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 2023-11-10 13:18:47
프랑스 4대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상의 외국어 부문상
움베르토 에코, 오르한 파묵 등 문호들도 이 상을 받아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인의 시각으로 섬세하게 직조
"역사적 배경이 달라도 인간으로서 공유하는 것이 공명"

소설가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했다. 9일(현지시간) 메디치상 심사위원단은 최종 후보 9편 중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외국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프랑스 4대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상의 외국어 부문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 [문학동네 제공]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지난 8월 ‘불가능한 작별(Impossibles adieux)’이라는 제목으로 프랑스에서 출간됐다. 번역은 최경란·피에르 비지우가 맡았다. 이후 지난 9월 21일 메디치 외국문학상 1차 후보 17편에 오른 데 이어 지난달 18일 최종 후보에 올랐다. (참조 ‘조용호의 문학공간’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가는 지극한 사랑의 소설)

 

공쿠르상, 르노도상, 페미나상과 함께 프랑스의 4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메디치상은 1958년 제정됐다. 1970년 신설된 메디치 외국문학상은 프랑스어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메디치상과 별개로 번역문학에 수여하며, 밀란 쿤데라, 움베르토 에코, 폴 오스터, 오르한 파무크 등 유명 작가들이 수상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문 맨부커상을 수상했던 한강은 2017년에도 '희랍어 시간'으로 메디치 외국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한강은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최종 후보에 오른 자체가 기쁜 일이었다”며 “예상은 못 했는데 수상까지 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제주 4·3을 다룬 이 소설이 프랑스 문단에서도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역사에서 일어났던 일을 다룬다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질문하는 일”이라며 “설령 역사적 배경이 달라도 인간으로서 공유하고 있는 것이 있기 때문에 누구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강은 "예상은 못했는데 수상까지 하게 돼 기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한강은 수상작 출간 당시 “가끔 지금 쓰고 있는 소설에 대해 물어보면 어떤 때는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 또 어떤 때는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가는 소설’, 혹은 ‘제주 4·3을 그린 소설’이라고 대답했다”면서 “모든 소설을 쓸 때 그 소설이 요구하는 마음의 상태가 있는데, 이 소설은 지극한 사랑의 상태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소설을 쓰는 동안 고통스러웠다기보다는 이 소설이 나를 구해줬다는 마음이 든다”면서 “이제 죽음에서 삶으로 나왔기 때문에 앞으로 쓰려는 방향은 다른 길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KPI뉴스 /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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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호 문학전문기자

조용호 / 문화부 문학전문기자

소설가, 문학전문기자. 일간지에서 30년 가까이 주로 문학전문기자로 일함. 1998년 '세계의문학'에 단편소설 발표. 소설집 '떠다니네' '왈릴리 고양이나무' '베니스로 가는 마지막 열차', 장편 '사자가 푸른 눈을 뜨는 밤'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 산문집 '꽃에게 길을 묻다' '키스는 키스 한숨은 한숨' '여기가 끝이라면' '시인에게 길을 묻다' '노래, 사랑에 빠진 그대에게' '돈키호테를 위한 변명' 등. 한무숙문학상, 통영 김용익문학상, 무영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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