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APEC AI 이니셔티브로 韓주도 AI 거버넌스 만들 때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 2025-11-04 13:43:20
APEC 정상회의 한미 통상협상 등 성과…APEC AI 이니셔티브 한국이 주도
AI 생산성 증대 다면적 고찰…인간 대체보다 인본주의 새로운 지평 열어야
모두를 위한 인간의 얼굴을 한 AI 긴요…AI 거버넌스 설계에 머리 맞댈 때

이번 가을 한국이 20년 만에 의장국으로 주최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 정상회의는 성과를 위해 다방면의 노력이 펼쳐진 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먼저 한국과 미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통상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다루어진 대미 투자에서 2000억 달러를 연 200억 달러를 상한으로 하여 10년간 투자하기로 하였다.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1년 사이 외화를 조달할 수 있는 규모는 150~200억 달러로 추정되고 연간 최대 200억 달러는 외환보유액 운용 등을 통해 조달 가능한 수준이라는 논거에 기반한 것이다. 첨예한 쟁점이 합리적 논거로 타결을 본 만큼 향후 해외채권 등을 발행하지 않고 대미 투자 자금을 조달함으로써 외환시장, 채권시장 안정을 기하도록 하는 등 이에 부합하는 투자의 실행 과정이 중요하다.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공식 기념촬영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2025.11.01.

  

한·미 정상회담과 함께 주목받은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승리라고 자평했으나 중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를 구매하고 희토류 금속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완화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의 양보 사항은 첨단 기술 접근을 제한하는 블랙리스트에서 중국 기업들을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관건인 인공지능(AI) 칩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미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엔비디아의 블랙웰 프로세서 등 최첨단 AI 칩의 중국 수출을 금지해 왔고 트럼프 2기 행정부는 AI 시장을 장악하는 데 엔비디아를 핵심 기업으로 여겨왔다. 이러한 금지 조치를 완화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던 트럼프는 결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이 문제는 귀하와 엔비디아 사이의 일이고 미국은 중재자나 심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무역 협상의 종착점이라기보다 일시적인 휴전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APEC 정상 경주선언은 무역과 투자, 디지털과 혁신, 포용적 성장 논의를 포괄하고 AI 협력 및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인식과 의지를 집약하며 문화창조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명시했다. 혁신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포용적 성장을 추구함을 강조했다. APEC AI 이니셔티브는 AI 혁신을 통한 경제성장 촉진, AI 역량 강화 및 AI 혜택 확산, 민간의 회복력 있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을 통해 모두가 AI 전환에 참여하고 AI 발전 혜택을 공유하기 위한 정책 철학을 담았다.

이러한 APEC 정상회의의 성과 내지 평가를 돌아볼 때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에 관한 논의가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이번 APEC에서 한·미 통상협상과 함께 높은 비중으로 다루어진 이슈는 AI다. APEC AI 이니셔티브가 APEC 최초로 채택되었다. AI 이니셔티브에 대한 이니셔티브를 한국은 주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포인트를 살펴볼 수 있다.

 

먼저 AI는 인간을 대체하기보다 돕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AI의 생산성 증대에 대한 다면적 고찰의 필요성이다.

