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에 맞서는 '당뇨 패치' 이오플로우…승기 잡나

박철응 기자 / 2024-11-28 14:42:32
1조 빅딜 앞두고 美 인슐렛 소송
유럽 법원에선 승소, 연이어 상한가

당뇨환자는 매년 증가추세다. 세계적으로 4억6000만 명에 달한다. 당뇨는 혈당관리가 핵심인데, 중증인 경우 일상이 번거로웠다. 매일 몇 차례 센서로 혈당을 체크하고 직접 주사 바늘을 꽂아 인슐린을 주입해야 했다.

 

이 것도 이젠 옛날 얘기다. 기술의 진보가 당뇨환자들을 주사기에서 해방시켰다. 붙이기만 하면 되는 '인슐린 패치'(이오패치)가 주사 바늘을 대체했다. 한국의 제약바이오 기업 이오플로우가 개발한 신기술이다. 유일한 경쟁사 미국 인슐렛의 인슐린 패치보다 앞선 기술이다. 에너지효율이 두 배다. 그만큼 교환주기가 더 길고 이용 환자의 편의성이 더 뛰어나다. 

 

이러한 기술력으로 이오플로우는 날개를 단 듯했다. 한때 주가가 3만 중반대를 넘어 4만원을 바라봤다. 그런데 어느날 고꾸라지더니 거의 10분의 1토막으로 쪼그라들었다. 최근 유럽시장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에서 승소해 연일 상한가를 치며 상승했지만 여전히 고점 대비 3분의 1토막 수준에 불과하다.

 

기술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규모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 기업인 인슐렛이 이오플로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고난이다. 이오플로우의 기술력에 긴장한 인슐렛이 미국과 유럽에서 소송으로 이오패치의 시장 확대에 발목을 잡은 형국이다.

 

 

패치형 제품의 핵심은 주사 바늘 없이 피하 인슐린 전달을 담당하는 구동부 및 이를 제어하는 제어 소프트웨어다. 숱한 업체가 개발에 나섰으나 신뢰할 성공에 이른 기업은 인슐렛과 이오플로운 단 두 곳뿐이다. 

 

방식은 다르다. 인슐렛은 형상기억합금을 이용한 열-기계 (Thermo-Mechanical) 방식 구동부를 사용하고, 이오플로우는 전기-삼투압 (Electro-Osmotic) 방식 구동부다. 이오플로우는 인슐렛의 방식에 대해 급작스러운 구동, 정밀 제어의 어려움, 과도한 에너지 사용 등 단점이 있는 것으로 본다. 

 

인슐렛의 1회용 인슐린 패치는 3개의 LR44 배터리를 사용하고, 최대 3일 동안 사용 가능하다고 한다. 이오플로우 제품은 막 사이에 전압을 걸어 인슐린을 피하로 전달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정밀 제어가 용이하고, 에너지 소모량도 적으며, 확장성 역시 우수하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2개의 LR44 배터리, 최대 4일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오플로우는 전기-삼투압 방식 구동부의 우월한 확장성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일주일간 사용 가능한 인슐린 패치인 이오패치 3.0 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2022년에 이미 생체 적합성 테스트 및 독성 테스트를 완료했다. 이는 같은 요일과 시간에 교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피하 인슐린 펌프를 생산하는 기업들도 나섰지만 독자적인 구동부 개발에 실패했다. 세계 최대 인슐린 펌프 제작사인 미국 메드트로닉사도 그랬다. 인슐렛이 시장을 상당부분 잠식 당한 메드트로닉사는 지난해 이오플로우를 인수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가격으로는 7억3800만 달러를 제안했다. 1조 원에 이르는 빅딜이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중장기적으로는 이오플로우의 인슐린 패치에 메드트로닉의 차세대 혈당 센서 및 식단 검출 알고리즘 등을 통합하려는 복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초로 웨어러블 '인공 췌장' 전체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로 자리매김하려 했다. 궁극적으로 인슐린 주입(주사) 시장을 장악하려는 의도로도 보였다. 

 

인수가 추진되자 인슐렛 주가가 반토막이 났고, 인슐렛의 공격이 시작됐다. 이오플로우가 특허 및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구동부와 제어 소프트웨어 등 핵심 장치의 근본적 차이를 인지하게 된 인슐렛은 추후 특허 침해 주장을 철회하고, 영업 비밀 침해에 집중하는 소송으로 압박했다.

 

인슐렛은 본거지인 매사추세츠주 연방지방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고 심리 후 1주일만인 지난해 10월 이오플로우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일단 이오플로우의 패배였다. 이에 메드트로닉은 이오플로우에 대한 인수 제안을 공식적으로 철회하고, 관망세로 돌아섰다.

 

이오플로우는 워싱턴의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했으며 지난 6월 가처분 결정을 파기, 환송했다. 법원 판결이 다시 뒤집힌 것이다. 한국의 스타트업이 시가총액 20조 원 이상의 미국 거대기업을, 그것도 미국 법원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는 우려 섞인 시각이 많았다. 

 

지난 7월에는 인슐렛이 유럽통합특허법원(UPC)에 이오플로우와 이오플로우의 유럽 총판사인 이탈리아 메나리니사를 상대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CE 인증(유럽 통합 인증)을 취득해 판매되고 있는 유럽 시장에서마저 판매가 불가능하게 된다면 이오플로우는 새로운 타격을 입게 될 것이었다. 주가는 또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지난 22일 유럽통합특허법원 밀라노중앙법원이 이오플로우가 제시한 선행특허를 근거로 인슐렛 특허의 유효성이 의심된다는 이오플로우의 주장을 받아들이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오플로우 주가는 연이어 상한가를 기록했다. 

 

양사의 대결을 시장에서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오플로우는 적극적으로 소송에 대응하고 있다. 인슐렛이 주장하는 영업비밀 범위가 연방법이 정한 범위보다 과도하게 포괄적이라고 주장한다. 또 인슐렛이 주장하는 자칭 영업 비밀을 인슐렛 자신이 합리적으로 보호하는 데 실패했으므로, 법원이 인슐렛의 모든 주장을 배척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대응하고 있다. 

 

승소한다면 이오플로우와 인슐렛의 입지는 달라질 수 있다. 이오플로우는 1심 본안 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핵심 기술이 아닌 기타 부수 기술에 대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또 지불해야 할 손해배상금은 미미한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고, 인슐렛이 원하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금지 처분'을 1심 법원이 인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연방항소법원에서 인슐렛의 주장은 기각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이오플로우는 인공췌장 개발에 착수한 지도 오래 됐다. 미국 덱스콤사의 G6 혈당센서를 이용한 제1세대 인공췌장 이오패치 X 를 개발했으며 올해 1분기 식약청 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이오패치 3.0을 더욱 발전시켜 혈당센서, 전기-삼투압 방식 구동부 및 인공췌장용 알고리즘을 모두 일체형으로 구현하는 차세대 인공췌장인 이오파니를 개발 중이라고 한다.

 

현재 인슐렛의 시장가치는 180억 달러(약 25조 원) 수준이다. 기술력이 더 앞섰다는 이오플로우의 시장가치는 얼마일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의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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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응 /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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