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前태광회장, 광복절 특사 잉크도 마르기 전에…

김기성 / 2023-10-24 14:54:48
복권 2개월여 만에 경찰 압수수색
이번에도 횡령·배임 혐의로 수사받는 중
복권 대상 선정 과정 되짚어 봐야 할 듯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또 횡령·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24일 이 전 회장의 자택과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에 있는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그리고 경기도 용인의 태광CC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직원의 허위 급여로 20억 이상 비자금 조성 혐의

현재 이 전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비자금 조성, 즉 횡령과 배임이다. 태광 계열사를 동원해 이 전 회장이 병보석 기간 동안 직원들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20억 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태광CC가 계열사에 대해 공사비를 부당 지원한 것과 2015년에서 2018년 사이에 태광그룹의 임원들이 불법적으로 겸직한 혐의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 측은 이번 압수수색은 이 전 회장과 관련된 것이 아니고 태광CC의 계열사 부당 지원과 관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전 회장에 대한 수사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이 회장직에서는 물러났지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수사 결과에 따라 또 한 번의 인신구속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조형물은 태광그룹 계열 흥국생명빌딩 앞 '해머링 맨'. [뉴시스]

 

2011년에도 횡령배임, 황제보석 논란 끝에 3년 징역형

이 전 회장은 2011년에도 횡령·배임 과 법인세 포탈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당시에는 섬유 제품의 생산 규모를 조작해 모두 400억 원이 넘는 돈을 횡령하고 900억 원 이상의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였다. 그러나 구속되고 두 달여 만에 간암3기로 집중치료가 필요하다며 보석을 신청했다. 법원은 자택과 병원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아 보석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후 7년 넘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면서 보석 조건인 주거지를 벗어나 술집을 드나든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면서 황제보석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결국 2018년 12월 법원은 이 전 회장의 보석을 취소했고, 이 전 회장은 구속된 상태에서 2019년 6월 대법원은 200억 원대의 회사 돈을 횡령한 사실이 인정돼 징역 3년형을 확정받았다.

복권된 지 2개월여 불과…복권 대상에 어떻게 선정됐는지 의문

이 전 회장은 형기를 마친 뒤 2021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이후 경제인 사면 얘기가 나올 때마다 대상자로 거론된 끝에 지난 8월 윤석열 정부의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에 올라 복권됐다. 그러나 불과 두 달여 만에, 시쳇말로 특별 사면 명단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또 같은 혐의인 횡령·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만기 출소했으니 과거 일을 들출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현재도 시민단체들이 이 전 회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계열사를 동원해 자신 명의의 골프장 회원권 매입을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62년 생으로 이제 막 60세를 넘긴 재벌 총수가 너무 자주 수사 대상에 오르내리고 더구나 그 혐의가 횡령·배임인 것은 앞으로 경영활동에 큰 제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경제를 살린다면서 재벌총수를 대상으로 빈번하게 실시되는 사면 복권에 대해서도 다시 되새기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재벌 총수로서 가장 치사한 죄, 즉 회사 돈을 자기 주머니에 넣는 횡령·배임 혐의로 실형을 살았고 또 같은 혐의로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돼 있던 이호진 전 회장이 광복절 특사대상에 포함된 과정은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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