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 인수한 현대해상…ESG경영 시험대

김기성 / 2023-11-10 17:17:00
임팩트 투자 전문 벤처투자사 HGI 222억 원에 인수
매출 줄고, 적자 늘어 성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
고객·직원에 대한 ESG경영은 문제 투성이

현대해상이 자회사를 통해 오너인 정몽윤 회장의 아들 회사를 인수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회사는 현대해상과 접점을 찾기 모호한 벤처투자회사다.

 

▲ 서울 종로구 현대해상 본사.

 

현대해상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자회사인 현대C&R이 벤처투자사 HGI의 지분 100%를 인수한 것으로 공시돼 있다. HGI는 정몽윤 회장의 아들 정경선 씨가 64%, 딸 정정이 씨가 11.89%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인수금액이 222억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거래를 통해 정경선 씨는 140억 원, 정정이 씨는 26억 원의 매각대금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C&R “ESG 경영과 신성장 동력 확보 위해 HGI 인수”

 

현대C&R은 건물관리와 콜센터 등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현대해상 계열사와 범현대가 기업을 고객으로 용역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사업적으로 연관성이 없는 벤처투자회사를 인수한 것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해상은 그룹 차원에서 ESG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해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HGI의 성격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HGI는 임팩트 투자를 주 사업으로 한다. 임팩트 투자란 수익을 추구함과 동시에 사회나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나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현대C&R은 HGI 인수를 통해 성장성을 확보하고 ESG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현대C&R은 규모가 크고 자본의 안정성도 확보돼 있지만 용역회사라는 한계를 극복하려는 욕구도 크다고 덧붙였다.

 

ESG 경영의 출발점은 직원과 고객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을 발굴하는 것도 좋지만 기업의 ESG경영은 본업을 통해 실천돼야 한다. 현대해상은 보험이라는 본래의 영역에서 ESG경영을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해상은 지난해 12월 고객에게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원성을 샀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현대해상 보험금 깎기 꼼수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지난달 23일에는 현대C&R이 관리하는 현대해상 콜센터 직원 700명이 처우 문제로 하루 동안 파업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현대해상은 750%, 현대C&R은 400%의 상여금을 지급했으나 콜센터 직원들은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하루 휴게 시간 30분 보장도 합의 되지 않고 있다며 파업 이유를 밝혔다. 

 

총수 자녀의 회사를 사들이면 비난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미리 짐작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인수를 강행할 만큼 ESG경영에 진심이라면, 그 원칙은 먼저 내부 직원과 고객에 대해 적용하는 것이 일의 순서였을 것이다.

 

핵심 부문 분리해 임팩트 투자 가능할지 의문

 

현대해상 측은 HGI인수의 또 다른 이유로 성장성, 즉 신성장 동력의 발굴을 내세웠지만 이 부분도 납득하기 어렵다. 첫째 HGI의 수익성에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기준으로 매출은 59%가 줄었고 16억 원이 넘는 영업적자와 10억 원 이상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출감소, 적자 확대 기업을 인수하면서 성장성을 운운하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두 번째는 HGI의 인수 직전에 임팩트 투자의 핵심 사업 부문이 분리된 점도 의문이다. 지난 3월 HGI는 스타트업에 자금 지원을 넘어 경영에 참여하고 컨설팅을 제공하는 부문을 따로 떼어내 정경선 씨가 75%의 지분을 가진 회사로 분리했다. 이에 대해 현대C&R 측은 "전략적으로 회사에 필요한 임팩트 VC사업 부문만 인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스타트업에 대한 경영 참여나 컨설팅은 임팩트 투자 대상을 새롭게 발굴하기 위해서는 핵심적인 부문이다. 따라서 이 부문에 제외되면 사실상 임팩트 투자는 현재 운영 중인 펀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절차적 하자 없더라도 임팩트 투자 지속 않으면 비난일 듯

 

재벌에 대한 부의 대물림에 대해 사회적 비난이 크다. 또 과거처럼 총수 자녀가 운영하는 적자투성이의 기업을 계열사가 떠안아 주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현대해상도 절차적 요건에서 면밀히 따져 HGI의 인수를 추진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절차적 하자나 서류상의 미비점이 없다고 넘어갈 것으로 본다면 오산이다. 현대해상의 주주와 고객, 직원들은 앞으로 현대C&R이 HGI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과연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기업을 발굴해 임팩트 투자를 지속하는지, 아니면 현대C&R이 벌어들이는 돈으로 HGI의 적자를 메꿔나가는지 감시할 것이다. 1년만 지켜봐도 현대해상의 ESG 경영이 진심인지는 드러나게 될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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