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조건 ①목적 ②관점 ③명확성 ④역량 ⑤겸손
6·3대선이 목전에 다가온 가운데 대선 후보들의 TV 토론도 시작되었다. 경제 분야에 관한 첫 번째 토론에서 주요 후보들은 민생 경제와 성장 동력에 관한 공약과 정책을 말하고자 했다. 하지만 유권자들에게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이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 것인가를 보여주기에는 토론의 실체적 메시지가 부족했고 무엇보다 대선 후보로서의 진지함과 철학이 전해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 |
| ▲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문수, 민주노동당 권영국, 개혁신당 이준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뉴시스] |
지금과 같은 대전환기의 정치인들에게 기대되는 중요한 역할의 하나는 교육가(educators)로서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변화하는 세계관(changing worldviews)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며 의미를 재정의하는 리더로서의 역할이다. 정치는 사회세력의 집합적 요구를 그대로 반영하는 단순한 거울 이미지(mirror image) 이상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대중의 선호, 정치세력 간의 합의 등 외생적(exogenous)으로 주어진 요인에 의해서만 정치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정치의 내생적(endogenous) 질서가 작동해야 하는 것이다. 정치 자체가 지니는 지적 자산과 경험(institutional memory)이 중요한 이유다. 우리 시대의 유권자들은 그러한 정치와 정치인의 역할을 바라고 있다. 그런 리더에게는 다섯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리더의 목적(purpose)이다. 목적은 그저 '있으면 좋은 것(nice to have)'이 아니다. 목적은 리더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왜 그렇게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실체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목적은 리더에 대한 신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리더에 대한 신뢰는 리더가 무엇을 성취하려고 하는지, 무엇이 리더를 이끄는지를 이해하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목적에 대한 리더의 진정한 이해는 리더가 목적의 청지기(stewards)임을 항상 기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뜻에서 리더십은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진정한 리더로서의 대선 후보들은 경제정책의 목적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리더의 관점(perspective)이다. 리더가 바라보아야 하는 관점은 앞에 펼쳐져 있는 지평선(horizon)에만 국한될 수는 없다. 진정한 리더는 주변부(periphery)를 포용해야 한다. 중심에 있는 사람들보다 테두리, 가장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다. 경제 상황은 고용되지 않은 실업자들에게는 다르게 보인다. 소외된 사람들에게는 공동체가 다르게 보인다. 대선 후보들이 민생 경제에 관한 차기 정부의 정책을 말하기 위해서는 실업자들을 먼저 진지하게 만나보아야 한다.
셋째, 리더의 명확성(clarity)이다. 명확성은 명확한 사고와 건전한 판단에서 비롯된다. 명확성의 핵심은 복잡한 문제를 정리하고 본질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다. 그리고 이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경제 이슈에 대한 이론이나 상충적 견해를 비교 평가한다거나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의 접근방식으로 일반 유권자들을 당장 확신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대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사람들은 대선 후보자들의 경제에 관한 현학적, 분석론적 설명보다는 사리에 맞는 논의(reasoned argument)와 현실감 있는 일화(anecdote)를 기억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다만 명확하게 말하면서도 현실주의(realism)와 낙관주의(optimism) 사이의 올바른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리더의 역량(competence)이다. 역량이 없으면 신뢰받을 수 없다. 역량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함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틀린 것보다 옳은 것을 더 많이 할 수 있어야 한다. 틀린 결정보다 옳은 어려운 결정을 더 많이 하지 못한다면 역량 있는 리더가 될 수 없다. 리더는 전문가에게 결정을 모두 맡기기보다는 스스로 전문역량(expertise)에 따라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불확실성 높은 대전환기의 리더는 고도의 적응력을 갖춰야 하고 이때의 리더십은 리더와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되는 창발적(創發的) 속성(emergent property)이 된다. 리더는 자신에게 정답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경우 조용히 경청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리더십을 변화시킬 수 있다.
다섯째, 리더의 겸손(humility)이다.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이를 인정해야 한다. 훌륭한 리더는 겸손과 함께 학습 능력을 지니고 있다. 실수를 인정하고 피드백을 수용하며 교훈을 공유한다. 반면 과다확신 오류에 빠진 리더는 학습을 멈추며 설상가상으로 우리(us)와 그들(them)이라는 이분법의 집단사고 오류에 빠지기도 한다. 리더가 자신의 약점을 인정할 때 끊임없는 학습과 자기 계발의 과정에 있음을 시사한다. 리더가 된 것은 이미 성공했고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외려 리더십은 의도적인 연습과 지속적인 학습을 필요로 하는 훈련 과정이다. 그래서 리더는 성공에 대해 겸손해야 하고 실패에 대해 솔직해야 한다. 실수를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교훈을 얻는 것은 진정성의 중요한 부분이다. 진정성은 자신이 하는 말을 실천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믿는지, 무엇이 자신을 이끄는지, 강점과 약점을 포함하여 자신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성은 신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람들이 모든 결정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결정이 내려진 이유를 알 권리가 있다. 리더가 무엇을 의도하는지를 사람들이 알면 결정을 따르기가 더 수월해지고 나아가 결정을 예측하기도 더 수월해진다.
리더의 목적, 관점, 명확성, 역량, 겸손. 이 모든 조건이 어떤 리더에게도 동시에 갖추어져 드러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들을 마음에 간직한다면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씨앗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씨앗이 성장해 나가면서 리더와 리더가 이끄는 사람들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6·3 대선에서 이를 기대해 본다.
![]() |
| ▲ 조홍균 논설위원 |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 현재 고려대 특임교수
KPI뉴스 / 조홍균 논설위원 hongkyooncho@korea.ac.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