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점검은 브랜드 평판 좌우할 행사
주택사업 집중하는 금호건설에 악재
지난해 7월 궁평2 지하차도 침수사고로 2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오송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금호건설이 이번에는 주택사업 부문에서 어이없는 사고를 저질렀다. 세종시 신축 아파트 '리첸시아파밀리에'의 입주예정자 사전점검에서 믿기 어려운 하자가 발견된 것은 물론이고 인분까지 발견된 것이다. 아시아나 매각 이후 주택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금호건설로서는 뜻하지 않은 대형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 리첸시아파밀리에' 하자투성이에 인분까지 발견된 사전점검
인터넷커뮤니티와 세종시의회 홈페이지 등에 올라온 '리첸시아파밀리에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의 민원을 종합해 보면 이달 말 입주 예정이라는 일정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천장 작업은 완료되지 않았고 벽면 타일 공사도 끝나지 않은 상태로 나타났다. 복도에는 건축 자재가 가득 쌓여 있었고 벽에는 벽지를 긁어 욕설을 적어 놓은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여기에다가 화장실 변기에는 오물이 담겨 있었고 심지어 하수구에도 인분이 상자로 가려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사전점검을 다녀온 입주예정자들은 오는 31일부터 시작될 예정인 입주가 가능할 것 같지 않다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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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세종시 신축 아파트 사전점검입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에 첨부된 사진 속에는 공사가 진행되다 만 듯한 현장 모습(왼쪽)과 인분이 있는 변기 모습이 담겼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사전점검은 주택법에 따라 반드시 실시해야 하는 제도
입주예정자 사전점검은 주택법 48조2항에 근거해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는 경우 부실시공을 사전에 점검해 보수공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3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필수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제도다.
입주예정자로서는 큰돈을 들여 주택을 구매한 뒤 입주를 앞두고 최종적으로 부실 공사 여부를 체크하고, 약속한 건축 자재 등을 제대로 사용했는지를 점검하는 기회가 된다. 또 시공사 입장에서는 소비자로부터 품질을 평가받는 마지막 관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입주예정자들은 직접 시간을 내서 현장을 방문해 꼼꼼히 따지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전문 점검 기관에 사전점검을 맡기기도 한다. 시공사는 사전점검 결과가 좋으면 호평을 받았다는 보도 자료까지 뿌리며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기도 한다. 즉 아파트 분양에서 입주예정자 사전점검은 해당 시공사에 대한 중요한 평가 자료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리첸시아파밀리에', 일정도 안 지키고 무성의로 일관한 사전 점검
이번 '리첸시아파밀리에 아파트'의 무성의한 사전점검은 입주예정자들의 분통을 사기에 충분한 것 같다. 우선 사전점검 일정도 지키지 않았다. 주택법에 따르면 적어도 입주 45일 전, 작년 12월 15일에는 사전점검을 실시해야 하지만 건설사 쪽에서 "좀 더 완성된 모습으로" 사전점검을 진행하고 싶다며 늦춘 것이다.
물론 아파트 마감 공사가 마지막에 몰리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입주 예정일을 불과 20여 일 남겨두고 진행된 사전점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입주예정자들이 찍어 올린 사진으로 볼 때 입주 예정일 맞추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걱정이 현실감 있어 보인다. 더구나 입주예정자들이 발견한 변기 속 오물이나 하수구의 인분은 건설사 측이 사전점검에 얼마나 무신경했느냐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주택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금호건설에 큰 악재 될 듯
문제가 된 '리첸시아파밀리에 아파트'는 아파트 1350가구와 오피스텔 217가구로 구성된 1567 가구 규모의 대규모 단지다. 금호건설과 신동아건설이 시공을 맡았고 금호건설의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인 '리첸시아'가 세종시에서 최초로 적용된 단지다. 청약 당시에는 경쟁률이 190대1을 기록할 만큼 인기가 있었다. 금호건설로서는 당연히 신경을 써야 하는 공사 현장이었던 것이다.
금호건설은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결정 이후 주택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매출에서 주택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에는 26%에 불과했으나 2021년 이후 45%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말하자면 항공 부문이 떨어져 나간 이후 주택사업에 집중해 홀로서기에 나선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사전점검 파문으로 금호건설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리첸시아'의 평판이 하루아침에 깎아내리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럼에도 금호건설은 "하자는 일부 세대에서 나온 것이고 문제가 없는 곳도 많았다." "미흡한 부문은 하루 빨리 완공하겠다."는 말로 이번 사전점검 파문을 덮으려 하고 있다. 극히 한가한 대응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브랜드 하나 키우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돈을 생각하면 경영진이 모두 나서서 사과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부에서 비아냥거리는 것처럼 '리첸시아'가 아니라 '똥찬시아'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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