AI는 미국 할리우드 역사상 1960년 이후 처음으로 배우와 작가의 동반 파업을 야기한 바 있다. AI가 영화 대본을 쓰며 배우 출연 없이 AI를 통해 영화를 제작하는 현실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대표적 전문직의 하나인 변호사 업무는 어떠한가. 법률문서 작성, 케이스 분석 등이 이미 AI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의 업무는 어떠한가. 통계를 수집하고 데이터를 활용하는 작업을 기본으로 하는 경제분석 업무야말로 AI가 인간 이코노미스트보다 정확성, 신속성, 효율성 면에서 우위에 설 가능성이 높다. 월가 기초경제분석보고서의 80%는 AI가 수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의료 업무는 어떠한가. 인간이 다루기에는 방대하고 복잡한 의료 데이터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분석하는 데 AI가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 AI가 가져오는 노동시장 변화는 위 직종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기업, 금융, 행정, 사법 등 전방위적 영역에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역할은 AI로 대체되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인간 영화 배우는 AI가 수행하기에 적합한 위험한 연기 등에서 벗어나며 안전하면서도 인간에 특유한 연기에 집중할 수 있다. 작가는 자료 수집 및 정리 등 단순 작업에서 벗어나 보다 인간에 집중하는 대본 집필 작업에 몰두할 수 있다. 변호사는 과다한 문서 작업 부담에서 벗어나 의뢰인과의 대화를 늘리며 보다 충실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AI에 데이터 분석 업무를 맡기고 AI가 하기 어려운 가치 판단과 한 차원 높은 업무에 시간을 투입함으로써 통찰력 있는 경제조사보고서를 만들 수 있다. 의사는 AI의 역할에 힘입어 인간으로서의 환자에게 보다 충실하게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맞이하면서 기능적 측면에 치우친 의료인이 아닌 진정한 히포크라테스로서의 지평을 열어갈 수 있다. 기업, 금융, 행정, 사법 등 영역에서도 인간은 자료, 데이터 분석 등 단순 작업에서 벗어나 인간에 집중하고 인간을 중시하는 노동시장 구조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

이와 같은 AI의 역할은 인류가 진정한 인본주의(humanism)의 지평을 열어가야 할 당위를 강화해준다. 이는 인류의 삶에 관한 가치 판단 이슈이자 옳음과 그름보다는 옳음과 옳음 사이의 선택 이슈가 된다. 이는 새로운 사회 계약(social contract)의 모색 필요성을 시사한다. AI 거버넌스 설계가 중요한 이유다.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한 AI 거버넌스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예컨대 AI가 창출하는 일부 생산성 증대의 편익만을 특정 그룹이 가져가는 착취적 세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포용적 세계를 만드는 AI 거버넌스가 되어야 한다.

필자가 오랜 기간 활동한 OECD가 AI 거버넌스와 관련하여 2019년 선구적으로 제정한 바 있는 AI에 관한 5대 원칙을 새삼 떠올려 본다. 첫째, AI는 포용적 성장, 지속가능한 발전 및 복지 증진을 통해 인간과 지구에 이로움을 주어야 한다. 둘째, AI 시스템은 법의 지배, 인권, 민주적 가치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시 인간의 개입을 가능하게 하는 적절한 안전장치를 포함하여야 한다. 셋째, 인간이 AI 기반 성과를 이해하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AI 시스템에는 투명성과 신뢰할 수 있는 공시가 있어야 한다. 넷째, AI 시스템은 전 라이프 사이클에 걸쳐 강건하고 확실하며 안전한 방식으로 기능되어야 하고 잠재적 리스크는 지속적으로 평가되며 관리되어야 한다. 다섯째,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전개하고 운영하는 조직과 개인은 위 원칙들에 부합되도록 시스템이 올바르게 기능하는 데 책임을 져야 한다. 2025년 APEC AI 이니셔티브가 추구하려는 모두를 위한 그리고 인간의 얼굴을 한 AI와 상통하는 맥락이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언급하며 자유시장주의를 주창했고 도덕감정론에서 공감할 수 있는 룰과 질서를 강조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자유방임에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의 또 다른 작동원리인 공감의 룰이 전제되어야 함을 말했다. 공평한 관찰자로서의 인간 본성이 공감할 수 있는 룰을 통해 더 많은 부와 자유, 행복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이는 본격 전개되는 AI 시대와 함께 추구할 인류문명의 모습에 대한 성찰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 계약, 다름 아닌 AI 거버넌스 설계의 필요성을 일깨운다. 한국이 주도하는 APEC AI 이니셔티브는 그러한 AI 거버넌스를 만드는 모멘텀이다. AI 거버넌스를 만드는 데 이제 정책과 시장,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댈 때다. APEC 정상회의 이후 함께 만들어 가는 성과에 더욱 기대를 건다.
 
▲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 저서: 우리 시대의 금융경제 읽기(박영사, 2025년) △ 현재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

KPI뉴스 /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hongkyooncho@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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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균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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