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거래 허용하자 작전세력 초단타 매매로 주가 조작
키움창구에서 하루 평균 3000억원어치의 미수거래
영풍제지 주가 조작 의혹과 그에 따른 하한가 사태로 키움증권에서 5000억 원에 가까운 미수금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증권 시장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주가 조작 여부는 앞으로 당국의 조사에서 밝혀지겠지만 영풍제지 종목에 대해 미수거래를 허용했던 키움증권은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누가 됐건, 작전세력이라도 고객으로 모을 수 있다면 마다하지 않는 키움증권의 영업 전략이 화근이 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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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뉴시스] |
작전 세력, 레버리지 효과 노리고 신용거래·미수거래 활용
작전세력이 주가를 조작하기 위해서는 여러 증권사에 계좌를 만들어 놓고 서로 팔고 사면서 주가를 끌어 올린다. 이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막대한 자금이 동원돼야 한다. 주로 사채 자금을 동원하지만 부족한 자금은 최대한 남의 돈을 활용해 레버리지 효과를 노린다. 이 때 사용되는 것이 증권사의 신용거래나 미수거래이다. 신용거래는 증권사로부터 일정 기간 돈을 빌리는 것이고 미수거래는 일단 외상으로 주식을 사고 결제일(주문일로부터 2영업일) 전에 돈을 납입하는 거래 방식이다.
이러한 신용거래나 미수거래는 이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서는 수익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부실 종목에 돈을 빌려줬다가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또 작전세력에게 악용되면 큰 손실이 날 수 있어서 증권사들은 종목별로 신용거래나 미수거래의 증거금률을 별도로 산정한다. 이 때 참고하는 것이 종목의 재무현황이나 가격 변동성 그리고 시장 정보 등이다.
영풍제지 이상 조짐에도 키움증권만 미수거래 허용
영풍제지 주식은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주당 가격이 3000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다가 올들어 급등하기 시작해 4월에는 1만 원 선을 넘어섰고 9월에는 5만4000원을 넘었다. 17배가 넘는 주가 상승을 보인 것이다. 그런데 이를 뒷받침할 만한 실적이나 호재도 없었다. 증권에 문외한이라도 주가 조작을 의심할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 한국투자 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대부분 증권사들은 영풍제지에 대해 신용거래와 미수거래를 모두 차단했다. 그러나 키움증권은 신용거래는 막았지만 미수거래는 허용했다. 고객 돈 40으로 100의 주식을 살 수 있게 한 것이다.
키움증권 창구, 방관 속에 작전세력의 놀이터로 전락
문제는 지난 18일 터졌다. 영풍제지 주식에 주가 조작 세력이 개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 그리고 다음 날인 19일 영풍제지 주식의 거래가 정지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늘 있는 주가 조작 사건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키움증권은 20일 영풍제지의 하한가 사태로 4943억 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다고 공시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어떻게 5000억 원 가까운 미수금이 발생했을까? 만약 키움증권이 규정대로 결제일까지 미수금을 청산하지 못하는 계좌에 대해 반대매매를 실행했다면 4943억 원의 미수금은 16일과 17일, 18일 이뤄진 미수거래에서 생겼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작전세력이 미수금을 한도인 60%까지 사용했다면 전체 거래규모는 82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계산된다. 18일은 하한가로 떨어져 거래가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하루 평균 3000억 원에 달하는 미수거래가 영풍제지 한 종목에 집중됐다는 얘기다. 그것도 키움증권 창구에서만.
키움증권, 불법적 작전세력을 보고도 눈 감은 것은 아닌지?
이를 놓고 볼 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작전세력은 미수거래를 이용해 초단기 거래로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영풍제지 주식을 미수로 사서 당일 팔거나 그다음 날 팔아치웠던 것이다. 당연히 그 주식을 사는 쪽도 키움증권의 미수거래를 활용했을 것이다. 한마디로 작전세력들은 키움증권을 자신들의 놀이터로 여기고 활개를 쳤던 것이고 키움증권은 작전세력에 ‘판’을 깔아준 셈이다.
이런 이상 조짐이 나타난 것은 아무리 늦게 잡아도 지난 6월부터다. 거래량이 늘고 주가가 급등한 것이다. 이를 키움증권이 이상하게 여기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 특히 미수거래는 증권사에서 누구에게나 통상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단골 고객에 대해 예외적으로 미수거래를 허용한다. 더구나 이번에 미수금 문제를 일으킨 계좌는 100여 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더욱 의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불과 100여 개의 계좌에서 대량으로 아주 빈번하게 한 종목에 대해 미수 거래가 발생한다는 것을 몰랐을까? 몰랐다면 증권사로서의 자격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알고도 방치했다면 불법 도박장을 개설한 것과 다른 게 무엇인가?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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