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본질과 동떨어진 틈새그릇의 미학...도예작가 황아람 초대전

박상준 / 2025-06-09 13:53:49
12일~7월4일 서울 서초 방배동 비채아트뮤지엄

그릇의 본질과 동떨어진 틈새 그릇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도예작가 황아람이 오는 12일 개막하는 특별초대전 '유연한 조각들의 합'에서 50여 점의 정형 또는 비정형 도자기 작품을 선보인다.


▲ 도자기(백자)|9x9x22.5cm|2025. [비채아트뮤지엄 제공]

 

황아람의 작품은 점토(흙) 재료를 이용해 대나무나 갈대 바구니처럼 엮는 독특한 조형성으로 시선을 모은다. 작품의 모티프는 황 작가의 외증조모가 만든 뚜껑이 있는 대나무 바구니다. 


그는 "미술대학 졸업 후 외가에 갔을 때 외증조할머니께서 만드신 바구니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며 "소박함을 사랑했던 외증조할머니의 마음을 작품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도자기용 점토(흙)를 이용한 그의 작품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 제작된다. 원하는 작품 형태의 모델을 만든 후 모형 위에 그리드를 그리고 조각보처럼 면을 분할한다. 이어 점토로 가늘고 긴 모양을 만들어 바구니를 엮는 모양으로 이어붙여 작품을 만든다. 이후 850℃로 초벌 소성한 뒤 유약을 칠하고 다시 1230~1250℃로 재벌 소성해 작업이 마무리된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완성된 작품이 대나무나 갈대 줄기 등으로 만들어 크고 작은 구멍이 나 있는 듯이 보이는 '틈새 그릇' 등이다. '틈새 그릇'은 여러 개의 점토를 조각처럼 하나씩 만든 뒤에 하나로 합치고, 위의 뚜껑과 아래의 본체로 구성하는 합(盒)작품 연작이다.


'틈새 그릇'이나 'mimic 백 시리즈' 조형미를 가진 작품 창작에 집중해왔던 작가는 최근 '조각보 고리' 등의 비정형 작품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황아람은 "점토로 만든 조각보는 완성된 작품을 위한 한 부분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도자기는 단단하고 틈 하나 없어서 물이나 음식을 완벽하게 담거나 보관할 수 있다는 기능이 있다. 황 작가는 이처럼 틈새가 많은 그릇에 무엇을 담고 싶은지를 관객에게 묻고 있다. 


틈새 그릇은 조형적으로는 완성돼 있으나, 기능적으로는 그릇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부족함을 드러내 보이는 듯하다. 그럼에도 작가는 틈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다양성, 그리고 유연한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 mimic bag series|도자기|2024. [비채아트뮤지엄 제공]

 

황아람은 "언젠가는 내가 사는 마을의 흙으로 도자 작품을 해보고 싶다"며 "단순히 무기질의 집합체가 아닌 생명, 또는 삶의 상징으로서 흙의 의미를 찾아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황아람은 서울여자대학교 공예학과와 일본 교토예술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21년 청주국제공예공모전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2019년 일본 교토 도자기 회관에서 개인전 '도자기 바구니'를 연 것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에서 열린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 아트페어 등에 참가했다.


이번 초대전은 내달 4일까지 서울 서초구 방배동 비채아트뮤지엄에서 매일 열리며 토-일요일은 미리 전화로 예약한 뒤 관람하면 된다.

 

KPI뉴스 / 박상준 기자 p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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