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기업가치 증대 및 혁신과 긍정적 관계"
전문경영인은 상대적으로 위험 회피 경향 시사
규제 필요성은 인정…"과도한 지배는 부정적"
국책 연구기관이 대기업집단의 가족 경영에 대해 길게 봐서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한국 경제의 대표적 문제로 지적돼 왔지만 무조건 해악으로만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라 주목된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대규모 기업집단의 소유지배 구조와 기업가치 및 기업혁신 활동 간의 관계 분석' 보고서를 통해 "가족 중심 소유지배 구조의 강화는 장기적 기업가치 증대 및 이를 위한 기업혁신 활동과 긍정적 관계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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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시스] |
김동근 산업연구원 디지털·AI전환생태계연구실 부연구위원을 책임자로 하고 같은 연구실의 남상욱 부연구위원, 장재기 인구감소·고령화대응연구실 부연구위원, 전현희 경제안보·통상전략연구실 연구원이 참여한 연구 결과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 주주 간 상충된 이해관계에 따라 발생하는 '대리인 비용'을 주된 분석 틀로 삼았다. 76개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전문경영인, 가족 이사 비율, 가족 지분율, 가족 외 대주주 지분율, 지배소유 괴리도(의결권과 현금 흐름권 차이) 등의 변수를 활용했다.
기업가치는 주가순자산비율(M/B)과 토빈Q(주가/순자산 장부가액)를, 기업혁신은 연구개발(R&D) 투자 비용, 특허 출원 수, 특허 출원 집중도(HHI)를 지표로 삼았다.
이를 통해 분석한 연구진은 "전문경영인에 대한 결과는 기업가치의 측정변수인 M/B와 토빈Q에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음(-)으로 나타났다"면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로 인해 수직적 대리인 비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반면 가족 중심 소유지배 구조 강화는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가족 지배 주주들의 목적인 장기적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 전문경영인에 대한 감시와 감독 혹은 수직적 대리인 비용을 완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했다.
다만 일정 수준 이상 과도한 소유권 강화나 초과 지배권의 확대는 수평적 대리인 문제를 발생시켜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또 소액 투자자에 대한 착취 문제도 있을 수 있다고 봤다.
기업혁신도 유사했다. 연구진은 "비가족 전문경영인 체제 하에서 연구개발에 대한 지출 비중이 낮고 특허에 대한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존재한다"면서 "전문경영인의 경우 기업의 미래 가치를 증가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기업 역량 다변화를 강화하기 위한 투자 결정에 대한 유인이 낮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회피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했다. 가족 지분율은 특허 출원 수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나, R&D 비중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대리인 비용의 관점에서 가족 중심의 소유지배 구조 강화를 무조건적인 해악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면서 "최근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 기준의 합리화, 동일인 지정 제도 내 총수의 친족 범위 축소 및 합리화 등 규제 정책 방향은 이번 연구 결과와 큰 방향을 같이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규제 필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시각이다. 연구진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문제, 편법을 이용한 지배력 확대, 시장 독점력 남용, 수요 독점으로 인한 불공정거래 등 다양한 측면에서 문제를 야기함에 따라 규제의 대상이 돼 왔다"면서 "이번 연구에서도 과도한 지분 보유 혹은 초과 지배권을 통한 가족 중심의 소유구조 강화는 '주인-주인' 문제로 인한 수평적 대리인 비용을 발생시켜 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증대 및 기업 혁신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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