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 칼럼] 美대선 승부···나이인가, 정치철학인가

조홍균 논설위원 / 2024-02-28 14:57:00
바이든, 나이 많다는 비판 속에도 대선자금 기록적 수준 확보
나이 많은 美여야 정치지도자들···푸틴마저 바이든 나이 우려 일축
나이보다는 정치철학 중요···총선 40일 앞둔 韓에 반면교사 교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나이에 대한 우려가 적잖다. 그럼에도 대선 자금을 금년 1월에만 4200만 달러 이상 모금했다. 11월 선거를 앞둔 지금 1억3000만 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 기록적 수준이다. 바이든 캠프 측은 바이든이 모금한 현금이 미 대선 사이클 역사상 어떤 민주당 후보보다도 더 많다고 밝혔다. 이러한 바이든의 모금 능력은 그의 나이와 관련지어 대선 출마 적합성 조사를 진행하는 와중에 나온 것이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뉴시스]

 

바이든이 부통령 시절 다룬 기밀 자료의 보관 과정 등을 조사한 특별검사의 최근 보고서는 81세의 대통령을 '기억력 나쁜 나이든 남성(elderly man with a poor memory)'으로 묘사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에즈라 클라인은 바이든이 그동안 이룬 입법적 성과에 찬사를 표하면서도 나이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며 이번 대선에서 물러나기를 촉구하는 글을 최근 기고하기도 했다.

 

바이든보다 네 살 젊은 77세 도널드 트럼프의 금년 1월 모금 실적은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2023년 말 기준으로 공개된 보유 현금은 6600만 달러였고 당시 바이든의 경우 1억1800만 달러였다. 이달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 분석에 따르면 2024년 현재 트럼프에 대한 기부자 수는 4년 전 대선 시점인 2019년에 비해 22만4000명 감소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019년에 비해 트럼프 기부자가 감소한 것은 기부자 피로(donor fatigue)의 신호일 수 있다는 공화당 선거전략가의 분석도 인용했다. 트럼프는 이달 뉴욕맨해튼지방법원으로부터 3억5500만 달러의 벌금 판결을 받는 등 여러 사법적 리스크에도 둘러싸여 있어 유권자들에게 피로감을 주고 있는 측면이 있다. 바이든뿐만 아니라 트럼프의 나이 역시 많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6월에 트럼프는 78세가 된다.

 

현재 미국 상원의원 나이의 중간값은 65세다. 상원 다수당(민주당) 원내대표인 척 슈머는 73세다. 상원 소수당(공화당)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은 82세다. 매코널의 공화당 동료 상원의원인 척 그래슬리는 90세이며 6년 임기가 만료되는 2028년 선거에도 재출마하기로 최근 선언했고 당선되면 101세까지 정치 활동을 계속할 수 있게 된다. 

 

미국 좌파의 상원 기수(旗手)는 여전히 82세의 버니 샌더스다. 샌더스의 과거 경쟁자이자 한때 동맹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74세다. 미국 주요 정치지도자들의 면면을 보면 바이든이 현재 나이로 보아서 아주 특이하고 예외적인 인물(outlier)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 하원의원 나이의 중간값은 58세다. 현재 상하원 의원 중 7%만이 40세 미만이며 미국인 나이의 중간값은 38.9세다. 따라서 지금 눈에 띄는 것은 바이든의 나이가 아니라 미국 정계를 장악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만만치 않은 오랜 정치 경륜, 그리고 미국 정치지도자들과 유권자들 사이에 보이는 전반적인 연령대 불일치 또는 그로 인한 세대 간극(generation divide) 개연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달 국영 TV 인터뷰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질문에 더 경험이 많고 예측 가능하며 전형적인(old-school)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는 바이든을 트럼프보다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푸틴의 이 발언은 바이든이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전쟁 자금을 지원할 것을 미 의회에 촉구한 직후에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역설적이다. 푸틴은 바이든의 나이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는 선거 운동이 점점 악의적으로 되어가고 있다며 바이든이 공직에 적합하지 않다는 증거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푸틴은 2021년 제네바에서 열렸던 바이든과의 가장 최근 회담을 이렇게 회상했다. '회담에서 그도 그의 노트를 보았고 솔직히 말해서 나도 나의 노트를 보았는데 그들(미 공화당)은 이미 바이든이 유능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번 미 대선의 승부는 어디에서 결정될 것인가. 대선까지 아직 250일을 남겨둔 시점에서 계속되는 나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선 자금 확보에서 앞서가는 바이든의 건재함, 친트럼프 성향일 법한 푸틴의 진정한 의도를 알기는 어려우나 나이 우려도 일축하며 몇 가지 이유로 바이든 지지를 표명한 점 등이 일단 눈길을 끈다. 

 

과연 미 대선의 승부는 나이인가, 정치철학인가. 81세와 곧 78세가 되는 두 유력 후보 중 한 사람은 미국이 지향해온 전형적인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다른 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가운데 선택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닐 터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보인다. 

 

일부 여론 조사 등에 따르면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는 전형적인 민주주의를 위해 열광하고 헌신했던 이전 세대 젊은이들의 모습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도 한다. 그들 MZ 세대는 미국의 전통적인 글로벌 군사 역할(global military role)에 대해 일응 의문을 제기할 태세이면서도 세계화(globalization)에는 매우 편안해하고 기후 위기에 대해서 이전 세대보다 한층 더 걱정하고 있으며 다양성(diversity)을 환영하는 가운데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는 덜 신봉하려고 하는 등 복합적인 기질을 띤다고 한다. 미국 유권자들의 연령대는 정치지도자들에 비해 폭넓고 따라서 추구하는 가치 또한 그만큼 폭넓을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유권자들을 제대로 바라보는 정치지도자들의 정치철학이 지금 첨예한 논란 대상인 나이보다 훨씬 더 중요할 수 있음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250일 남은 미 대선의 향방을 지금 예단하기는 이르겠으나 현대 민주주의와 선거 시스템 등 여러 관점에서 성찰해야 할 과제와 교훈을 던지는 듯하다. 정치철학이 결여된 정치지도자들이 유권자인 대중에게 때로 있을 수 있는 편향(bias)에 오히려 편승하거나 조장하는 정치문화는 민주주의의 퇴행을 가져오는 요인으로서 철저히 배격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총선을 40일 앞둔 우리에게도 반면교사의 교훈을 준다. 비단 나이뿐만 아니라 특정인, 특정세력과의 친소관계나 편향된 이념 등이 정치인 선택의 주된 요인이 되는 구도가 아닌 유권자들을 바라보는 진정한 정치철학에 토대를 두는 시스템이 긴요하다.


 


▲ 조홍균 논설위원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

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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