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데서 또 나는 건설 사고…도대체 왜?

김이현 / 2019-03-12 16:16:22
산업 현장 사망자수 줄지만 건설현장은 예외
소규모 현장일수록 안전관리 사각지대 놓여
"불법 하도급 철폐·원청 책임성 강화 필요"

공사 현장에서 최우선은 '안전'이다. 다행히 산업 현장에서 사고 사망자수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건설업은 예외다. 건설현장 사망자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산재 사망사고 1순위'라는 불명예를 떨치기 위해 안전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칼을 빼들었다. 올해 '사망사고 절반 줄이기'를 목표로 적극적 예방에 나섰다. 교통사고 등 다른 분야와 달리 건설분야에서만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지 않는 터다. '추락재해예방 점검의 날'인 매월 14일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추락재해 근절을 위한 행사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건설현장은 여전히 위험한 공간이다.

 

▲ 서울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 내 건설노동자의 모습 [정병혁 기자]

열악한 환경에 안전불감증까지 겹쳐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안전당국은 건설 사망사고를 막으려 연중 내내 현장을 상시·불시·특별 감독한다. 그러나 건설업 산재사망자는 매년 500명에 달한다. 전 업종 사고 사망자 중 건설 근로자가 가장 많다. 건설재해를 줄여야 우리나라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건설업은 고소(높은 곳에서 하는 작업)공사의 특성상 위험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건설 현장은 대지나 높이 등 현장 조건이 매번 달라진다. 이전의 경험은 하나의 참고사항일 뿐 늘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작업을 반복하는 다른 생산직종과 달리 건설현장은 실수가 곧바로 생명과 직결된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떨어짐(추락)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재해현황'에 따르면 2015년 전국 건설현장 사망사고 955건 중 339(35.5%)가 추락사였다. 2016년에는 969건 중 366건(37.8%), 2017년에는 464명 중 284명(61%)이었다. <UPI뉴스>가 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18년 건설현장 사고사망 현황'을 보더라도 작년 1월부터 9월까지 사망자 344명 중 204명(59%)이 추락으로 목숨을 잃었다. 전체 사망사고 비율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지만 추락으로 목숨을 잃는 근로자는 증가하는 흐름이다.

우선 대두되는 원인은 안전불감증이다. 안전하지 못한데도 괜찮다고 느끼는 왜곡된 심리상태가 현장에 만연하다는 얘기다. 특히 소규모 건설현장은 다양한 위험요소가 압축돼 있다. 규모가 영세하다 보니 안전시설과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는다. 공사기간이 짧고 현장 수도 많아 정부의 안전감독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안전당국의 기술지도 등 정부지원도 받기 어렵다.

2015년 건설업 추락 사망자 257명 중 195명(75%)은 50억 원 미만 소규모 현장에서 발생했다. 이 중에서도 20억 원 미만 현장에서 160명이 사망했는데, 39명은 지붕이나 대들보에 안전장치 없이 올라가 작업하다 추락했다. 22명은 비계(가설 구조물)에서 추락사했다. 소규모 현장은 작업발판과 안전난간이 있는 '시스템 비계' 대신 구형 비계를 사용하는 일이 많다. 비계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열악한 건설현장도 부지기수다.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관계자는 "20억 미만의 소규모 현장은 2011년에만 68만개였고 작년 까지만 해도 72만개 정도였다"면서 "사람이 떨어져도 안전할 수 있는 시스템 비계 등 자원을 거의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사망자의 50~60%가 추락사"라고 말했다.

 

▲ 서울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 [정병혁 기자]

 
"소규모 하도급, 관리감독 거의 없어"

안전관리 소홀도 위험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대규모 공사의 경우에는 안전관리비 등이 반영되고 안전관리자가 선임된다. 큰 규모의 작업 현장일수록 대내외적으로 점검도 받다보니 안전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소규모 건설 현장은 안전관리가 허술하고 관리자도 형식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소규모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 근로자는 대부분 일용직인데 전문지식은 없고 보고 배운 대로만 하다 보니 사고가 날 확률이 높다"면서 "현장관리를 철저하게 하다 보면 일의 속도는 조금 느려도 사고는 확실히 줄어들지만 돈으로 연결되는데 시간을 버릴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건설사도 큰 건설사가 낀 하도로 들어가면 관리 감독이 나름 잘 이뤄지는데 일반 중소 건축회사가 낀 하도는 관리 감독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판기 안전보건공단 건설안전부장은 "소규모 현장은 단시간에 공사가 이뤄지고 규모가 작다보니 안전에 필요한 비용들을 생략하고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그렇다보니 소규모 현장이 상대적으로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대규모 건설현장의 안전이 확보돼 있는 것도 아니다. 해당 현장 근로자의 숫자에 비해 사망자가 적을 뿐 매년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2018년 3월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평택 삼성전자 공사현장에서 작업대가 무너져 1명이 죽고 4명이 다쳤다. 2016년 말에도 이 현장에서 2명이 숨졌다. 원인은 추락방지망 미설치였다. 논란이 됐던 포스코건설의 부산 엘시티 건설현장 사망사고도 작업 전 안전 절차를 시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 
 
"다단계 하도급 위험전가 가능성 높아"

전문가들은 건설업 구조 자체를 지적한다. 하도급을 다시 하도급하는 기이한 형태가 책임을 전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소규모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 현장에서는 부족한 예산을 메우기 위해 하도급, 재하도급으로 일을 맡기게 된다"면서 "일하는 사람은 시간 내에 일을 모두 끝마쳐야 하니 서두르게 되는데, 안전성보다는 돈과 시간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가 시공하고 다른 작업을 하도급 업체에 넘기면 다시 또 다른 하도급 업체가 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심지어 안전관리도 하도를 하는 관리 하도업체가 있는데 이러한 방식은 그 만큼 이익이 남는다"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하도급 구조는 6차까지도 내려간다. 다단계 하도급 상에서 위험이 아래로 전가될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적절한 조치로 안전을 확보하거나 충분한 공사시간으로 산재방지를 할 여력이 없도록 만드는 구조가 해결되고 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인식개선·관리감독 등 총체적 변화 필요”

전문가들은 건설업계에서 이어져온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총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김판기 건설안전부장은 "건설업이 근로자의 안전만 확보된다고 해서 재해가 줄어드는 건 아니다"면서 "공법이라든지 건설도급체계라든지 발주자의 책임이라든지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정부 부처와 건설사 등 모두가 지속적으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철폐돼야 나라의 안전이 서는데 그런 건 고용부와 국토부 등이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하도급에 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희 교수는 "김용균씨의 사고 이후 위험관리 등 원청 책임성이라는 게 일부 부과됐는데 건설업의 경우 이게 적용되는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면서 "원청이 예방 업무와 산재 결과에 대한 책임성이 부과될 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이 너무 구조화돼 있는 상태에서 책임만 물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면서 "이를 예고하고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준 다음 실시하면 산재는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 "정부든 시공사든 공기(공사기간) 단축이라는 나쁜 관행을 오히려 능력으로 우대한다"면서 "공기 단축이 아니라 무사고를 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 전국건설노조 관계자는 "소규모 건설현장도 시스템 비계를 의무화하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설안전기금을 조성해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안전장비를 갖추도록 지원하고 비계나 가설시공에서도 설계도를 작성해야 한다"면서 "노동자를 고용하는 원청과 하청이 산업안전을 고려하는 등 책임성을 강화하는 건설안전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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