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토중래 다짐하는 정용진 부회장

김기성 / 2023-09-25 15:23:53
4년 동안의 중간 성적표는 일단 '과락'
4조5000억 붓고 M&A추진…고금리 발목
온·오프라인 결합 성공 여부가 최대변수

신세계 그룹의 파격적인 인사가 무성한 뒷말을 낳고 있다. 파격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것은 주력 계열사인 이마트와 신세계의 수장이 한꺼번에 바뀐 것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대표 40%가 전격 교체 됐다는 것, 또 인사 시기도 예년보다 한 달이나 빨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큰 주목을 받는 대목이 있다. 정용진 부회장이 아닌 엄마 이명희 회장이 단행했다는 것, ‘정용진의 남자’로 불리던 이마트 강희석 대표가 물러났다는 것, 그에 따라 정용진 부회장이 전면에 나선 이후 4년 동안의 여러 시도가 실패로 끝날지 모른다는 점이다.

 

한 달 전, 정용진 부회장의 인스타그램에 ‘권토중래(捲土重來)라는 단어가 올라왔다. 당시에는 이를 두고 여러 해석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인사와 연결시켜 보면 “어떤 일에 실패한 뒤 다시 힘을 쌓아 그 일에 재차 착수하는 일”이라는 권토중래의 뜻에 비춰,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정 부회장의 결기가 엿보인다. 과연 정 부회장은 권토중래 할 수 있을까?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UPI뉴스 자료사진]

 

4년 전, 정용진의 남자’ 강희석 대표 화려하게 등장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9년 10월, 그 때도 신세계 그룹의 인사는 파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93년 이마트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인사가 CEO에 선임됐다. 컨설턴트 출신의 강희석 대표가 등장한 것이다. 당시 신세계는 기존 고정관념을 벗어나 젊고 실력 있는 인재를 과감히 기용했다고 설명했다.

 

2019년은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변곡점이 되는 시기였다. 별도 기준 이마트의 회계를 보면 2010년 대 초반 6∼7%를 오르내리던 영업이익률이 중반 이후 5%대로 내려앉고, 2018년에는 3%대로 줄어들더니 2019년에는 급기야 1%대로 추락한 시기였다. 영업이익 규모도 2012년 7751억 원에서 2018년 5893억 원으로 추락했고 2019년에는 직전년도 대비 절반 수준인 2511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쿠팡을 비롯한 온라인 유통업체의 본격적인 확장세가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수익성에 경고장을 날린 시기였다. 이 때 등장한 이마트 CEO가 정용진의 남자’ 강희석 대표였다. 강희석 대표는 당시 50살로 직전에 정용진 부회장을 보좌했던 이갑수 전 이마트 대표보다 12세 어린, 띠 동갑의 나이였다. 그래서 정 부회장이 젊은 리더십을 앞세워 조직을 쇄신하기 위해 직접 고른 인물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2021년 이후 4조5000억 원 규모의 M&A단행

 

이후 이마트는 숨 가쁘게 M&A를 성사시키면서 신사업 분야에서의 경쟁력 확보에 무서운 속도로 돌진했다. 2021년 이후 SCK컴퍼니(옛 스타벅스코리아)의 추가지분을 4860억 원에 인수했고, 국내 1세대 이커머스 회사 G마켓을 무려 3조5591억 원에 인수했다. 

 

그밖에도 신세계 야구단에 1000억 원, 패션플랫폼 W컨셉에 2616억 원, 미국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쉐이프 빈야드에 3000억 원을 투자해 인수를 성사시켰다. 대충 계산해도 4조5000억 원에 달하는 돈이 M&A를 통한 신규 사업 확보에 투자된 것이다.

 

고금리 닥치면서, 영업이익보다 많은 이자 부담

 

문제는 시기가 좋지 않았다. 대규모 신규 투자로 이마트의 장단기 차입금은 M&A 전인 2020년 3조3000억 원 수준에서 지금은 7조8000억 원으로 불어난 상황에서 미국발 고금리가 몰아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마트의 이자 비용은 2020년 1646억 원에서 작년에는 3175억 원으로 늘어났고 올해는 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2020년 이후 이마트의 한 해 영업이익은 3000억 원을 넘지 못하고 있고 올 상반기에는 적자로 돌아섰다. 따라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최근에 잇따라 나온 이마트의 일부 부동산 자산의 매각이나 사업 지분 매각 소식도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대형마트 규제 완화하면, 온·오프라인 결합 효과 상당할 듯

 

이런 상황에서 정용진의 남자’ 강희석 대표는 물러났고, 정 부회장은 권토중래를 다짐하고 있다. 과연 G마켓으로 쿠팡과 네이버에 정면으로 맞서고 스타벅스에다가 와인과 소주, 야구 문화를 엮어 MZ세대에 파고들겠다는 정 부회장의 시도는 실패로 귀결될까?

 

이커머스 업체들의 약진에 대처하는 유통 3사의 해법은 서로 달랐다. 신세계는 정면 대응을 택했고 현대백화점 그룹은 더 현대 등을 통해 고급화 전략으로 피해가고 있다. 롯데는 온라인을 키우되 무리하지 않으면서 베트남 등 해외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중간 성적표를 보면 정 부회장에게 운(고금리)이 따라주지 않았다는 평가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온·오프라인 유통이 제대로 결합한다면 막강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데 토를 다는 사람은 없다. 더구나 대형 마트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다면 다시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정 부회장은 야구나 와인 등 자신의 관심사 위주로 M&A를 진행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사업에 연결하고 이 과정에서 SNS를 통해 MZ세대와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 기존의 재벌총수와는 다른 활력이 느껴진다. 그래서 정 부회장의 권토중래를 기대하고 믿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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