평가데이터 제공]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많은 서민·소상공인 분들이 연체금액을 전액 상환함으로써 재기 의지를 보여주신 데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금융당국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조치가 이분들의 새 출발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있다. 신용이 낮다는 건 곧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갑작스레 신용점수를 올려 신용카드 발급, 대출 등이 가능해질 경우 이들의 연체율이 급등할 수 있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신용평가가 제대로 되어야 금융사 입장에선 건전성 기반으로 수익 창출 가능한데, 이번 대규모 신용사면으로 신용평가에 대해 신뢰가 무너진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의 예를 감안할 때 이번 신용사면으로 은행 대출 연체율이 최소 0.05%포인트 이상 뛸 수 있다"며 "은행은 리스크관리에 더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은행들이 신용대출의 신용평점 커트라인을 올릴 수 있다"고 관측했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은행의 연체율은 평균 0.29%다. 국민은행 0.22%로 가장 낮으며 △신한은행 0.26% △하나은행 0.26% △우리은행 0.26% △NH농협은행 0.43%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신용사면으로 금융권 전반적으로 급전 대출을 비롯해 대출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며 "고금리 상황에서 대출이 늘면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도 악화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이어 "소액의 연체 기록이라고 해서 정부가 나서 삭제해주니 학습효과로 향후 빚을 잘 안 갚는 도덕적 해이도 유발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서 교수는 또 "은행이 리스크 방어 차원에서 대출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도덕적 해이 유발 지적에 김 위원장은 "어려운 상황에도 성실하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갚으신 분들에게 다시 한번 재기 기회를 드리는 것이 사회적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정부가 나서서 신용사면을 실시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비록 소액이지만, 신용사면으로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황현욱 기자 wook9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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