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로선 지분법 평가만 가능…재무 영향 無"
시장서 잘한 투자로 평가, 추가 납입도 불필요
오리온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바이오 사업에 힘을 싣고자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인수를 결정했다.
![]() |
| ▲ 오리온 본사. [오리온그룹 제공] |
레고켐은 꿈의 항암제로 주목받는 ADC(항체·약물 접합체)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벤처다. 2006년 5월 창립 이후 기술수출 건수만 10건이 넘을 정도로 전 세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다.
다만 이번 인수에서 우려되는 점은 레고켐의 경영 상태다. 이 회사는 과도한 연구개발(R&D) 투자로 영업적자가 수년간 계속되고 있어 오리온 재무제표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레고켐의 최근 10년 간(2014년~2023년 3분기 누적) 영업손익은 2019년을 제외하고 전부 적자다.
2014년 85억 원에서 2015년 80억 원, 2016년 102억 원, 2017년 98억 원, 2019년 160억 원으로 5년간 적자를 내다 2019년 흑자(84억 원)로 잠시 돌아섰다. 기술수출 계약에 따른 경상기술료가 유입되면서다.
그러나 이듬해 적자(298억 원)로 다시 전환했다. 2021년엔 277억 원, 2022년에는 504억 원, 지난해엔 3분기 누적 556억 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 실적이 오리온에 미치는 영향력은 아주 미미할 것으로 분석된다.
![]() |
| ▲ 레고켐바이오 연간 실적 추이. [김경애 기자] |
통상 다른 기업의 지분을 20% 이상 취득하면 '유의적 영향력'을 가진다고 보고 지분법이 회계에 적용된다. 피투자 기업의 순자산 증감이 보유 '지분율'만큼 반영된다.
반대로 지분율이 50%가 넘어가면 투자 기업과 피투자 기업이 하나의 회사로 간주되면서 연결 회계로 처리된다. 이 경우 피투자 기업이 종속회사가 되면서 재무 전체가 재무제표에 반영된다.
예외 경우도 있다. 지분율이 50% 이하인데도 피투자 기업에 실질 지배를 행사할 경우 연결 회계가 적용된다. 박상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오리온의 레고켐바이오 지분율은 50% 미만이지만 레고켐에 대한 실질 지배력 행사 가능성에 따라 레고켐 손익에 대한 연결 회계처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레고켐의 경우 25% 지분만 확보하므로 지분법 평가만 가능하다"며 "당사는 한해 4000억 원 이상 현금을 벌어들이므로 레코켐의 실적이 우리 재무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레고켐은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탄탄한 바이오 기업"이라며 "이러한 기업을 5500억 원에 인수한 것에 대해 시장에선 매우 좋은 투자를 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용주 레고켐 대표가 전날 주주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향후 5년간 필요한 1조 원의 R&D 자금을 추가 외부자금 조달 없이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듯이 오리온 측은 추가 납입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편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과 기술수출 계약을 꾸준히 맺어 왔는데도 레고켐의 영업손실이 큰 까닭으로는 과도한 R&D 투자가 지목된다.
바이오벤처는 신약 개발이나 기술수출 전엔 이렇다 할 수익원이 없고 투자받은 돈도 R&D에 거의 '몰빵'하다시피 한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R&D 비중이 통상 10% 내외인 대형 제약사 대비 적게는 두 배, 많게는 열 배가 넘는다.
레고켐의 매출 대비 R&D 비중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214%를 기록했다. 2022년엔 149%, 2021년엔 114%였다. 임상 전(후보물질·전임상) 기술수출에서 임상 중 기술수출로 사업 전략을 변경하면서 임상 비용이 늘어 R&D 비중이 더 커졌다.
일각에선 경기침체 속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오리온을 비롯한 다수 기업들이 바이오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바이오 산업에서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오려면 10년 이상의 기간과 수백 내지 수천억 원의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2020년 중국 국영 제약사 '산둥루캉의약'과 합자법인 설립 계약을 맺고 바이오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후 지노믹트리, 큐라티스 등 국내 바이오벤처에 잇달아 투자했다. 2022년 11월에는 신규 바이오 자회사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세웠다. 중국에선 대장암 체외진단 키트와 치과질환 치료제 임상, 결핵백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오리온 측은 기술력을 갖춘 국내 우수 바이오벤처를 발굴해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 제품을 상용화하는 형태로 바이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긴 안목에서 전체적인 리스크를 낮추는 투자라는 설명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건강에 대한 전 세계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는 데 주목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음료, 간편식사대용식(CMR), 바이오 3대 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투자로 식품을 넘어 인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경애 기자 seok@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