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1 합헌·기각, 보수 2 각하, 진보 1 인용…네갈래
김복형·정계선 정면충돌…尹 사건도 의견대립 가능성
계엄 적법성·내란죄 철회 판단 없어... 尹선고 4월설↑
헌법재판소는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 갈라진 내부상을 드러냈다. 헌법재판관 8명의 의견이 네 갈래로 나뉘었기 때문이다. 5명은 서로 다른 두 가지 논리의 기각 의견, 2명은 각하, 1명은 인용 의견을 냈다.
독립성, 다양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있으나 '정치적 성향'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적잖다. 일각에선 재판관들의 의견 대립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판관 8명 중 4명(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계선)은 진보 성향, 4명(김형두·김복형·정형식·조한창)은 중도·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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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선고 날인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재판관 8명이 앉아있다. [뉴시스] |
기각 입장인 5명 중 4명(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은 한 총리가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거부한 것은 위헌·위법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파면할 잘못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보수 성향 김복형 재판관은 그러나 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를 위헌·위법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상반된 논리를 들어 기각을 결정했다.
보수 성향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각하 의견을 밝혔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하려면 대통령 기준(200석) 의결 정족수가 적용돼야 하는데 총리 기준(151석)이 적용됐으므로 소추를 각하해야 한다는 한 총리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정계선 재판관은 한 총리를 파면해야한다는 인용 의견을 냈다. 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거부한 것과 '내란 특검'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잘못이라는 설명이다. 정 재판관과 김복형 재판관은 재판관 후보자 미임명을 놓고 정면충돌하며 대척점에 선 모양새다. 앞서 이른바 '지라시' 형태로 두 사람 의견 충돌이 심하다는 내용이 돌기도 했다.
헌재법은 "재판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고 정한다. 하지만 일부 탄핵심판 결과를 보면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 1월 23일 선고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이 대표적 예다. 기각과 인용 의견이 4대 4로 극명히 갈렸다. 진보 성향 4명은 인용, 중도·보수 성향 4명은 기각이었다.
지난 13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탄핵심판은 전원일치로 국회 소추를 기각했다. 하지만 진보 3명(이미선·정정미·정계선)은 국무총리 공익감사청구권 부여와 관련해 "헌법 및 감사원법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면서도 "파면할 정도로 아니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지난달 27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와 관련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에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을 결정했다. 이때는 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이 결론에 동의하면서도 권한쟁의 청구가 본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점은 적법하지 않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그간 윤 대통령 선고가 늦어지는데 대해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돼 왔다. 탄핵 인용을 전제로 만장일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교통정리를 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관측이 하나였다. 인용 의견이 의결정족수(6인 이상)를 채웠는데, 기각·각하 의견 1, 2인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 총리 사건을 보면 윤 대통령 선고 지연이 전원일치를 위한 '이견 조율'이 원인이라는 시나리오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비친다. 대신 여권에서 주로 거론되는 시나리오가 주목받는 흐름이다. 인용 대 기각 의견이 '5 대 3' 또는 '4 대 4'로 맞서 재판관들이 진통을 거듭하며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 총리 사건처럼 재판관들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의견 대립을 반복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게다가 윤 대통령 사건은 한 총리 사건보다 쟁점이 훨씬 많아 재판관들 고심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절차적 문제를 중시했다. 그런 만큼 두 사람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내란죄' 철회 문제를 중시할 수 있다. 또 지금까지 헌재의 주요 결정을 볼 때 김복형 재판관이 스윙보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그는 한 총리 사건의 다섯 가지 쟁점 모두에서 위헌·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여권 관계자는 "재판관들이 지난달 25일 변론 종결 후 평의를 한달 간 거듭하고 있는데 인용으로 기울었다면 벌써 선고를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헌재도 전국적인 대규모 탄핵 찬반 집회로 사회적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을 외면할 수 없다"며 "만장일치 모양새를 위해 평의를 그렇게 길게 끌고 올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재판관들 의견충돌로 탄핵심판이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헌재 선고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12·3 비상계엄' 적법성, 수사기록 증거 채택, 내란죄 철회 논란 등 쟁점에 관한 헌재 판단이 나올 수 있다고 예상됐기 때문이다.
헌재는 그러나 비상계엄 적법성을 정면으로 판단하지는 않았다. 한 총리가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았으므로 파면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만 밝혔다.
기각·인용 의견을 낸 재판관 6명은 "(한 총리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불과 2시간 전 무렵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듣게 되었을 뿐 그 이전부터 이를 알고 있었다는 사정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내란죄 철회'에 관한 판단도 하지 않았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 사건의 최종 결론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 만큼 '4월 선고설'이 부상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도 윤 대통령 선고기일을 정하지 않았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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