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익훈 이지무브 대표 "장애인 '이동권'은 곧 '인권'"

정현환 / 2024-04-16 17:34:49
현대차그룹이 사회공헌 목적으로 설립한 사회적기업 '이지무브'
"국토부 복지차 예산 배정이 현실 반영하지 못해 중소기업 부담 커"
"자동차를 처음부터 유니버셜 디자인으로 만들어야"

복지차가 만들어지는 공정 내내 굉음이 귀를 찔렀다. 나사를 쪼이고 무언가를 절단하는 소음이 크다. 그런 가운데 절단된 차량이 베트남 출신 숙련된 기술자 등의 손길을 통해 복지차로 거듭나고 있다. 

 

16일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에 위치한 이지무브(easymove) 복지차 생산공장에서 김익훈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인터뷰 시작부터 "장애인이 편해지면 비장애인은 더 편해진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이동권'은 시대적 화두다. 오늘도 장애인은 '이동권을 보장하라'며 지하철과 버스를 막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제자리에서 공회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애인이나 노인 등 이동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특수한 구조와 기능이 탑재된 복지차는 이동권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다음은 복지차를 만드는 이지무브의 김 대표와 일문일답. 

 

▲ 16일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에 위치한 이지무브 복지차 생산공장 사무실 앞에서 김익훈 대표이사. [정현환 기자]

 

현대차가 이지무브를 설립한 이유는.

 

"이지무브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설립한 사회적기업이다. 2010년도에 현대차가 사회공헌 활동의 중요도와 필요성 논의하는 과정에서 교통약자인 장애인과 고령자의 편의를 높이는 일을 해보자는 목적에 따라 설립됐다. 장애인 보조기구를 만들다가 2014년에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껴 복지 차량 개발에 착수했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했다. 현재 이지무브의 복지차 주요 차종은 기아 카니발과 레이 현대차 스타리아다."

 

이지무브 복지차의 구체적인 제작 과정은.

 

"이지무브의 모든 복지차는 주문 생산으로 이뤄진다. 총 4가지 공정을 거친다. 1공정에서 기존 차량의 부품을 탈거한다. 2공정에선 차량 뒷부분에 약 300~350kg 이상 되는 전동 휠체어가 들어갈 수도 있도록 1.5톤 철판 경사로를 설치한다. 3공정에선 2공정에서 설치한 철판이 움직이지 않도록 보강한다. 4공정은 마무리 공정으로 차량 뒷부분에 휠체어가 들어갈 때 필요한 보조 부품을 장착한다. 모든 과정에서 '안전'을 중시한다. 복지차 한 대에 7명이 투입돼 약 10일에 걸쳐 만든다. 기아차 레이는 좀 더 빨리 복지차로 만들 수 있다."

 

▲ 이지무브는 사전주문을 받아 현대차로부터 카니발을 구입해, 1~4 공정을 거쳐 장애인 복지차를 만들고 있다. 왼쪽은 1공정 카니발 뒷부분 절단 모습이고, 오른쪽은 2,3,4 공정을 거친 완성된 복지차 모습. [정현환 기자]

 

교통약자 전문기업 대표로서 바라본 장애인 관련 법과 제도의 문제점은.

 

"'예산' 문제가 가장 크다. 국토교통부에서 '복지차' 예산을 풍족하게 주지 않는다. 최근 우크라이나, 중동 전쟁 등의 국제 정세에 따라 부품 원자잿값이 상승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너무 적게 예산을 책정한 탓에 예기치 않은 변수는 고스란히 중소기업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 


이지무브 복지차 가격은.

"정부가 복지차 관련 예산을 모두 통제한다. 이에 맞춰 복지차 가격이 정해지는데 현재 기본 가격은 4600~5100만원이다. 이 금액은 이지무브가 현대차에서 차량을 구매하고 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약 1500만원이 반영된 수치다. 옵션은 전혀 포함 안 됐다. 장애인은 교통약자이자 경제적 약자다. 아주 부유한 장애인이 아닌 이상 구매하기 어려운 가격이긴 하다. 갈수록 인구 고령화로 거동이 불편한 교통약자가 늘어나는 게 자명한데, 현실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이 교통약자 제품을 개발하고 투자할 수 있게끔 기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 16일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에 있는 이지무브 복지차 생산공장 사무실에서 김익훈 대표이사가 관련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정현환 기자]

 

교통약자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방안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해 제품을 생산했다. 호환이 안 되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복지차도 그렇다. 자동차를 처음 만들 때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모두 쓸 수 있는 '유니버셜 디자인'으로 만들었다면, 구조 변경에 따른 복지차 가격 상승은 없었을 것이다. 아직 우리 사회는 장애인에 맞춰 어떤 제품을 쓰게끔 만들어 놓으면 비장애인은 훨씬 더 편해진다는 걸 모른다. 차별 없는 제품을 만들어야 서비스도 같이 따라간다. 영국의 '블랙캡'이 가장 대표적이다. 우리와 다르게 장애인이 일반택시를 불러도 아무런 문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 

"장애인 '이동권'은 곧 '인권'이다. 장애인은 이동 수단이 없으면 그냥 집 안에만 갇혀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세상을 전혀 볼 수가 없다. 장애인 이동권에서 가장 큰 혁신은 휠체어였고 그다음은 전동 휠체어였다. 이제는 '복지차'다. 자동차 제조사가 처음부터 유니버셜 디자인으로 더 다양하게 차량을 만들되 정부는 이들을 보호하고 장려해야 한다. 앞으로 자동차 시장은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로 산업구조가 바뀐다. 이지무브도 이 흐름에 따라 기아의 전기차 '레이'를 복지차로 준비하고 있다. 나아가 개발도상국 교통약자를 대상으로 한 수출 시장을 개척할 예정이다. 단순히 복지차를 만들고 파는 데 머무르지 않고 교통약자인 장애인의 불편을 해소하는 애프터서비스(A/S)에 더 비중을 두겠다."

 

KPI뉴스 / 정현환 기자 dondevo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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