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부까지 까발리는 LG가 세모녀…막장 치닫는 재벌가 상속재판

김기성 / 2023-11-18 14:14:22
고 구본무 회장의 프라이버시도 지켜지기 힘들 듯
고 구자경 회장의 ‘치매 병력’도 공격의 빌미
‘인화(人和)’와는 동떨어진 세 모녀와 아들의 상속 재판

인화(人和)’를 중시한다는 LG그룹도 재산을 둘러싼 상속 다툼의 양상은 여느 재벌가와 다르지 않았다.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망자(亡者)의 치부도 까발릴 수 있고 선대(先代)의 위신도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재판에서 거론된 회장님의 금고

 

고 구본무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구연경 LG 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 등 세 모녀가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 분쟁의 두 번째 재판이 지난 16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렸다. 이날 재판은 LG그룹 재무관리를 담당하면서 오너 일가의 재산관리와 상속 업무를 총괄한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원고(세 모녀) 측은 회장님의 금고를 들고 나왔다. 고 구본무 회장의 사무실 금고를 직계 유족의 동의 없이 첫째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과 하 사장이 금고를 개방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금고 속에 고 구본무 회장의 유언장이나 다른 물건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 아니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하 사장은 구본무 회장의 금고는 사적 재산이 아니라 회사재산이었다고 설명했다. 개방 과정에 대해서는 구본능 회장(구광모 회장의 친부)이 열어보자고 제안해서 자신의 참관 아래 연 것이라고 말했다. 금고를 연 이유는 고 구본무 회장의 프라이버시한 물품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 여의도 LG사옥. 원안은 구광모 회장. [UPI뉴스 자료사진]

 

회장님의 금고속 프라이버시한 물품은?

 

그러자 원고 측에서는 프라이버시한 물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답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하 사장은 고 구본무 회장의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것이라 공개된 법정에서 답하기 곤란하다며 판사에게 따로 말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공개법정에서 증언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면서 비공개 재판에서 질의하라며 원고 측 질문을 제지했다. 따라서 다음 달 19일 비공개 재판에서는 회장님 금고속의 프라이버시한 물품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 알려지기를 원치 않는 비밀이 있기 마련이다. 비록 비공개 재판에서 증언이 나오겠지만 고 구본무 회장의 사적인 비밀은 더 이상 지켜지기 어려울 가능성이 커졌다. 만약 그것이 혹시라도 남사스러운 내용이라면 더더욱 대중의 입방아에 오를 수모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장자승계의 원칙부정하기 위해 소환된 고 구자경 명예회장 치매 병력

 

이날 재판에서는 일반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고 구자경 명예회장의 치매 병력도 취재진에게 공개됐다. 원고(세 모녀) 측에서는 고 구자경 명예회장이 치매로 인해서 2009년부터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된 것 아니냐고 캐물었다. 하 사장이 2009년에는 치매가 심하지 않았다고 답하자 원고 측은 구체적인 연도를 좁혀가며 언제부터 의사소통이 안 됐는지 따졌다. 이에 대해 하 사장은 고 구자경 명예회장이 치매로 의사소통이 안 된 시기는 2016에서 2017년이었다고 밝혔다.

 

원고 측이 이처럼 집요하게 고 구자경 명예회장의 치매 병력을 따진 것은 2019년 고 구자경 명예회장이 사망한 이후 남은 재산 대부분을 구광모 회장에게 상속한 것이 올바른 판단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LG그룹에서 당연시하고 있는 장자승계의 원칙을 흔들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아들 먼저 보내고, 자신은 아버지보다 먼저 간 고 구본무 회장

 

고 구본무 회장은 기업가로서는 큰 성공을 이뤄냈지만, 가정사에서는 비극을 피하지 못했다. 1994년 친아들 구원모 씨가 19살의 나이에 사망하는 아픔을 겪었고 자신도 아버지인 고 구자경 명예회장보다 1년 앞서 2018년 먼저 세상을 떠난 것이다.

 

고 구본무 회장은 자신이 아들을 잃는 참담함을 겪었던 만큼 사망 직전까지 자신의 병세를 아버지인 고 구자경 명예회장에게 알리는 것을 막았다고 한다. 그런 아들 입장에서 아버지인 고 구자경 명예회장의 치매 병력이 드러나는 것을 원했을 리가 없었다.

 

이처럼 고 구본무 회장은 가족 간의 인화를 중하게 여겼지만, 사후(死後)에 벌어진 재산 싸움은 집안의 모든 치부를 드러내고 위신을 깎아내리고 있다. 더구나 재판이 오래 끈다면 언제 어디서 또 다른 치부가 튀어나와 망자(亡者)의 무덤 자리를 어지럽히지나 않을지 걱정스럽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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