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근로자의 과로, 다른 택배사 경쟁 심리 유발 우려
김범석 의장, 미국 국적이어서 한국 정서 이해 못하나
추석 때가 되면 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을 접한다. 곡식과 과일이 풍성하고 쾌청한 가을 날씨에 더해 흩어졌던 온가족이 모이는 행복한 심정을 나타낸 말일 것이다. 더구나 올해는 추석 연휴와 개천절 사이에 낀 10월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돼 가족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어느 때보다 길어졌다. 그런데 이런 황금연휴에도 가족과 시간을 함께 할 수 없는 근로자들이 있다. 쿠팡의 택배 근로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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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배송 중인 쿠팡 배송차량 [쿠팡 제공] |
쿠팡, 추석 연휴 내내 인센티브 제시하며 물류 터미널 가동
쿠팡은 추석 연휴 내내 물류터미널을 가동한다. 이렇게 되면 쿠팡의 택배근로자들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정상근무를 해야 한다. 쿠팡 택배기사들의 단톡방에 올라온 공지를 보면 연휴 내내 물류 터미널을 가동하며 연휴 기간 근무하는 근로자에게 인센티브로 5만 원에서 10만 원을 제공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비해 CJ대한통운, 한진 로젠 등 다른 택배 회사들은 연휴 하루 전인 27일부터 10월 2일까지 6일 동안 물류 터미널 가동을 중단하고 택배 근로자들에게 휴식을 보장해 주기로 했다.
노동계, 쿠팡근로자의 과로와 다른 택배사의 경쟁 격화 우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위원회와 쿠팡대책위원회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쿠팡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비난하고 나섰다. 쿠팡이 쉬는 날 없이 물류를 가동하면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먼저 다른 택배회사들이 쉬기 때문에 당연히 쿠팡에 물량 쏠림 현상이 빚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쿠팡 근로자는 평상시보다 더 힘든 근로환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날 기자 회견에서는 추석 당일만이라도 쉴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또 다른 문제는 쿠팡이 쉬지 않고 일을 계속하면 다른 택배회사들은 두 눈 뜨고 꼼짝없이 시장을 빼앗기게 된다는 사실이다. 어느 회사인들 이런 상황이 좋을 리가 없다. 이번 추석은 이미 결정한 것이니까 분해도 넘어가겠지만 다음번 명절이 왔을 때 가능하면 쉬지 않으려 할 것이다. 택배근로자의 근무일수가 늘어난다고 택배물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경쟁은 악순환을 낳게 되고 택배 근로자들의 근로 환경은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대체인력으로 소화 가능" vs "비싸고, 인력 구하기 어려워"
쿠팡 측은 쉬는 택배근로자를 대신할 ‘백업 기사’가 있어서 택배근로자들이 언제든 휴가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현장에서는 대체 인력이 부족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불만이 있다고 한다.
또 추석 같은 연휴에 대체 인력을 구하기가 쉽겠냐는 걱정도 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연휴 기간 동안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지급되기 때문에 오히려 연휴기간에 택배 업무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아 대체인력을 구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사실 쿠팡은 쿠팡플렉스나 쿠팡퀵플렉스 등 다른 택배사들과는 다른 다양한 택배 인력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 말이 맞을지는 추석 연휴를 지내 봐야 알 것이다.
민족 최대 명절 추석, 택배기사도 편안히 쉴 수 있게 해줘야
이러한 쿠팡의 설명을 받아들이더라도 마뜩잖은 부분은 남는다. 쿠팡이 추석 연휴 내내 물류 터미널을 가동하는 한, 추석 연휴에 쿠팡의 유니폼을 입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허겁지겁 다니는 택배 근로자를 필연적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다.
쿠팡의 김범석 의장의 국적이 미국이기 때문에 이러한 광경이 아무렇지도 않게 보일지 모르지만 명절을 대하는 우리네 정서는 분명히 서로가 불편한 광경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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